SK브로드밴드는 지난 6월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노사 간 협상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7월 초부터 희망퇴직자를 받는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자의 평균 퇴직금은 1억 원 정도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사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사측은 이미 300명 규모로 희망퇴직자를 받는다고 노동조합에 통보한 상태. 이번 협상은 지난 7월 27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 제시한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200여 명 수준에 그치면서 다시금 노사 간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번 구조조정이 차후 합병으로 넘어가는 수순이기 때문이라는 예측도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7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SK브로드밴드와) 같이 간다는 것이 합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선 구조조정, 후 합병’의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일요신문> 951호 보도).
그러나 무엇보다 해가 갈수록 적자 폭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SK브로드밴드가 구조조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08년 22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K브로드밴드는 이듬해인 2009년에는 1092억 원으로 영업손실이 더욱 늘어났다. 이런 적자 구조는 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2010년 1분기(1~3월) 영업손실은 261억 원. 이 수준이라면 지난해와 비슷한 적자폭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사측은 오는 8월 15일까지 양측의 합의를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제적인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브로드밴드의 한 관계자는 “강제적으로 퇴직 규모를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노조 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며 강제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력 구조조정 문제는 SK브로드밴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통신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의 이번 구조조정이 통신업계의 구조개편으로까지 이어지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통신업계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옛 통합LG텔레콤)는 최근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밀리며 가입 고객을 타 통신사에 뺏기는 사례가 증가하자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그나마 구원투수로 지목됐던 ‘갤럭시U’마저 이달 초 예정이던 출시일을 무기한 연기함에 따라 올 하반기 통신업계 신규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렇다보니 체질개선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 관측에서 LG유플러스 역시 벗어나기는 어렵다. 사실 통신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LG유플러스가 올 하반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일 것이다”, “규모는 1000명 정도가 될 것이다” 등등 구체적인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무엇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1월 LG그룹이 통신 3사인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을 합병해 덩치를 키운 이후 아직까지 특별한 조직개편을 벌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대규모 인력 조정’ 예측은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합병 당시 “대대적인 조직개편이나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망이 밝았던 당시 통신시장의 상황하에서 이뤄진 발언인 만큼 아직까지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 LG유플러스 내부 인사의 설명이다.
KT의 경우 올해 수익성 면만 놓고 보면 통신업계에 몰아칠지도 모르는 구조조정의 한파로부터 가장 자유로울 것이란 전망이 있다. 지난 7월 30일 KT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4조 9864억 원, 영업이익 601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3%,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4.4%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말 시행한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인한 인건비 감소와 아이폰을 통한 무선데이터 매출 상승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유선전화 수익률 감소는 KT 내부에서도 위기감으로 해석되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유선전화 사용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지만 공기업 성향의 KT로서는 관리 및 유지보수를 늦출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만큼 수익성에 따라 사업 방향을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차후 위기에 대처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결국 지난해 대규모 감원을 실시한 KT도 통신업계의 구조조정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통신업계의 대규모 인력 감축 기류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최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매출 12조 원이 넘는 SK텔레콤은 직원이 4500명에 불과한 반면 1조 2000억 원 매출의 NHN은 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통신업계의 계속되는 인원감축에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기업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날로 심각해져만 가는 실업 문제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 유치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상태에서 그간 과도하게 몸집을 불려온 통신사들로서는 앞으로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발 빠른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어쨌거나 통신업체 직원들 대부분은 대규모 구조조정설이 ‘설’로 끝나기만을 기도하고 있을 듯하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