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대학교 강내영 교수
[부산=일요신문] 경성대학교(총장 송수건) 연극영화학부 강내영 교수가 집필한 신간 ‘인도, 영화로 읽다’(국립아시아문화원)가 출판됐다.
국립아시아문화원의 출판지원을 받은 이 책은 13억의 인구에 한반도의 열다섯 배에 달하는 330만㎢의 영토를 가진 거대한 나라이자, 매년 2,00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세계 최대의 영화제작국인 인도를 영화의 창을 통해 소개하는 대중적 학술서다.
강내영 교수는 그 동안 ‘중국영화의 오늘 – 영화대국에서 영화강국으로’, ‘중국 청년감독 열전 – 미지의 청년감독을 찾아서’ 등의 저서를 비롯, ‘일본 청년 영화의 전형–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론’, ‘민주주의 이행기, 저항과 동화 사이의 강박증: 인도네시아 청년감독 조코 안와르론’등 다수의 학술논문을 저술한 국내의 대표적인 아시아영화학자다.
강내영 교수는 해마다 적지 않은 인도영화들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마살라 음식만큼이나 낯설고 독특한 향취의 영화로 수용되고 있는 인도영화를 우리의 시선으로 차분히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인도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상대적으로 미진한 한국 영화학계의 현실 속에서, 단순한 해외서적의 편역에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인 시선으로 인도영화를 분석하고 연구한 거의 최초의 저술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강내영 교수는 인도영화가 뭄바이 지역의 발리우드(Bollywood) 영화 외에 사실주의 예술영화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발전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에 주목하면서, 이를 “힌디 주류이데올로기를 내포하는 ‘발리우드 영화’와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영화’가 공존하는 ‘양극성(兩極性)의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강내영 교수는 인도 영화의 ‘양극성의 예술’을 중심으로 인도 영화의 어제와 오늘을 상세하게 서술했다. 현재 인도 영화를 대표하는 주요 작품과 감독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21세기 ‘뉴 인디언 시네마’의 부상과 새로운 도전에 대해 조망했다.
강내영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인도 영화의 세계로 안내했다. 강 교수는 인도 영화가 지닌 산업적 측면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3,300개 이상의 언어와 다양한 인종/민족, 종교의 공존, 장대한 역사가 빚어낸 예술 콘텐츠로서의 특징에 주목했다.
강 교수는 주목할 만한 최근 인도 영화 대표작들도 구체적으로 분석해 이를 뒷받침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할리우드나 국내 주류 상업 영화에 익숙한 영화 취향을 좀 더 풍부하게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최근 21세기 인도영화의 새로운 변화상을 ‘글로벌 지향의 영화’, ‘힌디 주류문화의 균열’, ‘신진 청년감독의 부상’으로 요약했다.
먼저 ‘글로벌 지향의 영화’는 강력한 영화시장 경쟁자인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넘어서기 위해 발리우드를 중심으로 장대한 스펙타클과 특수효과를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카타르시스(catharsis) 단계를 갖춘 전형적인 상업적 서사구조를 더욱 정밀하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2000년대 이후 인도영화는 카스트제도, 가부장제와 같은 사회적 차별과 억압이 동반된 힌디 전통문화의 균열이 본격적으로 발견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젠더의식에 큰 변화가 일면서 남성에 종속되지 않고 주체적이고 당당한 ‘안티-파티브라타(Anti-Patibrata)’ 여성상을 구현하는 여권(女權) 신장과 민주주의 가치관의 발전을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끝으로 발리우드 청년감독 마니쉬 샤르마 감독과 벵골 영화감독 수만 고시 감독과 같은 ‘용감한 청년감독(Brave Youth Director)’이 인도영화의 미래를 열어가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최근 21세기 인도영화의 흐름을 ‘뉴 인디언 시네마(New Indian Cinema)’로 정의하고 있다.
‘인도, 영화로 읽다’는 인도영화와 인도문화에 대한 자세한 안내서이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인도영화인들의 고뇌와 예술정신을 생생하게 담은 최초의 본격적인 대중적 학술서적이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