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목베개.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전라남도 순천에서 유기농채소를 키워 판매하고 있는 장 아무개 씨(49). 그는 미래 비즈니스 코드가 ‘웰빙’이라고 판단, 뒤늦게 귀농을 선택했다. 그러나 좋은 상품만 있으면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판매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다양한 유통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생각보다 박한 마진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혼자서 상품을 생산하고 있는 그가 직접 판매까지 나설 수도 없는 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장 씨는 혼자서 속앓이 중이다.
1인 창업은 많은 일을 혼자서 진행해야 하고 중요한 결정 역시 스스로 판단해야 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혼자서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 전문기관,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인테리어 회사에서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윤정민 씨(29)는 지난해 10월, 회사에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고 창업에 나섰다. 사업 아이템은 현재 사용 중인 전자제품의 전기요금을 알려주는 액정 달린 콘센트. 생활 속에서 발견한 아이디어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어렸을 적부터 안 쓰는 전등을 끄고, 전자제품은 플러그를 빼놓는 등 철저한 절약 교육을 받아왔죠. 덕분에 평소 에너지 절약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날 택시미터기를 보면서 전기도 저렇게 실시간으로 요금을 알 수 있다면 더욱 절약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궁금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관련 제품은 나와 있지 않더란다. 에너지 절약이 화두인 요즈음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해 6월, 우선 특허를 출원하고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부족한 자금은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아이디어 상업화 지원 사업’에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그의 아이디어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사업자금 5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는 부족한 사업 노하우 습득은 물론 다양한 인맥 형성이 필요하다고 판단, 창업 강좌 수강에 나섰다. 신용보증기금에서 실시하는 단기 창업 강좌는 물론 소상공인진흥원의 강좌, 중소기업청에서 실시하는 녹색창업스쿨 등 도움이 될 만한 강좌는 모조리 섭렵했다. 동시에 제품 홍보의 일환으로 창업대전 및 판촉물 대전에도 참가했다. 부스 하나 가격은 200만 원 정도. 부담스러운 비용이었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제품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정부기관의 지원이 있었던 것.
▲ 액정 달린 콘센트.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윤 씨는 8000만여 원의 지원금을 쏟아 넣어 제품도 업그레이드했다. 처음에 개발한 콘센트 제품은 하나의 전자제품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 자금 지원이 이어지면서 멀티탭 형태의 제품도 개발했다. 멀티탭 전체의 전기요금은 물론 개별 제품의 요금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아이디어 콘센트는 현재 전기용품 안전 인증을 신청한 상태로 오는 10월 중 본격적인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윤 씨는 “현재 정부기관 기업체 등과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는 중”이라며 “계약이 성사될 경우 연간 2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살짝 귀띔했다. 후배 창업자들에게는 “1인 창업은 혼자서 많은 일을 맡아야 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 쉽지 않다. 부족한 창업 자금 역시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찾아보면 창업자금 지원 프로그램,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온라인 마켓이 주 활동 무대인 김영 씨(여·40)도 독특한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김 씨는 ‘건강 목베개’ 하나로 연간 1억 2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 그런데 사실 제품 개발자는 따로 있다. 남편 최상권 씨(43)다. 건강 목베개는 최 씨가 호주에서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손을 이용한 자세와 척추교정 대체의학) 자격증을 취득한 후 개발한 제품.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온라인 마켓에 상품을 내놨지만 목베개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데다 8만 9000원의 높은 가격에 판매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듯 사장(死藏) 위기의 아이디어 상품을 살려놓은 것이 부인 김 씨다. 그는 남편의 개발품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사업자 명의를 김 씨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창업 강좌 수강에 나섰다. 3개월에 걸친 인터넷 창업 강좌는 사업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김 씨는 “그동안 상품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설명이 부족했다”면서 “강좌를 받고 나서 소비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판매 사이트를 전반적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거북이목, 일자목 등 바르지 않은 자세의 문제점, 목베개 사용의 효과, 친절하고 상세한 답변 등 고객 밀착 서비스를 펼치자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판매율이 사이트 방문객 30명 중 한 사람에서 10명 중 한 사람으로 크게 늘어난 것. 기존 구매자들의 사용 후기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신규 고객이 늘었고 가족 등 지인을 위한 제품 구매 등 재구매율도 크게 높아지면서 매출도 상승세를 탄 것이다.
김 씨는 창업 강좌 수료 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5000만 원의 창업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서울시창업지원센터에도 입점을 했다. 올 10월에는 신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베개도 유행이 있습니다. 요즘은 기능적인 측면을 중시해 라텍스(Latex, 천연고무 농축 소재) 베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신제품은 라텍스를 소재로 하고 높낮이 조절이 가능해 모든 연령에서 사용이 가능해요. 또 국내 생산을 통해 신뢰도를 높였고요.”
내년 초 벤처기업으로 등록할 예정이라는 김 씨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1인 창업은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많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부족한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