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군은 인구가 늘고 도시 규모가 커졌지만, 교육 선택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I·IT·조리·관광 등 진로에 맞춰 특성화고를 선택하려는 학생들은 늘고 있지만, 정작 기장에는 특성화고가 단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부산 도심까지 왕복 2시간이 넘는 통학 부담을 안고 있다.
기장에서 해운대 지역 특성화고로 매일 딸을 통학시킨다는 학부모 A 씨는 “특성화고 유치는 단순히 학교 신설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라며 “한창 성장하고 공부해야 할 시기에 아이들이 길 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장 학부모들은 “공부 못하면 특성화고에 간다”는 낡은 인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 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특성화고를 바라보는 인식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서은영 계성여고(구 계성여상) 학교운영위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과거 특성화고가 단순 취업 중심 교육기관으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취업 후 진학, 대학 연계 과정, 산업체 특별전형 등 다양한 진로 선택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이어 “AI·반도체·IT·영상·조리·디자인·드론·외국어 등 미래 산업과 연결된 실무형 교육 수요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둘째 아이도 특성화고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성여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자녀가 영어와 국제교류 활동은 물론 조리·제작 활동에 높은 흥미와 몰입을 보이고 있어, 특성화고 교육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부모들은 “특성화고는 아이의 적성과 재능을 존중하는 또 하나의 교육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학교가 아니라 자신의 진로를 더 일찍 탐색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늘어나는 인구, 멈춘 교육 다양성
기장군은 부산에서 강서구와 함께 대표적인 인구 증가 지역으로 꼽힌다. 일광신도시 개발과 오시리아 관광단지 조성 등으로 젊은 세대 유입이 이어지면서 학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진로 선택을 뒷받침할 특성화고는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중3 아들을 둔 기장군 일광읍 거주 학부모 B 씨는 “일반고를 원하는 학생도 있지만 특성화 교육이 필요한 학생도 있다”며 “하지만 지금 기장의 아이들은 선택권 자체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적성과 무관한 학교를 선택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학부모들은 설명한다. B 씨는 “특성화고 유치는 단순히 학교 하나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너의 꿈도 존중받는다’는 메시지를 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장 학부모들은 최근 지역 교육 현안을 바라보며 더욱 무거운 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장안고등학교 이전에 따른 ‘후적지’ 활용 논의가 나오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이곳을 “마지막 희망”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다. 학부모 C 씨는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기장형 특성화고 모델’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장 학부모들은 오는 6·3지방선거를 지역 교육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교육감 선거는 현직이자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김석준 후보와 보수진영의 최윤홍·정승윤 후보 등 삼자 구도가 형성돼 있다.
기장 지역 학부모들은 “새롭게 선출될 부산 교육의 수장이 반드시 기장군 특성화고 유치 문제를 핵심 교육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hagija488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