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 시청률 신화를 이뤄낸 Mnet <슈퍼스타K 2>가 화려한 막을 내렸다. 134만 명의 신청자 가운데 추려진 11명의 TOP11이 생방송 무대에 서서 진검승부를 겨뤄 결국 허각이 단 한 명의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뒷말도 무성하다. 특히 ‘결과 조작설’이 눈길을 끄는데, 이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국민 문자 투표 결과를 제작진이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출연자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공개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던 <슈퍼스타K 2>는 합격자 선정 결과까지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국민 문자 투표를 마감합니다. 5, 4, 3, 2, 1, 제로.”
성우의 멋진 음성과 함께 생방송 도중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국민 문자 투표가 마무리된다. 바로 다음 장면은 무대 위에 홀로 서있는 김성주 MC다. 네티즌들이 가장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대목이 바로 이 장면이다. 실시간으로 진행된 대국민 문자 투표 결과를 어떻게 곧바로 무대에 등장한 김성주 MC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일까.
네티즌들이 제기하고 있는 <슈퍼스타K 2>에 대한 가장 큰 의혹은 결과 조작설이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합격자 선정 과정에서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 <슈퍼스타K 2>는 ‘사전 온라인 투표’ 10%, ‘심사위원 점수’ 30%, 그리고 ‘대국민 문자 투표’ 60%를 더해 최종 점수를 산정하는데 유독 가장 비중이 높은 ‘대국민 문자 투표’ 결과만 공개되지 않는다. Mnet 홍보팀은 그 까닭을 “출연자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대국민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하는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합격자가 결정돼 있기 때문에 대국민 문자 투표 종료와 동시에 김성주 MC의 손에 최종 결과가 들려 있다는 주장이다.
<슈퍼스타K 2> 제작진은 이를 적극 부인한다. 홍보팀 오지은 대리는 “사전 온라인 투표와 심사위원 점수를 합산해 놓은 뒤 대국민 문자투표가 끝나자마자 결과를 받아 합산한다”며 “작가 6명이 숨 가쁘게 최종 점수를 한정해 결과봉투를 작성한 뒤 김성주 MC에게 건넨다”고 설명한다.
결국 마지막 13회에선 달라진 모습이 등장한다. 대국민 문자 투표가 종료된 뒤 역시 무대 위엔 김성주 MC가 홀로 서 있는데 멘트가 “제가 누가 우승을 했는지 지금은 알지 못합니다”로 달라졌고 곧이어 제작진이 결과 봉투를 전달하는 모습이 보인다. 소요 시간은 1분 20여 초. 제작진의 설명처럼 작가 6명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면 가능한 시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대국민 문자 투표’ 집계 결과를 점수화해 다른 영역 점수와 합산해 최종 점수를 산정한 뒤 합격자의 이름을 종이에 쓰기까지는 물리적으로 다소 부족한 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6회부터 12회를 살펴보면 대국민 문자 투표 종료 직후 무대 위에 등장한 김성주 MC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결과가 제 손안에 있습니다” 등의 멘트를 하는 장면까지 대략 1분 30초가량 소요됐다. 화면이 잠시 다른 곳을 비추는 동안 제작진이 김성주 MC에게 결과를 전달한 듯 보인다. 마지막 회에선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결과 봉투 전달 장면을 화면에 넣고 멘트까지 바꿨다. TOP11이 모두 참가한 9회 방송에서도 그 시간은 1분 20여 초였다. 참가자가 단 두 명인 마지막 회와 열한 명인 9회 모두 대국민 문자 투표 종료 후 최종 점수를 산정해 MC에게 전달한 시간이 모두 똑같다는 대목은 이해가 쉽지 않다.
‘결과 조작설’의 중심에는 강승윤과 존 박이 있다. 강승윤의 경우 TOP11 무대와 TOP8 무대에서 연이어 심사위원 점수 부분에서 최하점을 받았지만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0%의 비중인 심사위원 점수에선 뒤졌지만 합계 70%인 인터넷과 문자를 통한 투표에서 탈락자들을 앞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TOP6 무대에서 우승 후보 김지수까지 떨어트리고 합격하자 ‘특혜설’ ‘조작설’ 등이 난무했다. 사전 온라인 투표에서 처음으로 비합격권에 든 것. 그것도 75점으로 최하점을 기록했고 심사위원 점수 역시 꼴찌 김은비에 5점 앞선 5등으로 불합격권. 김은비와 함께 탈락이 유력했던 강승윤은 사전 온라인 투표 점수와 심사위원 점수 함계에서 29점 앞서있던 김지수를 밀어내고 합격했다. 이를 계기로 대국민 문자 투표 결과 공개 요구 목소리는 한층 더 높아졌다.
결과 조작설에 대해 “외부 업체를 통해 투표 집계자료를 받아 점수로 환산하는 시스템이라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제작진은 “결과를 공개는 안하지만 추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출을 요구받으면 제출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기자와 이런 내용을 통화한 시점이 22일 오후 5시 무렵. 그렇지만 제작진은 거듭되는 의혹에 부담을 느꼈는지 입장을 바꿔 이날 밤 11시에 시작된 <슈퍼스타K 2> 초반부에서 과감히 TOP3 무대의 총점수를 공개했다. 대국민 문자 투표 결과 공개 요구에 부응하며 강승윤 관련 의혹까지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TOP3 무대에선 허각이 강승윤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사전 온라인 투표와 심사위원 점수 합산에선 347점으로 2등인 장재인에 18점 뒤져 있었던 것. 그렇지만 대국민 문자 투표에서 1등을 해 600점 만점을 받아 총 947점으로 2위 존 박보다 무려 200점을 앞서며 1위에 올랐다. 허각은 마지막 TOP2 무대에서도 대국민 문자 투표 1등으로 600점을 받아 총점 988점으로 2위 존 박(596점)을 크게 앞섰다. 특히 대국민 문자 투표에서 점수 차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다만 생방송 내내 김성주 MC가 “지금 두 후보가 대국민 문자 투표에서 박빙의 승부를 보이고 있다”는 말을 거듭해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트렸다. 이런 멘트는 평소 70만~80만이던 콜수를 130만 콜로 급등시켰지만 이로 인해 점수 차는 더욱 벌어졌다. 제작진이 말한 ‘위화감 조성’이라는 우를 마지막 회에서 스스로 범한 셈.
한편 예심 방송 당시부터 지속됐던 존 박 ‘1위 내정설’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1위 내정설’은 제작진이 시청률 상승을 위한 화제 유발 용도로 존 박에게 1위를 약속하고 캐스팅했다는 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 <아메리칸 아이돌>에 출연해 TOP20에 올라 미국에서도 가수 데뷔가 가능한 존 박이 딱히 한국으로 와 <슈퍼스타K 2>에 출연할 까닭이 없다는 게 그 근거였다. 심지어 제작진이 문자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허각이 1등에 오르면서 존 박 1위 내정설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