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조금씩 좁아진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은 10~12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무서운 후유증을 남기는 질환이다. 때문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대부분 뇌질환을 의심해 다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에서 실제로 뇌졸중을 진단받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고 한다.
어지럼증은 크게 귀에 원인이 있는 말초성, 뇌에 원인이 있는 중추성으로 나뉜다. 그런데 어지럼증의 80%는 귀에 원인이 있는 말초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어지럼증이 생겼다고 해서 뇌졸중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고 청력의 이상 유무를 떠나 귀질환이 없는지 검사를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귀질환은 바로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이라고도 한다. 귀의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전정기관에 아주 작은 돌이 생기는 질환이다. 전정기관 은 우리 몸의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어떤 원인에 의해 돌이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가 어지럼증을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인 하나이비인후과병원에서 올해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4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환자의 53%가 이석증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증 환자의 65%(138명)는 여성이었으며, 이 중 50대 여성이 28%, 30대 여성이 25%, 40대 여성은 12%로 30~50대 중년 여성이 65% 가까이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석증은 머리에 충격을 받거나 귀에 염증을 앓은 후 잘 생긴다. 또한 나이가 많을수록 이석증이 잘 생기고,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이석증의 악화요인으로 밝혀져 있다.
김희남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이번 조사에서 중년 여성에게 이석증이 많은 것도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나빠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석증에 의한 어지럼증과 뇌졸중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어떻게 쉽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석증에 의한 어지럼증은 대개 20분을 넘기지 않고 자세 변화에 따라 어지럼증의 정도가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럴 때는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 한 환자가 비디오안진검사를 통해 어지러움증의 원인을 찾고 있다. 사진제공=하나이비인후과병원 |
반면 뇌졸중에 의한 어지럼증은 하루 이상 지속된다. 며칠 또는 몇 주 동안에 걸쳐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지럼증과 함께 의식을 잃거나 팔다리에 마비가 오며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한 쪽 얼굴에 감각이 떨어지는 느낌,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 등을 보일 수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같은 질환이 있는 중년이나 노인이 이런 증상과 함께 어지럼증이 있을 때는 뇌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뇌질환이 원인인 어지럼증의 비율은 생각보다 적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연구에 따르면 어지럼증 환자 중 뇌졸중이 진단되는 비율은 0.7~3.2% 수준이었다. 이 연구에서도 어지럼증의 원인이 이석증인 비율이 20~50%를 보였다.
다행히 어지럼증의 원인을 검사해 이석증으로 진단이 되면 ‘이석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를 통해 잘 치료된다. 하지만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을 찾아도 바로 이석증이라는 사실을 발견해 치료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문제. 이석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이석증으로 ‘이석정복술’을 받는 경우는 10명 중 1명꼴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환자 중 16%는 다른 병원을 거쳐서 전정기능억제제인 디아제팜을 복용하고 내원했는데 이때는 증세 완화와 정확한 진단이 더 어렵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이석증은 증상이 몇 분 정도 나타나는 반면 디아제팜은 약효가 있기까지 30분이 걸리므로 어지럼증을 조절하는 데 별 효과가 없고, 비디오안진기계로 검사할 때 약효가 뒤늦게 나타나므로 정확한 검사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석증을 치료하고 있을 때나 치료 후 1주일 정도는 머리를 심하게 움직이는 행동이나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잘 때는 베개를 약간 높게 베는 것이 좋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오랜 시간 누워 있지 않도록 한다. 이와 함께 과로, 스트레스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김희남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
귀 울리면 우울증 위험 4배
◇이명=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도 흔한 귀질환이다. 외부의 특별한 소리 자극 없이 귀·머리·목 등의 신체 내부에서 들리는데 바람소리 같은 웅웅거림이나 날카로운 고음, 귀뚜라미와 같은 벌레 울음소리, 딱딱거리는 소리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스스로의 착각으로 들리는 환청과는 또 다른 증상이다.
성인의 15∼20%가 이명을 경험하고, 그 중 4%는 심각한 이명을 겪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보통 40세 이상의 연령에서 70∼80% 정도 발생한다.
이명이 있으면 우울증 발병률이 4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이명 증세가 만성이 되면 뇌의 감정과 기억에 관여하는 ‘변연계’에도 영향을 미쳐 이명이 더욱 심해지고, 우울증상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따라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내이(속귀)와 청신경, 뇌 등 소리를 감지하는 신경경로와 이와 연결된 신경계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과민 반응을 할 때 이명이 나타난다. 흔한 원인으로는 소음, 신경의 노화, 교통사고로 인한 머리의 외상이다. 이밖에도 과도하게 귀를 후비거나 이물질에 의한 귀의 감염, 갑상선 기능 저하, 턱관절의 교합장애, 심혈관계 질환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발병 3개월 이내의 급성 이명은 90% 이상 달팽이관 손상이 원인.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호전돼 만성 이명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달팽이관 손상을 3개월 이상 방치하면 척수와 뇌에 있는 청각중추가 변성돼 만성 이명으로 진행된다. 만성이 되면 치료가 더 어렵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난청=소리를 잘 못 듣는 난청은 외이, 중이, 내이 등 신경전달 경로 중 어느 부분에 이상이 생겨 청력이 약해지는 경우다.
가족 중 난청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생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러나 유전 가능성이 없더라도 소음 공해가 심한 상황에 많이 노출되면서 난청을 겪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공장의 기계음이나 큰 음악소리, TV 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를 비롯해 감기 같은 증상으로 인한 약물 섭취, 만성 중이염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난청이 발견되면 의료진과 원인에 맞는 치료법을 상의하는 게 좋다. 염증에 의한 경우 항생제 등의 약물치료를 할 수 있고, 내이에 문제가 생긴 초기 난청에는 부신피질 호르몬제제나 혈류개선제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외이도나 중이염의 경우는 조기에 수술을 하면 청력 회복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