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소연, 이윤지, 김윤진. |
얼마 전 가수 겸 연기자 민효린의 레드카펫 굴욕 사건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드레스가 낯선 한 신인 배우의 해프닝으로 끝난 이 사건은 ‘민효린 가슴’ ‘민효린 노출사고’ 등의 검색어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2010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에 개막식에 참가한 민효린은 가슴 라인이 강조된 파격적인 블랙드레스를 선보였는데, 문제는 여배우들이 드레스를 입을 때 노출을 막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양면테이프가 취재진들에게 고스란히 보이고 만 것. 민망한 노출 사고는 막았지만 의도치 않게 양면테이프가 노출되며 당시 그는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의도된 노출이 아니냐며 노이즈마케팅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이내 밥도 먹기 힘들 정도로 힘들어한다는 민효린의 심경고백 이후 비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민효린 측은 피팅 당시 맞춤옷을 입듯 문제가 없던 드레스였지만 걸음을 내딛으며 드레스가 구두에 밟혀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생긴 사고라고 밝혔다.
사실 양면 테이프 노출사고는 몇 해 전에도 있었다. 3년 전 경주에서 열렸던 2007 대한민국 영화 연기대상 시상식 현장. 평소 차분한 의상을 입어온 이윤지는 이날 어깨와 가슴라인이 강조된 회색 튜브톱 드레스를 입어 섹시미를 뽐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레드카펫을 걷던 도중 드레스의 오른쪽 끝자락이 흘러내리며 그의 가슴위에 붙여있던 양면테이프가 일부 노출된 것. 일부 취재진은 그를 배려해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을 송고했지만 이는 네티즌들로 하여금 이윤지 가슴 노출 논란을 낳았다. 당시 이윤지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처하며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포토월 앞에서의 촬영까지 마쳤다.
당시의 일을 그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당시 코디네이터로부터 사과 문자까지 받았다”며 “주위 동료들이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로 많이들 걱정하셨지만 가슴 노출이란 말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털어낼 수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그 이후 드레스를 입을 때 상당히 신경을 쓰게 됐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런 양면테이프 노출사고 등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로 양면테이프 활용을 잘했다는 평을 듣는 이가 있으니 바로 2007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김소연이다. 당시 상반신의 대부분이 노출된 파격적인 흰색 드레스를 선보였던 그는 노출에 대한 걱정 때문에 레드카펫을 밟기 전까지 사시나무 떨 듯 떨어야만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그의 드레스는 그야말로 천 조각으로 가슴 부분만 살짝 가린 역대 최고의 노출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홀터넥 디자인의 드레스였기 때문에 흘러내릴 걱정은 없었지만, 뒷모습이 100% 노출되는 탓에 속옷 착용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 불어 닥칠지 모르는 바람 때문에 가슴을 가리고 있던 두개의 끈(?)이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을 잡아 준 것은 역시나 양면테이프.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그는 옷의 솔기부분에 모조리 양면테이프를 붙여 만약에 모를 돌발 상황을 대비하는 등 겹겹이 공사에 신경을 썼다고. 이로 인해 그는 노출사고를 미연에 막음은 물론 드레스의 화려함까지도 당당히 뽐낼 수 있었다.
여배우의 드레스 노출사고는 한동안 당사자를 힘들게 만든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9년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노출 논란이 있었던 배우 조안이다. 당시 그는 홍보대사 자격으로 가수 겸 배우 이지훈과 개막식 레드카펫에 섰는데, 포토타임 도중 그의 드레스 어깨 끈이 흘러내리는 아찔한 사고가 벌어진 것. 그가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기 위해 상체를 숙이는 순간 일어난 일이었고, 순간적으로 이지훈이 나서 그의 옷매무새를 고쳐주며 상황을 수습한 바 있다. 문제는 작은 해프닝 정도로 여겨졌던 당시의 상황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조안 가슴 노출논란으로 이어지며 연이은 루머로 번졌다는 것. 의도적인 노출이라며 조안을 비난하는 네티즌부터 이지훈만이 진실을 알 것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들까지, 상황은 일파만파 커졌다. 이로 인해 일부 언론에선 현장에 없던 기자들은 추측성 보도를 자제하자는 자정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당시 조안은 “어깨 끈이 흘러내린 걸 가지고 의도적 가슴 노출이라고 하니 매우 황당했다”며 “가슴 부분에는 붙이는 속옷(누드브라)을 착용했기 때문에 노출은 아예 불가능했다”며 의도적 노출 논란을 일축했다.
한편 누드브라를 착용하지 않고 과감한 모습으로 드레스를 선보이는 스타들도 여럿 있다. 지난 6월 뮤지컬 어워즈에 참석했던 가수 겸 뮤지컬배우 바다의 경우 가벼운 소재의 물방울무늬 홀터넷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선 바 있다. 당시 그는 과도한 노출은 없었지만 신체 특정 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노브라 차림이 들통(?)나기도 했는데 역시 의도적 노출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지적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에 바다 측은 “소재가 워낙 얇아 걱정을 하긴 했다”며 “하지만 의도된 노출은 결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대 시상식 가운데 여배우들의 노출 수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평가받는 시상식은 다름 아닌 지난 2007년의 제28회 청룡영화제다. 하지만 이날 여배우들의 노출이 심할 수밖에 없었던 그 비밀은 다름 아닌 장대비였다. 시상식 시작 전부터 내리던 비는 레드카펫 행사 때도 그칠 줄 몰랐고 경호원들이 씌워주는 우산을 받쳐가며 배우들은 힘겹게 입장을 해야만 했다. 흥건하게 젖은 레드카펫 탓에 배우들은 걸음에 유독 신경을 썼고 일부 배우들은 드레스가 손상될까 옷맵시를 포기한 채 드레스를 부여잡고 걷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평상시보다 많은 노출장면이 포착됐던 것이다. 실제로 이날 가슴라인을 훤히 드러내며 이슈메이커가 됐던 김윤진은 이후 인터뷰를 통해 “벨벳소재의 드레스여서 비로 인해 점점 무거워졌다”며 “무거워진 드레스가 자꾸 흘러내려 포토라인에선 아예 가슴 부분을 손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