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가져다준 자신감인지 시대정신인지 혹은 민심의 변화인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출마의사를 밝히는 30~40대 후보군의 표정은 예외없이 자신감에 차 있다.
반면 3선 이상의 중진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떨고 있다. 연일 지역구를 방문하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쫓기는 심정을 감추지 않는다. 지구당 당료들의 ‘문제없다’는 분석도 그냥 믿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17대에는 지난 대선처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제2의 ‘노풍’이 불과 몇 달 만에 선거판을 뒤엎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달 22일 실시한 여론조사는 이 같은 기대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17대 총선에서 ‘현역의원을 다시 찍겠다’는 응답은 18.5%에 그친 반면 ‘다른 인물에게 표를 주겠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운 46.9%에 달했다. 밑바닥 표심의 물갈이 욕구는 이미 정치권의 ‘인적청산’ 논의를 한참 앞서가고 있는 셈이다.
17대 총선을 겨냥한 30~40대 후보군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민주당측 후보군이 노무현 대통령과 개인적 정치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듯 한나라당측 후보군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보좌역들이 주역이다.
[서울]
지역정서가 상대적으로 엷고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서울은 역시 ‘30~40대’에게 강한 도전 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종로구 출마 경험이 있는 유인태 정무수석이 일정 부분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이 출마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한 인사로는 서울 강서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규의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무처장과 동작을의 임삼진 전 녹색당 대표, 마포을의 윤영규 변호사 등이 있다. 회계사 이정희, 개혁당 대변인 허동준씨도 동작을을 검토하고 있다.
구주류나 탈당파를 겨냥한 움직임도 있다.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옮긴 김원길 의원의 보좌관으로 동행을 거부한 윤후덕씨는 ‘소신 보좌관’으로 지명도를 높이며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갑에 거론되고 있다.
구주류 이훈평 의원의 관악갑 지역에는 개혁당 집행위원인 유기홍씨가 출마를 검토중인 가운데 한거희 전 대표실 차장이 의욕을 보이고 있다. 또 동작갑에는 박병영 당 교육전문위원이 바닥을 누비고 있고 강서갑에는 김철근 원내총무실 전문위원이 사무실을 냈다.
이들 외 ‘꼬마 민주당’ 출신으로 통추인사와 친분이 있는 시사평론가 이재경씨, 40대 중반의 나이로 나우콤 사장이 된 문용식씨, 김대업 사건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한강 대표 최재천 변호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조원봉씨, 초대 전대협 의장으로 구로갑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영씨 등도 서울지역 후보로 거론된다.
개인 사업을 하면서 개혁신당 출범을 돕고 있는 고명석 전 민주당 전문위원도 출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승희 민주당 여성국장, 서영교 전 이대 총학생회장, 이치범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택수 김주연 한상혁 변호사 등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출마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측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이회창 후보 보좌역을 지낸 조정식씨가 출마지역을 신중하게 선별중에 있다.
[수도권]
개혁신당의 선두주자인 천정배 의원과 젊은 희망의 이종걸 송영길 의원 등이 이미 ‘젊은 피’의 공간을 확보해두고 있어 서울 못지 않게 30~40대의 의욕이 높다.
개혁당 전국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년씨는 성남 수정구에서 반노 후단협의 선두였던 이윤수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한화갑 전 대표의 특보를 지낸 김재갑씨도 출마를 검토중이다.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 중 한 사람으로 부천시의원을 지낸 김만수 청와대 홍보수석실 부대변인도 후단협 대표주자로 민주당을 떠난 안동선 의원의 부천시 원미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정무1비서관으로 세 차례나 석패했던 문학진씨는 주말이면 하남에 상주하며 표갈이에 열중하고 있다.
개혁신당에 대해 비판적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김영환 의원의 안산시 갑에는 윤석규 당 정치개혁특위 사무처장이 거명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황이수 국장도 수도권 ‘전사’로 차출될 수도 있다.
