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아웃소싱 업체로부터 피해를 당해 자살을 선택한 고장모씨의 유언장
그의 사망에는 본보가 보도한 바 있는 회계조작 사건이 배경으로 자라잡고 있다.
경남 거제시 시방마을 산골에서 태어난 강 모 씨(여·1978년생·거제)는 회계사 자격증도 없이 물량팀 대표들에게 접근해 저렴한 회계비로 세금을 적게 납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무려 78곳의 물량팀을 모았다.
강 씨는 물량팀으로부터 착복한 돈으로 호화생활을 누렸다. 롯데백화점 VVIP회원이며, 시가 2여억원의 랜드로버 레인지보버 보그를 비롯, 아우디A6 2대, 아우디A7 1대, BMW 1대, 아반테 1대, 10억원의 전원주택,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고려아파트, 시골촌집, 드비치골프회원권, 한화콘도회원권, 임야 취득, 시가 1억원 선박 구매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강 모 씨로 인해 세금독촉에 시달리다 사망한 고 장 모 씨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장 모 씨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피해자들은 뜻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몇 사람이라도 형사고발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 모 씨는 유서에서 “(강 씨) 너로 인해 우리 가족 파탄이 나고, 여태 내가 노력해온 13년이란 세월도 한순간에 날렸다. 어떻게 내가 힘들다고 죽겠다고 했는데도 계속 그 짓을 할 수가 있지? 어제 오후부터 너 죽이고 나 죽으려고 기다렸다. 오늘 아침까지. 우리 애들 때문에 참고 나만 간다. 살인자 아빠 둔 자식 안 만들려고…”라고 죽음을 앞둔 심경을 적었다.
故 장 씨의 죽음을 알게 된 물량팀 A씨는 “장 씨랑 마음이 다를 바 없다. 정말 가족이 없고 혼자라면 이 어려운 시련을 모면하기 위해 같은 길을 선택하고 싶다. 고인의 고통을 함께 한다”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