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형사가 다른 경찰서로 발령 나면서 사실상 중단돼 있던 MC몽 연루 ‘치과치료를 통한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 경찰은 8월 셋째 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인기 스타가 연루된 데다 ‘병역비리’라는 사안도 크다. 게다가 시기적으론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청문회까지 겹쳐 뒷말도 무성하다. 장장 13시간의 참고인 조사에선 무슨 얘기가 오갔고 앞으로 이 사건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살펴본다.
지난 952호를 통해 <일요신문>에선 본래 7월 초에 진행될 예정됐던 경찰의 MC몽(본명 신동현) 소환조사가 한 달 넘게 진행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기사화했다. 그 이유는 수사를 담당하던 형사가 서울 소재의 다른 경찰서로 인사 이동됐기 때문으로 외압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는 지난 6월 30일 이뤄진 2010년 하반기 총경급 정기 전보인사에 이은 대대적인 경찰 인사이동 때문이었다.
담당 형사뿐 아니라 서울지방경찰청(서울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 인원 상당수가 7월 중순에 바뀌었다. 당시 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담당 형사가 휴가 중”이라 답했지만 다른 서울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인사이동이 된 뒤 해당 병역비리 수사의 경우 담당형사가 결정되지 않아 인수인계도 되지 못한 채 수사가 중단된 상태였다고 한다. 연예계에선 사실상 수사가 종결된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였다.
수사가 재개된 것은 8월 셋째 주를 즈음해서다. 경찰은 MC몽 소환에 앞서 소속사 직원 등을 먼저 참고인으로 소환했고 MC몽에겐 참고인 조사를 위해 8월 19일 출두를 통보했다. 7월 중순 인사이동이 이뤄진 뒤 한 달 여 만에 수사가 재개된 것.
이를 두고 항간에선 경찰이 ‘조현오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몇몇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라 난처해진 경찰이 여론 환기용으로 MC몽 수사를 급하게 재개한 것 아니냐는 것. 조 내정자가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한 시점과 MC몽 관련 병역비리 수사 재개 시점이 묘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런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수사대 인원이 대폭 바뀐 터라 각종 인수인계가 이뤄지는 등 안정될 기간이 필요했고 일정 기간이 지나 수사를 재개한 것일 뿐이다”면서 “담당 형사 뿐 아니라 경제범죄수사대 전체가 이번 수사에 매진하고 있는데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단 그만큼 사안이 중대한 데다 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해 대대적인 ‘어깨 탈골 병역 비리’ 수사를 담당했던 터라 의욕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경찰이 MC몽에게 참고인 조사를 위한 소환을 통보했을 당시만 해도 MC몽 측은 소환 일자를 연기하며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그렇지만 한 달 반가량이 흐른 뒤 분위기는 달라졌다. MC몽은 예정 시간인 9시보다 한 시간 빠른 8시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서울경찰청에 출두해 결찰을 당황케 했다.
MC몽의 소속사 사정을 잘 아는 한 연예관계자는 처음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MC몽이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어 논란이 불거지면 군 입대를 자원하겠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괜한 의혹에 휘말리느니 깔끔하게 군에 입대해 차라리 휴식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1박2일’ 제작진 역시 이런 분위기로 인해 당시 MC몽의 출연 분량을 최대한 적게 편집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변호사와 상담한 뒤 입장을 바꿨다. 치료를 위한 불가피한 발치였던 만큼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고 관련 자료도 충분히 확보해 놓은 것. 게다가 경찰 인사이동으로 한 달 반가량의 시간이 주어지면서 경찰 소환에 대비할 시간도 충분했다. 이런 까닭에 MC몽과 함께 서울경찰청에 출두한 변호사가 엄청난 양의 자료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이번 수사의 핵심은 의도적인 발치였느냐 하는 점이다. 경찰 수사는 병역기피 목적으로 치아 발치를 해주는 치과 병원들이 있고 이와 관련된 브로커가 활동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이미 담당 수사대가 지난 해 담당했던 ‘어깨 탈골 병역 비리’ 수사와 비슷하다. 처음부터 MC몽이 수사 시작점은 아니었고 의혹을 받고 있는 치과를 내사하는 과정에서 MC몽이 혐의선상에 오른 것이다. 그렇지만 혐의를 받고 있는 치과의사는 MC몽을 비롯한 환자들의 치아 발치는 치료 목적으로 이뤄졌으며 치료 당시에는 병역 면제 기준도 잘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미 다른 치과의사들에게 MC몽의 엑스레이 등 진료기록을 보여줘 의도적인 발치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MC몽 측은 “치아로 인해 군 면제를 받은 것은 사실지만 그 과정에 불법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 치과에서 모든 이를 뽑은 게 아니고 여러 곳의 치과에서 각각 발치했다며 의혹을 받고 있는 치과가 아닌 다른 치과에서 발치한 진료 기록 등을 자료로 준비해 참고인 조사에 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입장에선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내사 도중 그 내용이 매스컴에 알려진데다 어렵게 참고인으로 소환해 13시간이나 조사했음에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할 경우 괜한 구설수를 피해가기 힘든 것. 혐의가 밝혀진다 할지라도 경찰 내부사정(인사이동)으로 참고인 조사를 미루며 수사를 질질 끌었다는 부분이 괜한 ‘조현오 구하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