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꿔왔는데 어머니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연기학원을 보내주신다고 약속하셨어요. 그래서 포항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대구까지 오가며 연기학원들 다니기 시작했죠.”
권우정의 인생을 한 번에 뒤바꾼 사건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일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워크숍에 참여해 보다 깊이 연기의 매력에 빠져든 것. 여기서 의지를 다진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에 있는 한국예술고등학교로 전학가게 된다.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낯선 서울에서의 생활도 힘들었고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제게 예술고등학교도 적응하기 힘든 곳이었어요. 게다가 제가 한국예술고등학교 1기인데 신생 학교라 학교 인프라도 잘 갖춰지기 전이었거든요.”
경기대에 진학해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며 권우정은 연예계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본격적인 데뷔 준비에 들어갔지만 연예계 데뷔의 꿈은 나날이 멀어져만 가면서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기획사 운이 참 없었어요. 하나같이 작은 연예기획사였는데 심지어 사기성 짙은 연예기획사와 인연을 맺어 당하기도 했죠.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연기가 이런 것이었나 싶어 울기도 많이 울었죠.”
자연스레 방송 데뷔라는 꿈을 접은 권우정은 대학 졸업 이후 연극계가 발을 디디게 된다. 연예계 데뷔의 꿈은 잠시 접을지라도 연기에 대한 사랑까지 지울 순 없었기 때문이다. 골목길 극단에 막내 단원으로 들어간 뒤 3년 넘게 극단 막내 생활을 하고 있다.
“선배님들 연기하는 걸 지켜보며 하나둘 배워나가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걱정될 정도였죠. 연극을 통해 지난날의 상처가 모두 치유된 것 같아요. 아직 막내라 심부름이나 하고 배역도 크진 않지만 연기의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거든요.”
“제가 있는 골목길 극단 출신 선배인 박해일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타보다는 배우로서 연극은 물론 영화 드라마 등 모든 영역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려고요.”
‘포항 김태희’라는 호칭을 스스로 버리고 연기에 대한 꿈을 선택한 권우정, 어쩌면 그에겐 ‘여자 박해일’이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글=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진=전영기 기자 yk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