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시민들 “13년째 기대에만 부풀게 해놓고…시민들 우롱하는 게 아니냐” 분개
내년도 국가예산 중 포항시민들의 숙원인 영일만대교 예산에 20억 원이 배정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사진=포항시·경북도 제공)
[포항=일요신문] 지난 2일 2021년도 국가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경북 포항시의 숙원사업인 영일만대교 건설사업 관련 예산이 20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포항시는 내년도 국가투자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985억원 증액된 1조6499억원을 확보했다고 7일 밝혔다. 포항 남구 동해면과 북구 흥해읍을 해상으로 가로지르는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은 전임 박승호 시장 재임 중이던 2008년 시작돼 13년째 끌어오고 있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 1조6189억원에 설계비만 190억원이 들어가는 대형사업이지만,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배정한 해당 사업 관련 예산은 ‘타당성 재조사비’ 명목으로 20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김정재 국회의원(포항북) 등 일부 포항 정치인들은 “(영일만대교 사업 추진의) 불씨를 살렸다”며 성과를 달성한 듯 자찬하는 태도로 일관해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경북도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5조원대 예산액 4년 만에 회복, 신규사업 57건 반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영일만대교 사업 기본설계비 20억원을 확보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 그러나 경북이 인구 264만명에 예산 5조원대를 확보한 반면 186만명인 전남은 7조6000억원대, 181만명의 전북은 8조3000억원대의 예산을 확보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를 두고 포항시민들은 “13년째 기대에만 부풀게 해놓고 이번에는 아예 사업 실행을 엄두도 낼 수 없을 금액을 배정하다니 시민들을 우롱하는 게 아니냐”며 분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힘 있는 여당 정치인을 뽑았어야 했다. 무조건 보수만 뽑아온 결과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한탄과 함께, “이제부터라도 수도권처럼 지역 이익을 앞세우는 현명한 선거를 통해 포항 정치권의 힘을 시민 스스로 배양해야 한다”는 자성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한편 영일만대교 건설사업과 관련 이강덕 포항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물론 지난달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반드시 챙기겠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지역 호사가들은 “여권이 차기 대선 관련으로 포항에서는 영일만대교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진단까지 내놓고 있다. 영일만대교 건설이 2022년 대선 및 지방선거와 맞물려 여권에서 가덕도공항 건설과 동시에 빅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서 나오는 말이다.
지역내 민심을 잡기는커녕 PK와 TK로 갈라져 내홍마저 일으키는 상황인 국민의당이, 이제는 TK 내부에서조차 ‘T’와 ‘K’로 분열해선 자칫 주민들에게 지역 발전을 위해 이만큼 애를 썼노라고 생색도 내지 못할 무용한 존재로 전락하지는 않을지 염려되는 대목이다.
권택석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