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활동 방해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의 재판은 총 3건으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대구교회 관계자, 과천 총회본부 간부들이다.
이들은 전원 무죄로 선고되면서 1심이 모두 마무리됐다.
특히 대구 신천지교회는 국내 첫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지이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단체로 재판부의 판결에 더욱 주목받았다.
이같은 판결을 두고 국민의 정서와 거리가 멀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에선 이번 판결이 자칫 잘못된 사인으로 방역 현장에 영향을 줄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요신문>이 34쪽으로 이뤄진 대구지법의 판결문을 입수해 무죄 배경을 분석해 봤다.
# 재판부 “고의로 명단 속였다고 보기 어려워”
- 부모와 교회다니는 미성년자 360명은 명단 누락 아냐
- 불출석 고령자 56명, 중복인원 12명, 확진받고 병원입원도
지난해 3월 이만희 총회장이 가평 별장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모습. (사진=일요신문DB)
당시 신천지 대구교회는 방역당국의 요청에 따라 약 3차례에 걸쳐 교인명단을 제출했다. 제출 명단은 이름, 생년월일 등 관한 정보였다. 여기서 신천지 대구교회는 전체 교인 9785명 가운데 492명이 제외한 9293명의 명단을 제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명단에 제외된 492명 중 360명은 미성년자(학생회 및 유년회)로 신천지를 다니는 부모의 동거인이다. 부모와 함께 거주하므로 누락이라고 보기에 어렵다.
나머지 성인 132명 가운데 절반인 66명은 1930년부터 1953년생까지 고령자들이다. 여기서 56명은 거동이 불편한 등 건강상의 이유로 1~2월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인원이다. 또 성인 12명은 이미 제출한 명단에 포함됐으며 코로나19 검사 확진 판정을 받고 이미 병원에 입원한 인원도 누락에 들어갔다.
따라서 재판부는 누락된 명단이 전체 대비 1.35%(132명)에 불과하고 절반이 당시 교회 출석이 확인되지 않은 고령자인 점, 앞서 제출한 명단에도 공무원, 의료인, 전문직 인원 등이 포함된 것을 보아 ‘특수직군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명단에서 제외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
한편 수원지법은 “신천지는 QR 코드를 통한 출결 관리로 신도가 언제 어디서 예배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 교회 방문자를 구분하기 용이했던 점을 고려하면 전체 교인명단을 요청할 필요는 없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 방역담당관 “신천지, 자료제출 신속하고 적극적”
- 공문, 구체적 인적사항범위·제출기한 명시 안돼
- 명단누락은 제외 아닌 보류 인원
재판부는 당시 대구 남구보건소가 보낸 공문에는 명단에 들어갈 구체적 인적사항의 범위가 없음을 주목했다. ‘교회가 관리하는 전체 교인명단’만 달라고 했을 뿐 ‘생년월일, 연락처, 주소지’ 등을 달라고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중수본·방대본 공무원들의 “신천지가 자료 제출에 적극 협조했고, 방역당국 요청에 최대한 신속히 정리해 제공했다”는 증언도 무죄에 힘이 실렸다.
신천지 측의 “누락된 인원이 ‘제외’가 아닌 차후에 제출하기로 하고 일단 ‘보류’된 인원”이라고 진술한 것도 신빙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 “역학조사냐, 아니냐” 검찰-법원 간 해석차이
- 검찰 “감염병 차단위해 당연히 역학조사”
- 법원 “역학역사 아닌 사전 준비행위”
이달 3일 오전 10시 대구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신천지 대구교회 간부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일요신문DB)
이번 판결의 주요 핵심은 ‘역학조사’냐 ‘역학조사가 아니냐’였다.
재판부는 방역당국의 신천지 대구교회 전체 교인명단 제출 요구가 법률이 정한 역학조사의 대상이나 방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역학조사 그 자체라기보단 ‘역학조사 전단계의 사전 준비행위’라고 본 것이다. 공문에서도 ‘역학조사를 위한 자료요청’으로 명시됐음을 덧붙였다.
검찰은 감염병의 차단·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당연히 역학조사라고 개방·예시적으로 해석해야 된다고 했다.
법원은 역학조사가 형벌법규 및 침익적 행정행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제한·열거적 규정으로 봤다. 역학조사에 필요한 자료제출까지 역학조사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또 역학조사는 감염병환자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 역학조사서‘, ’면접조사‘ 등의 방법이 실시해야 된다는 점을 밝히며 명단 제출 요구가 역학조사의 방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명단제출요구는 ’정보제공요청‘…신설법규 소급적용 안돼
법원은 교인 전체 명단을 요구한 것이 ’감염병예방법 제76조의2‘에 규정된 ’정보제공요청‘에 해당한다고 봤다.
감염병예방법은 역학조사의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나, 당시의 정보제공요청은 별도의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 해당 규정은 2020년 9월29일자로 신설·시행됨에 따라 형벌불소급 원칙으로 소급적용은 안된다고 봤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누락·은폐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해당 규정에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 위계공무집행방해 아냐 ’고의성 없어 보여‘
신천지 대구교회 건물에 사과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신천지 대구교회 제공)
위계는 상대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는 행위로 구체적으로 직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것이 공무집행방해다.
법원은 신천지 대구교회 측에서 교인명단 9293명을 제출한 결과를 두고 속였거나 고의가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고의로 교인명단을 속이고 제출했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직무집행 행위도 인정하기 부족하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정보제공요청을 거부 또는 허위자료 제출 시 처벌하는 규정이 없음에 따라 형법상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원지법은 “신도 중에는 신천지 신도임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아서 집행부에 관련 요청을 한 사람도 많았는데, (방역당국이)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동의 없이 취득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 죄형법정주의 ’지나친 자유·권리 침해 경계‘
법원은 죄형법정주의에 무게를 실었다.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 또는 유추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염병예방법에 의한 역학조사 관련 규정은 감염병 환자, 가족, 의심자 등에 대해 강제처분, 출입금지, 이동제한, 집합의 제한 등의 내용으로 형법법규와 침익적 행정행위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고 봤다.
한편 감염병예방법 제79조 제1호 역학조사는 ’정당한 사유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1조)‘,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2조),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3조)’는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