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프로그램 사상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M.net의 가수 발굴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2>. 지상파 시청률을 능가하는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 덕분에(?) 출연자들의 태도 논란 또한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역예선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던 가수 옥주현은 선배 가수 현미의 말을 잘라가며 시종일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며 네티즌들의 지적을 받았는데, 당시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현장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고, 프로다운 심사를 했을 뿐”이라며 옥주현을 옹호한 바 있다. 또 함께 출연했던 선배 가수 현미 역시 인터뷰를 통해 “그 나이 땐 다 자기 주장을 밝히고, 혈기왕성한 시기”라며 “만일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빴다면 녹화 현장에서 바로 얘기했을 것”이라고 옥주현의 태도에 별 문제가 없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옥주현뿐 아니라 한 일반인 출연자 역시 태도 논란에 시달리다 결국 그의 부모가 나서 네티즌들의 자제를 부탁한 일도 있었다.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네티즌들의 악플 세례를 받아야 했던 김그림 씨의 아버지가 방송이 나간 직후 딸의 미니홈피에 직접 “피눈물이 난다. 제발 자비와 용서를 베풀어 달라”는 글로 네티즌들에게 사과 아닌 사과를 한 것. 현재 김그림 씨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종 본선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정식 데뷔를 앞두고 태도 개선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과제를 안게 됐다.
해당 프로그램의 한 제작진은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다보면 악플을 비롯한 각종 이슈거리가 터지곤 하는데, 이번 일들 또한 그런 맥락일 뿐”이라며 “일각에서 일고 있는 노이즈마케팅이나 제작진의 의도적인 편집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애초에 태도 논란으로까지 번질 사항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
일부 연예관계자들은 연예인들의 태도 논란을 두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곤 한다. 편집으로도 막을 수 없는 연예인들의 거만함과 무례함이 시청자들의 눈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공중파 방송의 한 제작진은 최근 태도 논란에 시달린 바 있던 가수 A를 “충분히 논란거리가 될 만한 불성실한 태도로 방송에 임하곤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제작진은 A와 함께한 특집방송을 맡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촬영이고 촬영 현장이 가수들이 오르는 음악 무대가 아닌 만큼 힘든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A는 정말 밉상 그 자체였다”라는 그는 “제작진의 전달사항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연예인은 처음 봤다”라고 말한다. 이 제작진은 A의 모습에 현장에 있던 많은 일반인들도 실망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A의 매니저에게 이럴 거면 왜 섭외에 응했냐고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A의 매니저가 “각종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애써 출연한 건데 이번에도 A가 통 말을 못 알아듣는다”며 “나도 이젠 포기상태다”라고 말해 오히려 매니저가 안쓰러워 보였다고 한다.
데뷔 16년차 가수 김종국에게도 태도 논란으로 인해 가수 활동에 위기를 맞아야만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김종국이 몸담았던 그룹 터보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1998년 말. 당시 KBS에서 주관한 ‘한중일 콘서트’에 초대된 터보는 무대 위에서 불성실한 매너를 선보였다는 이유로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자료 화면을 보면 김종국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립싱크를 하며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퇴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태도는 곧 콘서트에 관계되었던 고위층들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조치가 바로 연제협의 제재 조치였다. 당시 터보는 영구제명 위기에까지 몰리며 약 1년 동안 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김종국은 당시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김종국은 인터뷰를 통해 “당시 방송 전 제작진과의 작은 마찰이 있었고, 이를 참아가며 무대에 올랐으나 결국 무대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면서 “이유야 어찌됐건 가장 반성을 많이 한 시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리포터들은 미처 논란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연예인들의 불성실한 태도를 수없이 목격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신인 리포터는 얼마 전 그룹 B와의 인터뷰에서 눈물까지 흘려야 했다. 인터뷰 직전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B의 멤버들은 애꿎게도 리포터에게 화풀이를 해댔는데 육두문자는 물론 성적 농담까지 입에 올리는 바람에 이 리포터는 인터뷰 직후 눈물을 쏟고 말았던 것. 그는 내심 B와 인터뷰하며 생긴 일들이 방송에서 편집되지 않고 나가길 바랐지만 실제는 인터뷰가 예쁘게 포장돼 방송을 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내심 시청자들이 복수라도 해주길 바랐던 기대마저 여지없이 무너진 이 리포터는 “방송만 보면 사람들이 B가 정말 착한 줄 알 거 아니에요?”라고 항변했다.
한편 또 다른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한 제작진은 인터뷰를 나눈 연예인이 다소 거만한 태도로 일관해도 최대한 편집에서 배려해주지만, 정도가 심할 경우엔 편집을 통해 소심한 복수를 한다는 재미있는 얘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몇 년 전 톱스타 C의 촬영 현장을 찾았다는 이 제작진은 인터뷰를 앞두고 거만한 태도와 각종 요구 사항으로 심기를 불편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제작진은 C가 인터뷰 도중에도 리포터의 각종 질문과 부탁을 거만하게 거절하는 모습을 모조리 화면에 담아 방송에 내보냈다고 한다. 내심 C의 태도 논란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 반대였다. 오히려 태도 논란은 C가 아닌 해당 리포터에게 쏟아진 것. 시청자 게시판에는 “왜 그딴 걸 물어보고 앉아있습니까?” “C가 싫다는데 왜 자꾸 시킵니까? 개념이 없나요?” “리포터들은 교육 안 시킵니까?” 등의 글만 올라왔다고 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