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하면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이 떠오르게 마련이지만, 경기도 안산시 도심에도 제법 괜찮은 메밀꽃밭이 있다는 사실. 그것도 모든 이들에게 완전 개방된 그런 메밀꽃밭. 이름하여 ‘꽃풍의 언덕’.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 하얀 메밀꽃밭 산책이나 한번 떠나볼까.
안산시 고잔동과 사동에 걸쳐 있는 호수공원. 지난 2006년 3월 개장한 시민의 쉼터다. 무려 66만㎡(20만 평)에 이르는 이 근린공원에는 6만 6000㎡(2만 평) 규모의 호수를 비롯해 갈대습지, 체육광장, 공연장,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다. 공원 주변으로 안산천과 화정천이 흐르는데, 이 두 하천이 만나는 지점에는 물고기가 많아서 왜가리 따위의 새들이 흔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곳에 또 하나의 명소가 등장했으니 바로 ‘꽃풍의 언덕’이다.
참 낯설면서도 친근한 이름의 공간이다. 아마 그 이름을 듣는 사람들은 거의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떠올렸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곳은 그러나 폭풍이 몰아치는 그런 언덕이 아니다. 꽃과 바람(風)이 노래하는 그런 언덕이다.
호수공원은 8차선의 광덕대로로 인해 두 부분으로 갈리는데(이 두 지역은 보행용 육교로 연결된다) 서쪽의 것이 크고, 동쪽의 것이 작다. 꽃풍의 언덕은 동쪽에 자리하고 있다. 사동공원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본래 꽃풍의 언덕이 조성된 땅은 나대지나 다름없던 곳이다. 변화는 2008년에 이루어졌다. 공원 북쪽 6만 6000㎡(2만 평)의 노는 땅에 사업비 5745만 원을 들여 보리와 메밀을 심고 시민들에게 개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꽃풍의 언덕은 겨울을 제외하고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데 봄에는 보리, 여름에는 황화코스모스, 가을에는 메밀꽃이 가득 메운다.
광덕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보면 오른쪽에 메밀꽃이 하얗게 핀 곳이 있으니 거기가 바로 꽃풍의 언덕이다. 약 30대 정도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조그마한 공터가 있고, 그 너머로 메밀꽃밭이 펼쳐져 있다. 메밀꽃밭 주변에는 일반 코스모스들이 하늘거린다. 메밀꽃밭 안에는 우마차모형, 가축농장 등이 조성돼 있다. 언덕 위에는 정자도 번듯하게 놓여 있다. 언덕 위로는 작은동물원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메밀꽃밭 안에 포근히 앉아 있다.
가족 나들이객이 많은데,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곳은 가축농장과 작은동물원이다. 가축농장에는 닭과 토끼가 있다. 닭이야 모이를 챙겨주기가 힘들지만, 토끼는 주변에 널린 게 풀이다. 고사리손으로 풀을 뜯어 토끼에게 챙겨주는 아이들은 뭐가 그리 놀라운지 연신 소리를 질러댄다. 작은동물원은 진짜 동물들이 있는 곳은 아니다. 곰, 호랑이, 사자, 꽃사슴, 기린 코끼리, 산양 따위의 모형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하얀 물결 넘실대는 메밀밭 어디서나 사진을 찍어도 그림이 되지만, 가장 멋진 포토존은 따로 있다. 정자가 있는 언덕 위를 올려다보면 오른쪽에 커다란 하트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꽃으로 만든 조형물이다. 주변엔 메밀꽃이 흐드러졌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목감IC→42번 국도→노적봉공원 지나 우측으로 진출→중앙대로→중앙역 지나 한양빌딩 사거리에서 좌회전→호수공원 내 꽃풍의 언덕. 또는 서울외곽순환도로 조남분기점→서해안고속국도→안산분기점→영동고속국도→안산IC→42번 국도→노적봉공원 지나 우측으로 진출→중앙대로 지나 한양빌딩 사거리에서 좌회전→호수공원 내 꽃풍의 언덕 ▲문의: 안산시청 시민공원과 031-481-2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