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짜유기박물관 |
요즘 집에서 어떤 그릇들을 쓰는지 궁금하다. 아마 대부분은 자기류일 것이다. 요즘은 특히 잘 깨지지도 않고 가벼워서 많이들 사용한다. 그런데 예전 기억을 한번 떠올려 보자. 혹시 무겁고 큰 놋그릇을 사용하지 않았나? 당시에는 촌스럽다고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의 그릇, 바로 방짜유기다. 대구에 방짜 장인의 평생 작품을 기증 받아 만든 박물관이 있어 눈길을 끈다.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대구 동구 도학동 팔공산 기슭, 시골공기가 참으로 상쾌하게 느껴지는 그곳에 방짜유기박물관이 있다. 2007년 5월 개관한 우리나라 유일의 방짜유기 테마박물관이다.
방짜유기는 주물을 떠서 간편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두드려 완성한 그릇을 말한다. 그릇에 독성이 없고 항균과 살균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리와 주석을 78 대 22로 섞어 만든다. 이 박물관은 유기장 이봉주 선생(85)이 제작하고 수집한 1489점의 작품을 바탕으로 꾸며졌다.
이봉주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로 지정된 유기장이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이다. 정주는 예부터 방짜유기 제작지로 가장 유명했던 곳이다. 전통의 맥을 한결같이 이어온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방짜유기장으로 꼽힌다.
박물관은 전시동과 관리동, 야외 체험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동에는 유기문화실과 기증실, 영상교육실을 비롯해 수장고가 있다. 관리동에는 기획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전시동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유기문화실은 방짜유기의 종류와 제작과정 등을 실물과 3D 영상 등을 통해 자세히 보여준다. 유기를 이용한 징 등 전통의 악기들도 전시돼 있다.
기증실에는 이봉주 선생이 기증한 작품들 중 예술적 가치가 높고 정교한 것들만 모아 생활유기, 상차림, 제기류, 종교용구류 등으로 구분해 전시하고 있다. 그릇들의 빛깔이 참 곱고 문양이 화려해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다.
지하층에 있는 재현실은 이봉주 선생의 고향인 평북 정주군 납청마을의 유기공방을 1930년대 모습으로 완벽히 꾸며 놓았다. 실물 크기의 인물 모형들이 망치질을 하며 유기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리동에 있는 기획전시실은 방짜유기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 내 민간박물관과 제휴해 금속공예, 목공예 등 각종 전시를 선보이는 곳으로 한 장소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다.
야외에는 상설 체험공간이 있다. 방짜로 만든 징을 비롯해 각종 전통민속놀이용구가 비치돼 있다. 마음껏 두드리고 재미있게 놀다 갈 수 있는 가족놀이터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