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콘드리악’이란 인터넷(온라인)을 의미하는 ‘사이버(cyber)’와 지나치게 건강을 염려하는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하이포콘드리아(hypochondria)’를 결합해서 만든 신조어다.
즉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스스로 진단한 후 지레 겁을 먹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걸리지도 않은 병에 걸렸다고 착각하거나 혹은 자신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상상하면서 괴로워한다. 이를테면 일종의 건강염려증인 셈이다.
사이버콘드리악은 사전으로 유명한 ‘웹스터’사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 후보 가운데 하나였을 정도로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영국의 ‘인게이지 뮤추얼’ 생명보험사에서 3000명의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얼마나 많은 현대인들이 사이버콘드리아에 빠져 있는지를 여실히 나타냈다.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오진을 내리거나 심지어 자신이 죽을병에 걸렸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10명 중 6명이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가기 전에 먼저 컴퓨터 앞에 앉아 ‘구글’을 뒤적인다고 응답했으며, 또 이 가운데 절반은 인터넷 검색 후 자신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며 지레 겁을 먹은 적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조사 결과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착각하는 병은 심근경색이었다. 가슴 부위의 통증을 느낀 적이 있었던 5명 중 1명이 인터넷을 통해 자가진단을 한 후 자신이 심근경색 초기라고 믿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이밖에도 단순한 소화불량 증세를 식중독이라고 믿거나 감기 증상을 독감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응답자의 3분의 1은 일반적인 두통을 편두통이라고 착각했는가 하면, 편두통 증상으로 고생한 사람들 6명 중 1명은 자신이 뇌종양일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밖에도 배가 아프면 무조건 맹장염이라고 상상하거나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증세를 폐질환 초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인게이지 뮤추얼’의 티나 클레어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중 46%가 언젠가 불치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경미한 증상들이 혹시 심각한 질병의 초기증세는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물론 인터넷이 훌륭한 정보원인 건 맞지만 몸이 아플 때에는 인터넷을 뒤지기보다는 병원을 찾아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괜한 걱정과 상상 때문에 오히려 없던 병도 생긴다면 분명히 억울할 터. 혼자 끙끙댈 것이 아니라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것이 건강을 챙기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