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모든 게 끝나는 것일까. 기자회견을 통해 일방적인 사과 내용의 각서를 공개했던 최희진은 바로 다음 날 말을 뒤엎어 눈길을 끌었다. 강압에 의해 각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임신 낙태 모욕 폭행 등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온 것들이 모두 사실이라 주장한 것. 이에 결국 태진아 측은 각서 작성 과정에 강압이 없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대화 내용 녹취록을 공개했고 최희진 역시 미니홈피를 통해 아이를 가진 적도 없으며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최희진이 거듭해서 입장을 바꾸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최희진에게 궁금증들을 직접 물었다.
지난 7일 밤 태진아 측에서 갑작스럽게 연 기자회견을 찾은 기자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연 기자회견을 통해 태진아 측에서 무슨 내용을 공개할지 관심이 높았던 데다 최희진의 부모만 참석할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최희진이 직접 모습을 나타내 날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그렇지만 강남 서초동 법무법인 원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최희진이 작성한 일방적인 사과 내용의 각서만 공개하는 자리였던 터라 제대로 된 질의응답도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기자들은 이미 태진아가 모든 상황을 정리해놓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논란을 종식하려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자회견이 아닌 일종의 쇼에 초대된 것 같다며 언짢은 반응을 보인 취재진도 있었다.
그렇지만 쇼는 실패로 돌아갔다. 미니홈피에 사과가 아닌 화해였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최희진이 <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각서는 태진아가 자신의 부모님을 협박해서 작성된 것이며 낙태는 사실이라 주장하고 나선 것. 상황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최희진이 입장을 바꾼 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최희진의 부모가 이미 지난해 태진아에게 돈을 받았고 이로 인해 최희진이 각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근거는 최희진이 올해 초 지인의 미니홈피에 작성한 글 때문이다. 이글에서 최희진은 친엄마가 태진아한테 돈을 받았는데 1년 동안 이를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자신을 걱정해서 말린 것으로 알았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토로했다. 최희진이 각서 작성 이유를 부모님이 협박을 당해서라고 밝히면서 결국 그때 최희진의 어머니가 받은 돈이 문제가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된 것이다.
<일요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희진은 “그렇지 않아도 엄마한테 왜 그 거지 같은 돈을 받았냐고 따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각서 작성 과정에서도 최희진의 모친이 받은 돈과 관련된 대회가 오갔다. 태진아 측이 공개한 당시 대화 녹취록에 의하면 태진아가 “아프다고 하기에 같은 부모 입장에서 200만 원을 전했다”고 말했고 이에 최희진은 “난 그것도 모르고 선생님을 정말 저주했다”며 사과했다.
최희진 논란에서 가장 화제가 된 글은 ‘하하호호’ 글로 알려진 지난 2009년 6월 14일 그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일할 땐’이란 제목의 글이다. 이 글에는 “국민가수 태진아 선생님께 이것저것 잔소리하고 주문한 건 내가 최초라고 함. 흐흐흐흐흐” “하지만 선생님도 곡이 흡족하게 나와서 기뻐해 주셨다. 칭찬해 주셨다. 히히히히히” 등의 문구가 담겨 있다. 최희진이 그동안 2008년 12월께 낙태를 강요하는 태진아와 몸싸움을 벌이던 도중 아이를 유산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 글에 의하면 유산하고 6개월여가 흐른 시점에서 최희진에게 태진아는 ‘국민가수’이며 ‘선생님’으로 뒤바뀌어 있었던 것. 이 미니홈피 글이 매스컴을 통해 공개되면서 최희진을 향했던 대중의 동정어린 시선이 금세 의혹으로 돌변했다.
이에 대해 최희진은 “아기를 지우고 미안했는지 태진아 씨가 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내 딸 같은 아이라고 소개하고 다녔다”면서 “날 소개하면서 앞으로 자기 노래 작사를 모두 맡을 것이며 이루의 타이틀곡도 모두 내가 쓸 것이라 말했다”고 얘기했다. 결국 이렇게 태진아와 최희진 사이에 해빙 무드가 감돌았고 이로 인해 최희진 역시 마음을 풀고 태진아를 국민가수이자 선생님이라 부르며 ‘흐흐흐’ ‘히히히’ 등의 표현을 썼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해빙 무드는 또 깨지고 말았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최희진은 “아마도 내 입막음을 하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일본으로 진출한 뒤 나를 철저하게 모른 척했다”면서 “큰 실수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진아가 일본 가요계로 진출한 것은 2009년 8월로 최희진이 ‘일할 땐’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두 달 뒤다.
이즈음 최희진과 태진아의 해빙 무드가 깨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최희진이 지인의 미니홈피에 모친이 태진아에게 돈을 받았다는 글을 쓴 것은 2010년 1월인데 그 글에는 태진아를 고소하려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런 최희진의 분노는 결국 이루가 군 생활을 마치고 가요계로 컴백한 뒤인 지난 8월 말에 폭로전으로 연결된 것이다.
다만 이런 최희진의 대응에선 의문점이 남는다. 그가 분노하고 있는 것이 임신 이후 낙태 강요 및 유산, 이루와의 결별을 요구한 태진아의 모욕적인 언사와 폭행이었는지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 그런 일이 있은 뒤 태진아와의 관계는 복원됐었지만 태진아가 일본 진출 이후 자신을 모른 척하면서 최희진이 다시 분노하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태진아의 진심 어린 사과와 애정 어린 행동에 마음이 녹았지만 그것이 모두 가식이었다고 느껴 더 분노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태진아와의 좋은 관계를 통해 뭔가 다른 것을 얻으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최희진이 또 한번 사과하고 전말을 밝히면서 마무리될 분위기다. 최희진이 지난 10일 미니홈피를 통해 “저는 이루의 아기를 가진 적이 없습니다. 아기를 가질 수도 없습니다. 나팔관 유착이라고…. 그러므로 유산한 적도 없게 됩니다”라고 밝히며 “태 선생님은 제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협박은 없었습니다. 돈으로 이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한 것도 사실입니다. 나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사실상 사과한 것.
그렇지만 그동안 최희진이 워낙 자주 말을 바꿔 또 한 번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태진아 측은 각서 공개 이후 무대응으로 일관해왔지만 최희진이 거듭 각서 작성 과정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자 당시 대화 대용 녹취록 공개로 맞섰다. 다시 최희진이 미니홈피를 통해 자신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밝히면서 더 이상의 대응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또 다시 입장을 바꿀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