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민선 7기 경기도가 예전과 다르게 주목하는 분야는 먹는 분야다. 추상적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실제 음식 말이다. 보건, 복지를 신경 쓰지 않는 지자체가 어디 있겠냐마는 이재명 지사 취임 이후 경기도는 먹는 문제에 집중했다. 특히 저소득 가정 아동, 청소년의 급식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경기도는 G드림카드라는 이름의 급식카드를 2010년부터 사용해 왔다. 이 카드는 제휴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었지만 시행 10년 동안 경기도 전체 가맹점 수는 1만 1500개소에 불과했다. 그중 편의점이 8900개소(77%)를 차지해 상당수의 아동, 청소년들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만 했다.
게다가 G드림카드는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마그네틱 카드 형태와 별도 디자인으로 제작돼 제3자가 급식카드임을 알 수 있었다. 가난을 드러내지 않으려 청소년들은 친구나 다른 사람 앞에서 급식카드를 쉽게 꺼내지도 못했다.
경기도는 이 지사 취임 직후부터 BC카드사, 농협은행 등과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2020년부터 8월부터 급식카드 시스템을 전면 개선했다. 카드사의 모든 일반음식점 가맹점을 G드림카드에 자동 연계해 가맹점을 대폭 늘리고 기존의 마그네틱 카드를 일반 체크카드 디자인으로 바꿔 다른 사람이 쉽게 알아볼 수 없도록 했다.
가맹점 확보와 낙인효과 차단도 주효했지만 도는 기존 1식 단가를 6000원으로 올려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게 했다. 기존 1식 단가는 백반도 사 먹기도 힘든 4500원이었다. 도는 1식 단가를 7000원으로 올리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1회 사용 한도도 8000원에서 1만 2000원으로 올려 청소년들이 지원금을 모아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있게 했다.
G드림카드 시스템 개선 발표가 나온 지 1년이 지난 현재 가맹점은 15만 4000여 곳이 됐다. 경기도의 제안에 관련 기관이 협조한 결과다. 급식카드 시스템 개선에 드는 비용 2억 원도 G드림카드 시스템 운용 기관인 농협은행 측에서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부담했다.
경기도는 빈곤, 부모의 실직 등으로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청소년 7만 5664명에게 급식카드를 지원 중이다. 총 863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경기도와 도의회는 청소년이 먹는 문제로 서러움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런 결정에는 이 지사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재명 지사는 경상북도 안동의 깊은 산골에서 가난한 화전농의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이 지사는 “춘궁기가 오면 먹을 게 없어 진달래로 허기를 달래고 원조품인 우윳가루와 건빵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밝힌 바 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성남으로 이사한 이 지사는 또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등교할 때 작업복을 입고 공장으로 향했다. “길에서 파는 핫도그와 호떡이 먹고 싶었지만 언제나 돈이 없었다. 1978년 오리엔트 공장에 다니면서 야유회에서 처음으로 돼지고기를 실컷 먹어봤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 지사는 2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는 동안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고, 먹을 것이 부족할 때 설움이 크고, 자식에게 먹을 걸 제때 제대로 못 먹이는 부모 마음이 가장 아픕니다. 성남시정을 할 때도 경기도정에서도 모두가 먹는 것만큼은 서럽지 않게 하려고 애썼습니다”라면서 “저의 대다수 새 정책은 저의 경험에서 나옴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명색이 OECD 가입국에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에서 청소년들이 먹는 문제로 서러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