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지난 3일 열린 제7회 거제 전국합창경연대회에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뽐내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지난 몇 년 사이 다양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TV를 통해 방영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렇지만 KBS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은 조금 특별하다. 특히 멤버들이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에 하나하나 도전해가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커다란 감동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남자의 자격’은 합창단으로 하모니를 이루려고 한다.
현장에서 직접 바라본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도전은 얼마나 리얼하고 또 얼마나 감동적일까. 합창단원으로 선발돼 당당히 솔리스트가 된 선우가 그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제7회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가 열린 9월 3일, 거제문화예술회관대강당 ‘남자의 자격’ 팀 좌석에 동료들과 함께 앉은 선우는 가장 먼저 진지한 표정으로 기도를 했다. 대회 하루 전 지휘자 박칼린이 그를 솔리스트로 발표하면서 부담이 더욱 커진 것.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활동 중인 그는 성악을 전공한 뒤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해온 실력파다. 그 진가를 박칼린이 제대로 알아 본 것. <일요신문> ‘느낌이 좋아’ 코너에도 소개됐던 인연으로 선우는 두 달 동안의 연습 기간부터 운명의 대회 당일까지의 이야기를 <일요신문>에 들려줬다.
“과연 얼마나 리얼인지가 정말 궁금했어요. 그런데 정말 100% 리얼이더라고요. 촬영 위주로 연습이 진행된 게 아니라 우리가 연습을 하면 제작진이 조용히 그 모습을 촬영하는 형식이었거든요. 우린 언제 촬영이 시작되고 끝나는지도 몰랐을 정도예요.”
더 큰 놀람은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진지함이었다고. 심지어 악보조차 볼 줄 모르던 멤버들이 너무 진지하고 열심히 연습해 나름 노래를 잘한다고 선발된 다른 합창단원들이 긴장해 더 열심히 연습했어야 했다.
역시 가장 큰 궁금증은 브라운관을 통해서가 아닌 촬영 현장에서 직접 접한 ‘남자의 자격’ 멤버들의 모습이다. 우선 이경규. 방송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는 정말 대장이다. TV에선 개그맨답게 웃긴 모습도 자주 선보이지만 곁에서 본 그는 아주 진지한 캐릭터다. 연습 분위기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집중하자”며 분위기를 다잡았고 MT를 갔을 땐 신인 연예인이 상당수인 합창단원들에게 자상하게 연예계 활동에 대한 조언의 말도 많이 해줬다고 한다.
김태원은 방송에서 보이는 것처럼 실제로 체력이 약해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그렇지만 로커답게 듣는 귀가 탁월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테너 파트를 이끌며 혼신을 다했다고.
방송에선 이경규와 김태원이 연습에 소홀하며 꾀를 부리는 듯한 모습이 자주 보였지만 실제론 가장 열심이었다고. 악보도 잘 보지 못하던 이경규는 연습 기간 동안 가장 열심히 악보를 본 멤버였고 오랜 기간 그룹 리더로 활동해 지휘자의 심정을 잘 아는 탓에 김태원은 박칼린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 늘 그를 챙겨 줬다고 한다.
선우는 김국진을 정말 수줍은 많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연습이 끝나면 특유의 착한 웃음으로 고생 많았다고 얘기하는 모습이 단원들에게 따스한 힘이 돼 줬다고 한다.
이윤석은 선후배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행여 합창단원들이 때론 무서운 이경규와 김태원을 오해할까 싶어 “형님들이 표현을 잘 못할 뿐이지 정말로 합창단원들을 많이 생각하신다”는 얘길 들려주곤 했다고.
‘남자의 자격’에서 쉴 새 없이 오버하는 캐릭터를 선보여 배우로 활동하던 당시의 진중함과는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준 김성민. 선우는 그를 매사에 정말 열심인 사람이라 얘기한다. 방송과 실제 모습의 차이점이 있다면 조용할 땐 정말 조용하고 진지하다는 것.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처진다 싶으면 주저 없이 나서 분위기를 띄우는 능력이 매우 출중하다고 한다. 그런데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이 주로 방송을 타면서 오늘 날의 ‘잠시도 가만 안 있는다’ ‘늘 오버한다’는 캐릭터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선우와 윤형빈은 <연예가중계>에 1년가량 함께 출연하며 친분을 다진 사이다. 이런 윤형빈에 대해 선우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예의바른 연예인’이라고 말한다. 선배 멤버들을 챙기는 것은 물론 합창단원들까지 그는 연습 내내 주위 사람들을 돌보느라 분주했다. <개그콘서트>에서의 왕비호 캐릭터와 실제 윤형빈은 정확히 정반대의 이미지라는 게 선우의 설명이다.
또 하나의 화제는 오디션을 통해 합창단원으로 선발된 개그우먼 정경미다. 그는 윤형빈과의 공개 연애 중이라 합창 연습이 또 하나의 뜻 깊은 데이트가 됐다. 혹시 연습 과정에서 이들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선우는 그런 에피소드가 생기기엔 연습 분위기가 너무 진지했다고 답한다.
선우를 비롯한 합창단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로 합창 연습에 최선을 다했다는 ‘남자의 자격’ 멤버들. 도대체 그들이 주어지는 도전 주제마다 혼신을 다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분들은 이미 마라톤, 지리산 등정 등 다양한 도전에서 얻은 감동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듯해요. 우리 합창단원들 역시 힘든 연습 과정을 거쳐 서서히 하모니를 이뤄내며 느낀 감동, 그런 모습에 대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접한 뒤의 희열이 대단했어요. 그 감동을 또 느끼고 싶어서, 또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최선을 다하시는 것 같아요.”
아마추어 합창단 경연대회지만 20개의 참가팀은 모두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스무 팀 가운데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남자의 자격’ 팀은 정말이지 후회 없는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다양한 율동을 곁들인 만화주제곡 메들리는 관객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늘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던 ‘남자의 자격’ 멤버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 위를 지켰고 그 진지함이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어쩌면 ‘남자의 자격’이 가진 진정한 힘이 바로 이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남자의 자격’ 팀은 죽기 전에 해야 할 또 하나의 일을 리얼하게 끝마쳤다.
거제=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