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고 매력 넘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춘남녀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그만큼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하고 싶은 게 많을 수밖에 없고 그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은 이런 멤버들의 욕구를 최대한 자제시켜야 한다. 때문에 멤버들과 매니저 사이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한별 구혜선 등과 함께 인터넷 얼짱 출신인 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주연. 그는 데뷔 후에도 연예계 안팎으로 여전한 인기를 구가 중인데, 그에게 대시한 남자 연예인만 무려 5명이라고 하니 소속사 입장에선 특별 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초 소속사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을 뻔했던 상황을 고백하기도 했다. 데뷔곡에서 후속곡으로 활동을 이어갈 즈음 주연은 소속사의 연애 금지령을 어기고 밖에서 과감하게 몰래 데이트를 즐겼다고 한다. 이로 인해 소속사에선 휴대폰을 압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연의 몰래 데이트를 막았다. 시간이 지난 요즘 주연은 “이젠 ‘아이돌 수칙’(?)을 시키지 않아도 받아들이게 됐다”며 “지금은 조용히 지내고 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소속 아이돌 멤버의 연애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알려진 YG엔터테인먼트(YG) 수장 양현석은 연애금지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한 방송 프로그램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빅뱅 등은 자신이 비장한 각오로 키우고 있는 아이돌”이라며 “죽도록 연습을 해도 모자랄 판에 호기심 많은 어린 나이의 멤버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다”라고 확고한 입장을 전했다. 대성과 술자리를 가진 가수 이효리가 양현석으로부터 “대성을 나쁜 길로 인도하지 말라”며 경고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은 이미 연예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일화다.
요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어떻게 비밀 연애를 할까?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정상의 아이돌 멤버와 함께 라디오에 출연 중이라는 방송인 A는 그들의 몰래 데이트 뒤에는 코디네이터가 숨어있다고 전한다. A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인기 아이돌 그룹 B의 멤버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 연예인이 생기면 작은 선물을 준비해 코디네이터에게 건넨다고 한다. 코디네이터는 이를 이성 연예인의 코디네이터에게 전달해 주는 것. 만약 양측 코디네이터끼리 친분이 두터울 경우 그들의 작업(?)은 훨씬 수월해진다. 또한 A는 “B 그룹 멤버들은 외부에서 자유롭게 데이트를 즐길 수 없어 방송국 복도 등에서 서로 스릴 넘치게 눈빛을 교환하며 애정을 키워가고 있었다”면서 “그런 모습을 보며 연애금지령이 다 허울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한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받는 제약은 비단 연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숙소에서 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소속사가 정한 통금시간도 철저한데, 그룹 카라의 경우 데뷔 초 통금시간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들의 통금시간은 스케줄이 끝난 뒤 그 어떤 사생활도 즐길 수 없는 시간인 밤9시였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용기를 낸 이는 리더 박규리였다. 남자 가발과 헐렁한 옷을 입어 남장을 한 채 새벽에 숙소탈출에 성공한 것. 다행히 그를 알아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는 멤버별 나이차에 따른 맞춤형 통금시간이 있다. 30대 멤버 세 명과 20대 멤버 한 명에게 각각 다른 규율을 적용하는 것. 30대 멤버 나르샤 미료 제아에게는 ‘통금시간이 없지만 스케줄에 지장을 줄 경우 통금 시간이 부활되는’ 조건제 자유시간이 허락돼 있다. 반면 유일한 20대 멤버인 가인만큼은 철저하게 통금시간은 물론, 연애까지 엄격히 금지돼 있다고 한다.
그룹 소녀시대 역시 숙소생활에서 해방되고픈 나머지 효연 티파니 써니 제시카 등이 소속사 몰래 롯데월드에 놀러간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멤버들은 롯데월드의 트레이드마크인 너구리 마스크를 쓰고 팬들의 눈을 피해 다녔는데 완전 범죄(?)를 꿈꾼 이들을 가로 막은 것은 롤러코스터였다. 롤러코스터를 타려는 찰나 마스크와 목도리 등을 모두 벗어야 한다는 직원의 얘기에 꼼짝없이 신분이 노출되고 만 것. 롤러코스터 안전벨트에 묶인 채 팬들의 사진 세례를 당해야만 했던 그들의 숙소 탈출은 곧 소속사에도 알려졌다. 매니저의 호된 꾸지람을 기다렸지만 들려온 것은 오히려 굴욕적인 한마디. “너희들 화장이나 좀 하고 다녀라!”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의상도 관리 대상이다. 2ne1 공민지의 민망한 바지 논란, 빅뱅 지드래곤의 욱일승천기 논란 등 부적절한 의상으로 여러 차례 곤욕을 치른 YG 측은 의상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스타일리스트와 멤버들에게 내린 바 있다. YG의 한 매니저는 “방송사 수준의 규제는 아니지만, 자나 깨나 불조심이란 말이 떠올려질 만큼 멤버들의 의상, 특히 평상시 사복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전한다.
소속사의 다양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피우는 아이돌 멤버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바로 2AM의 조권. 발라드 가수답게 절대 웃기지 말라는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사장의 수차례 충고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깝’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 처음에는 몇 차례 전화로 혼을 내기도 했다는 박진영 역시 이제는 조권의 ‘깝’ 앞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고. 한편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미니홈피 금지령에 반기를 든 바 있는데 그는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를 위해 미니홈피를 금지한다는 소속사의 입장에 대해 미니홈피가 오히려 스타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열심히 미니홈피를 꾸미고 있다. 그의 노력(?)때문인지 SM 소속 연예인 가운데 유일하게 슈퍼주니어 멤버들만 미니홈피 활동에 자유로운 편이다. 다만 미니홈피에 멤버들보다도 매니저들이 더 많이 접속해서 글과 사진 등을 각별히 관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