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리혈관이 막히는 것이 말초동맥질환이다. 50대 이상의 당뇨환자나 55세 이상이면서 흡연을 하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면 요주의 대상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가장 주된 증상은 다리의 통증. 처음에는 100m 정도를 가고 난 뒤 증상이 생겼다면 심해질수록 거리가 짧아지게 된다. 50m만 가도 아프다가, 더 심해지면 20m만 가도 아픈 식이다.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이 막히는 것처럼 쉽게 말하면 다리혈관이 막히는 것이 말초동맥질환이다. 혈관이 막혀 움직이는 데 필요한 산소와 에너지원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통증이 나타난다. 동맥경화가 원인인 만큼 이미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위험 요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우에는 요주의 대상이다. 특히 50세 이상의 당뇨 환자나 55세 이상이면서 흡연을 하거나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3~5년에 한 번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때는 증상이 없을까. 증상이 심해지면 가만히 있을 때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는 다리에 궤양이나 괴사가 생겨서 절단을 해야 되는 등 심각한 상태인지 봐야 한다.
통증 외에도 다리가 저리거나 발이 차고 창백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저린 증상으로 인해 디스크(추간판탈출증)나 척추관 협착증 같은 척추질환으로 오해하기도 한다”는 것이 민필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민필기 교수의 설명이다.
또는 흔한 관절염으로 생각해 방치하다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한 채 그대로 두었다가는 하지 절단 등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기도 한다. 허리나 관절에 이상이 없는데 다리 저림이나 통증 등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말초동맥질환이더라도 초기에는 증상이 전혀 없고, 심해지더라도 다리통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한다.
말초동맥질환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2배 정도 많고, 9~11월에 가장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말초동맥은 뇌혈관, 관상동맥 같은 혈관의 상태와 서로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환자가 말초동맥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는 약 30%이며, 말초동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관상동맥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는 30~50%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말초동맥질환 환자의 주된 사망원인 또한 심혈관계 질환이다.
만약 검사 결과, 말초동맥질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심장이나 뇌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리동맥이 막힐 정도가 되면 이미 심장이나 뇌혈관이 막혀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말초동맥질환으로 진단된 경우 약 절반 정도에서 심장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이 동반돼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기에 이상을 발견할 수 있을까. 검사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정확한 것은 CT나 MRI를 이용한 혈관조형술 검사다. 하지만 검사비용이 비싼 편이므로 의사와 상의해 필요한 경우에만 이들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쉽게 다리동맥의 상태를 알아보려면 발목과 종아리,허벅지의 혈압을 측정해서 팔에서 잰 혈압과 비교하는 방법이 있다. 다리의 혈관이 막히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혈압이 낮게 나오는 것이다.
민필기 교수는 “원래는 다리에서 잰 혈압이 비슷하거나 조금 높게 나오는 것이 정상”이라며 “다리의 혈압이 팔의 혈압보다 10% 이상 낮게 나오면 동맥경화로 인해 혈관이 좁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맥경화 협착검사로 알려져 있는 ABI(Ankle Brachial Index)는 발목의 수축기 혈압을 팔의 수축기 혈압으로 나눈 수치로, 0.91~1.3이 나오면 정상, 0.7~0.9는 경도, 0.4~0.69는 중등도, 0.4 미만은 중증 말초동맥질환으로 본다.
치료방법은 다리동맥이 막힌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가볍고 막힌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경우라면 약물치료와 함께 금연 그리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나타나거나 혈관이 거의 막힌 경우라면 스탠트 등으로 막힌 혈관을 넓혀주는 수술을 고려한다. 환자의 몸에서 정맥을 조금 떼어내서 막힌 부위를 대체하도록 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동맥경화가 주범이므로 심장, 뇌혈관만 신경 쓰기보다는 다리를 포함한 온몸의 혈관건강에 관심을 가진다. 동맥경화는 한두 곳이 아니라 온몸의 혈관에 다 똑같이 온다. 특히 혈관의 노화가 시작되는 중년 이후에는 혈관건강을 챙겨야 하고, 평소 고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3대 사망원인은 암과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으로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 암을 제외한 나머지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은 동맥경화로 인해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병이다.
때문에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같은 동맥경화의 위험요인을 멀리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방법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말초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무려 20배 이상 높아진다. 게다가 말초동맥질환 환자 중 흡연자의 10년 생존율은 46%인데 반해, 금연자는 82%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므로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도 금연이 필수적이다.
혈관의 나이는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심장협회는 2008년 혈관 나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평소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운동선수들의 혈관을 비교한 결과, 60대 운동선수의 혈관이 실제 나이보다 반 정도 젊으며 혈관 기능 또한 젊은 사람 못지않게 활발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운동이나 식습관 등 생활습관을 바꾸면 얼마든지 혈관의 나이를 젊게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혈관을 생각한다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먹는 게 좋다. 이들 식품은 칼로리가 적으면서 섬유질이 풍부해 심장병, 고혈압 등의 위험을 줄여준다. 고기를 먹을 때는 포화지방이 많은 기름진 부위보다는 살코기를 고른다.
운동도 혈관의 나이를 젊게 만든다. 혈관 속의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다만 하루 30분 이상, 주 4회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다. 운동을 할 때는 전후로 맨손체조나 가벼운 조깅, 스트레칭 등 유연성을 높이는 운동을 반드시 해준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민필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