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 중인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
구속 중인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50)이 항소심 공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로 나와 있는 전표를 봤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9월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국장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에서 안 전 국장은 지난해 12월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국세청 실무자 “도곡동 전표, 직원들 다 봤다”’는 제하 기사의 진위 여부에 대해 “모두 맞다”고 밝혔다. 2007년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대구지방국세청 직원들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명기된 전표를 확인했다는 것을 안 전 국장이 직접 인정한 셈이다.
이어 안 전 국장은 “지난해 1월 국세청 안 아무개 감찰과장이 찾아와 당신은 전 정부 사람으로 분류돼 있다. 대통령 뒷조사한 사람이면 명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곡동 땅 의혹’이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4개 필지를 친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 명의로 매입·관리해오다 1995년 포스코건설에 팔았다는 것으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실소유자가 누군지에 대해 한바탕 논란이 됐었다. 당시 검찰과 특검은 문제의 땅이 이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라고 결론내렸지만 소유자가 누군지는 밝히지 못해 적잖은 의문들을 남겼었다. 재판과정에서 나온 안 전 국장의 이번 발언이 다시금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07년 8월 “도곡동 땅은 이상은 씨가 아닌 제3자의 것으로 판단된다”고 중간수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제3자’가 누구인지는 밝혀내지 못했고,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 대통령의 소유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다소 찜찜한 결론을 내렸다. 정호영 특검팀 역시 “이상은 씨 지분은 이상은 씨 소유로 판단된다”며 이 대통령의 소유 논란과 관련, 분명한 선을 그었지만 세간의 의혹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실제로 도곡동 땅을 넘긴 전 소유주 전 아무개 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상은 씨 등이 어떤 경위로 도곡동 땅을 사들였는지도 파악되지 않는 등 검찰 수사와 관련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또 이상은 씨의 부동산 매입 대금에 대한 확인은 물론 부동산 매각대금을 관리한 재산관리인 2명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특히 이 땅이 이상은 씨 등 명의에서 포스코개발로 넘어가는 과정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만제 전 포철 회장은 2008년 특검에서는 “(MB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1999년 대검 중수부가 수사할 당시에는 “이 땅 주인은 이명박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아리송한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안 전 국장은 이미 지난해 9월 구속 전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실소유 관계를 증명하는 문건을 장승우 전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이 보았다’는 취지의 녹취록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안 전 국장의 부인 홍혜경 씨도 지난해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표를 본 사람이 안·장 전 국장 외에 더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용호 전 국세청장은 청장 재직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그런 문서는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존재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안 전 국장이 재판과정에서 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수사의 본질을 흐리는 내용”이라며 재판부에 발언 중지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했지만 이날 안 전 국장의 폭탄발언으로 인해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