전대협 1기 출신으로 연천 포천의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지낸 이철우씨는 출마의사를 밝혔고 김석수 김포시민사회연구소 소장도 김포에서 출마를 검토중이다. 시흥에는 <환경과 생명>의 발행인 남요원씨가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근진 의원의 고양에서는 이명식 당보 주간과 김두관 장관의 동생인 김두규 당 개혁특위 국장이 출마를 준비중이다. 의정부에서는 손동호 원내총무실 연구위원이 출사를 고려하고 있다.
또 이훈평 의원의 조정희 보좌관, 정동영 의원의 정기남 보좌관, 김성순 의원의 성기청 보좌관, 유선호 전 의원의 조현우 전 보좌관도 모두 수도권 출마를 검토중이다.
한나라당측에서는 이회창 후보의 보좌역으로 있다가 대선 후 경기도 공보관으로 자리를 옮긴 차명진씨가 일산지역을 검토하고 있고 4·24재보선에서 고양 공천에 탈락한 손범규 변호사도 유시민 의원과의 한판 승부를 노리고 있다. 또 YTN 출신으로 대선 때 합류한 양현덕 부대변인도 성남시 수정구를 검토중이다.
[부산·경남]
노무현 대통령이 17대 총선의 승부처로 생각하고 있는 곳인 만큼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 지역 선두 주자는 역시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정윤재 사상지구당 위원장이다. 정 위원장은 해운대 기장갑의 최인호 위원장, 경남 양산의 송인배 위원장과 ‘3인방’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최근 황인철 전 청와대 통치사료비서관 등과 미국을 방문했다. 노대통령 측근 ‘386사단’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한 미 행정부의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석재 전 의원 보좌관으로 청와대 정무2비서관에 발탁된 박재호 비서관은 꾸준히 밭을 갈아온 남구에서 출마할 계획이고 박기환 청와대 지방자치 비서관도 부산지역 출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북·강서을 지역구 선대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지역구 관리를 해오고 있는 동아대 출신 정진우 당 전문위원도 출마 영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부산정치개혁추진위원회 대표로 나선 조성래 변호사와 여창호 노무현 후보 선대위원장 등도 개혁신당 합류를 통해 부산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측도 만만치 않은 ‘젊은 피’들이 준비중이다. 서울법대 출신으로 박찬종 전 의원 핵심 측근을 거쳐 이회창 후보 보좌역으로 능력을 발휘했던 조해진 부대변인이 당내 수구파의 대표인 김용갑 의원의 밀양·창녕을 노리고 3~4년 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젊은 피’들 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분구 가능성이 높은 남구 지역. 선두주자는 한나라당 보좌관협의회 회장 출신인 김용주씨로 이미 지난 3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사무실을 열었다.
뒤를 이어 <한국일보> 출신으로 대선 직전 이 후보 보좌역으로 발탁된 홍희곤 부대변인이 이 지역 출마를 검토중이고 이 후보 법무특보를 지낸 김정훈 변호사도 뒤늦게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부산경남미래연대 대표인 강원석 마산대 겸임교수도 마산시 합포구에 사무실을 열고 이미 3년 전부터 표갈이에 열심이다.
[대구·경북]
최근 시지부장을 물려받은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가 ‘젊은 피’의 수혈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결성된 정치 아카데미 성격의 ‘화요 공부 모임’은 대표적인 이 특보의 인맥으로 노 대통령의 측근, 학자, 변호사 등 2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권형우 민주당 조직국장은 이 모임이 17대 총선의 ‘후보 풀’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간사를 맡은 김태일 영남대 교수, 이재용 전 대구시 남구청장, 배기찬 청와대 정책관리실장 등은 대구의 개혁신당 바람의 전위대로 손색이 없다.
