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과연 뭘까?” 보면 볼수록 궁금하게 만드는 이상한 모양의 구조물이 서울 뚝섬유원지에 하나 있다. 마치 커다란 달팽이관 같기도 하고, 미래의 주택을 누군가가 실험적으로 만든 것 같기도 한 이것의 정체는 ‘자벌레’. 뚝섬유원지의 전망대이자 카페, 음식점, 갤러리의 1인 다역을 마다 않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원래 자벌레는 나방의 한 종류인 자나방의 애벌레. 길고 가는 원통형 몸통을 가진 이 녀석은 꽁무니를 머리에 갖다 대고 몸을 길게 늘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지난해 10월 ‘태어난’ 뚝섬의 자벌레는 건축가 권문성 성균관대 교수가 자벌레를 테마로 만든 건축물. 종이학을 닮은 양화대교의 카페와 다리 밑에 매달린 광진교의 유리집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총길이 243m, 높이 21m의 이 거대한 자벌레는 서울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와 이어져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자벌레는 뚝섬유원지 3번 출구의 연장이다. 한강시민공원으로 바로 이어지는 유일한 이 뚝섬유원지역에서 자벌레는 조금 더 강변에 가깝게 사람들을 데려간다.
자벌레는 총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상으로부터 10m쯤 높이에 있는 1층이 전망대 겸 갤러리, 2층이 카페, 3층이 음식점이다. 그중 주목할 것은 각종 전시와 행사가 열리는 1층이다. 한낮의 여유로운 한강 풍경이나 저뭇해지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 청담대교 야경을 감상하려는 전망대 이용객이 아니더라도, 보고 즐길 만한 각종 기획으로 멀리서라도 일부러 찾도록 만드는 공간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한강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이달 말까지 계속되는 이 페스티벌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 전시와 체험이 주를 이룬다.
먼저 EBS에서 방영하는 <부릉부릉 부르미즈> 영상과 제작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시승 가능한 부르미즈 캐릭터 인형을 설치해 인기다. 애니메이션 <딸기가 좋아>의 캐릭터와 조형물도 전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이너의 작품 60점도 함께 선을 보이고 있다.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캐릭터 세트도 있다. ‘키티 마을 디오라마’ 세트와 캐릭터들이 걸음을 잡아챈다. 이 자리에서는 제작자인 김문준 감독으로부터 제작과정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옆 공간에는 MBC 리얼버라이어티 <무한도전> MC들의 찰흙인형들도 있다. 캐릭터들이 워낙 무한도전 멤버들의 특징적 요소들을 잘 잡아내 호응이 높다. 수묵으로 풀어낸 역대 대통령 캐리커처전도 볼거리다. 정창일 씨의 작품들로 펜으로 그린 것들보다 훨씬 선이 부드럽고 포근하다.
체험행사도 빠질 수 없다. <딸기가 좋아> 캐릭터를 이용해 배지와 부채, 3D 입체안경 만들기 체험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수~일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어진다.
한편, 자벌레에서는 다양한 입체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자벌레의 머리 부분에 3D와 4D 상영관이 있다. 3D관에서는 <딸기가 좋아>, <사비의 꽃>, <원더풀 데이즈>, <부르미즈>, <외계인 붐붐> 등 애니메이션과 애니의 역사 등 애니메이션 관련 다큐를 상영 중이다. 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4D관에서는 <숲의 전사 코니>, <내 친구 큐빅스> 등이 매주 금, 토, 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영된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서울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 ▲문의: 뚝섬지구 관리사무소 02-378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