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데뷔해 1년여를 맞는 3인조 걸 그룹 햄(HAM)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9월 30일 세 번째 디지털 싱글 <So Sexy>를 들고 M·net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컴백 무대를 가진 햄이 KBS로부터 심의불가 판정을 받은 것. 선정적인 가사와 안무가 문제가 됐다. 가사에는 ‘내 안에 들어와’ ‘너를 가져줄게’ ‘나의 노예가 돼’ 등의 자극적인 문구가 포함돼 있다.
“세 멤버가 함께 고민해서 작사를 했어요. 색다른 변신을 위해 좀 더 섹시한 가사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었나 싶어요. 남자를 유혹하는 내용이 아니라 망설이는 남성에게 주저하지 말고 여성에게 다가가라는 내용인데 그만 선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말았네요.”
멤버 수진의 설명이다. 햄은 효니 수진 가현 등으로 이뤄진 3인조 걸 그룹으로 가현이 중국인 멤버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3년 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그는 별 무리 없이 한국어를 구사했다.
“세 멤버가 정말 고민 고민해서 같이 작사했어요. 팝송에 나오는 야한 가사도 찾아보고 국내 가요에 등장하는 가사도 많이 봤어요.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나름 적정한 수준이라 생각해서 완성한 가사였거든요. ‘노예’라는 표현 역시 이미 몇몇 가수의 노래 가사에 등장한 것이 있고요.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뭉뚱그린 가사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안무도 문제다. <So Sexy>에 맞춰 이들이 들고 나온 안무는 ‘자켓춤’으로 마치 멱살을 잡는 듯 하다고 해서 ‘멱살춤’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이 춤이 멤버들의 특정 부위를 강조하는 듯 보인다고 해서 이 역시 선정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멤버 효니는 안무가 선정적이라는 평가가 아쉽다고 한다.
“이렇게 선정성 논란에 휘말릴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다만 기존 모습에서 보다 당당하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을 뿐이거든요. 다른 걸 그룹에 비해 그리 지나치다는 생각도 안했고요. 그냥 안무를 준비하며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섹시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선정적이라는 지적은 좀 아쉬워요.”
이로 인해 햄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사와 안무가 공중파에서 심의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예정됐던 공중파 활동에 제동이 걸린 것. 부랴부랴 새로운 가사로 다시 녹음은 했지만 야심차게 몰아치려던 컴백 이후 음반 활동이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가사 역시 ‘내 안에 들어와’를 ‘이 노랠 들어봐’로, ‘나의 노예가 돼’는 ‘리듬 속으로 나우’로 급히 바꿨다.
심의 불가 판정 소식이 알려진 10월 1일 햄은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검색어 순위 상위권 등극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심의 불가 판정 때문이라는 게 아쉽다. 햄의 세 멤버는 빠른 시일 내에 새 노래 <So Sexy> 자체가 큰 사랑을 받아 팬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다시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다녔다.
글=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진=전영기 기자 yk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