이 모임의 공부방을 제공하는 김준곤 변호사도 노 대통령과 개인적 연이 깊다. 이창동 문광부 장관의 동생 이준동씨도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출마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측에서는 미래연대 공동대표인 권영진씨가 오래전부터 대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강재섭 의원의 언론특보인 신동철씨는 이미 대구 남구에 사무실을 열고 주말마다 표밭갈이에 열심이다. 한나라당 선거대책위 대외협력부위원장을 지낸 허성우씨는 경북 구미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주·전남북]
호남권에는 민주당 구주류에 대한 개혁세력의 표적 출마가 초점이다. 영남권이 전국정당 건설의 교두보라면 호남권은 여권 주류세력 세대교체의 장인 셈이다. 우선 구주류의 핵심인 정균환 원내총무의 전북 고창·부안에는 노 대통령의 언론특보를 지낸 장세환씨가 이미 출마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임종인 변호사도 거론되고 있다.
임 변호사는 노 대통령과 함께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등 개인적 연이 깊어 한때 국정원 기조실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다선 중진들을 겨냥 전북지역에서 ‘희망과 행동’을 구축한 연청 서울지부장 출신 김경민씨도 이 지역을 노리고 있다.
정 총무 못지 않게 신주류의 타깃이 되는 인물은 박상천 최고위원. 박 최고위원의 전남 고흥에는 우선 광주 부시장을 지낸 송재구 국민개혁당 위원장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송갑석 전대협의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상현 고문의 광주 북갑에는 전남대 삼민투위원장을 지낸 강기정씨가 출마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동교동계의 전갑길 의원(광주 광산)과는 운동권 출신으로 풀빛출판사 사장을 지낸 나병식씨가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국가균등발전위원회 김영집씨도 호남 출마를 검토중이다.
전북 ‘희망과 행동’ 5인조 중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와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고, 영국 유학으로 실력을 닦은 김현종씨는 3선 장영달 의원의 전주 완산을 노리고 있다.
원광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한의사 강익현씨는 4선 이협 최고위원의 익산에 도전장을 냈다. ‘DJ대통령직인수위’ 행정관을 지낸 이돈승씨는 김태식(4선) 국회부의장의 완주·임실에, 삼민투위원장 출신인 함운경씨는 경제부총리 출신 강봉균 의원의 군산에 각각 출마 예정이다.
이들 5명은 모두 2000년 총선 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민주당 후보에 이어 2위를 한 저력이 있어 다선 의원들도 신경을 적지 않게 쓰고 있다. 익산은 인구 증가로 분구 가능성이 높아 조배숙 의원도 출마가 예상된다.
김홍일 의원의 전남 목포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홍승태 민주당 미디어 지원단장, 정대철 대표 직계인 민영삼 부대변인이 출마를 검토중이다.
[대전·충남북·강원]
지난 9일 개혁신당 창당 지지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치인과 시민 사회단체 인사들이 17대 ‘젊은 피’ 혁명의 주축을 이룰 전망이다. 이 모임을 주도한 박영순 전 노무현 후보 정책보좌역, 선병렬 선대본 행정수도 홍보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비서관을 지낸 김서용씨 등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김서용씨는 충북 보은·옥천·영동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동우회(서울지역) 회장을 지낸 복기왕씨는 충남 아산을, ‘제3의 힘’ 운영위원장 출신으로 노무현 후보 충남 천안갑 선대위원장을 지낸 이규희씨는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전용학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
역시 ‘제3의 힘’ 운영위원 출신으로 제천 시민개혁포럼 기획정책실장을 지낸 박재구씨는 제천 출마를 노리고 있다. 이들 외에 박범계 청와대 민정2비서관, 대전 새날 합동법률사무소 김주현 변호사, 황인철 전 청와대 통치사료비서관 등도 출마 가시권이다.
한나라당에서는 한나라당보좌관협의회 회장, 이회창 총재 보좌역을 맡아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았던 정찬수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충북 제천·단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역시 이 후보 보좌역을 지낸 김해수씨는 강원도 강릉 출마를 준비중이다.
김영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