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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한나라당이 ‘너무 잘나가’ 걱정이라고 한다. ‘역풍’이 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5월28일 지방 선거 연설회(서울 명동)에 나온 이명박 후보(왼쪽)와 이회 창후보의 뒷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그것 때문에 걱정이 됩니다. 밤에 잠이 잘 안옵니다.”
한나라당이 잘나가는 낌새는 여러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노풍의 위세가 주춤하거나 움츠러들고 있는 대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영남권에서 지지율 회복세가 뚜렷하고 연령별로는 40대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추월했다.
최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후보 지지가 높았던 30대 후반의 남성, 화이트칼라 계층에서도 노무현 지지 철회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것뿐이 아니다. 6·13지방선거와 관련된 지난주 모든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부산·경남에서 확실히 이기고 수도권에서도 경기와 인천은 우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만 이기면 수도권을 싹쓸이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자민련 함석재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 원내 과반에 불과 1석 모자라 국회도 장악하게 됐다. 16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과 관련, 민주당과의 합의가 무산됐지만 결국에는 ‘쪽수’에서 압도적인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할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이 최고위원은 왜 걱정이라는 것일까. 그의 논리는 이른바 ‘역풍론’이었다. 그는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원내과반을 차지하고, 국회의장까지 먹으면 여당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그렇게 되면 반드시 역풍이 불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나타내는 위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서청원 대표가 자민련을 탈당한 함석재 의원의 입당문제를 꺼내자 몇몇 최고위원이 “그렇게 무리할 필요가 있느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한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원내 과반수를 넘기는 순간 국회는 물론 국정의 모든 책임을 우리가 떠안아야 한다”며 함 의원의 입당을 극력 반대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지방선거 승리와 국회 장악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월드컵 이후의 정국은 대통령 아들 비리 수사, 각종 게이트와 관련된 정치권 수사, 대선을 앞둔 정기국회에서의 주도권 싸움 등으로 극히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 사실상 여야가 없는 상황이다. 이때 정국불안의 책임은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와 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이 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자민련 의원들이 지방선거 이후 줄줄이 한나라당으로 입당을 ‘예약’해 놓은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자민련의 몇몇 의원들은 사실상 입당원서를 서 대표에 맡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알고 있는 JP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민-자 공조를 선언했다. 단순히 지방선거에서의 공조를 넘어 대선에서도 반 이회창 세력 결집에 JP가 나설 뜻을 밝힌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후보로서는 자신의 고향이라고 자처하는 충청권에서 또다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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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29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서청원 대표 (오른쪽)와 이회창 후보.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현재 검찰 내부는 신승남 김대웅 임휘윤 등 호남 출신 거목들이 잇달아 쓰러져 한마디로 호남검사의 씨가 말랐다. 공교롭게도 이명재 검찰총장은 경북고 출신으로 TK검사의 대부다.
정국주도권의 책임, 자민련의 반발, 검찰과의 미묘한 관계 등도 엄청난 부담이 되겠지만 정작 한나라당의 걱정을 더 크게 만드는 또다른 요소가 있다. 바로 ‘제2의 노풍’이다. 민주당이 궁지에 몰리면 반드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카드를 꺼낼 것이며, 그것이 제2의 노풍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우리는 절대로 민주당이 현재의 당을 그대로 대선까지 가져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후보 진영은 지방선거 후 대규모 정계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 교체라는 지각변동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전략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올 봄 국민경선을 성공시켜 노풍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면서 “특유의 결집력과 다이내믹한 당내 분위기, 열렬한 지지층 등이 장점인 민주당이 위기에 빠질 경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또 한 번 정치권을 뒤집어놓을 ‘이벤트’를 기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민-자 공조 등 정계개편, DJ-YS 화해를 통한 신민주대연합, 후보교체 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이 후보 진영은 이미 지방선거 후 민주당이 제2의 노풍을 기획할 것으로 내다보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책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정계개편은 필연적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계개편을 한다면 그 파괴력은 한나라당의 울타리를 허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모든 당직자들이 “희박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정계개편과 관련,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것은 DJ와 YS의 화해를 통한 신민주대연합이다. 비록 YS가 노 후보의 부산시장 낙점을 거부했지만 노무현을 매개로한 DJ-YS 화해는 여전히 유효기간이 남아 있다. 특히 이회창 후보가 전당대회 이후 아직까지 상도동을 찾지 않은 것에 대해 YS는 극도의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이 걱정하는 부분은 민주당이 정계개편을 통해 신당을 창당한 뒤 대통령 후보를 교체하는 일이다. 최근 들어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회창-노무현 대결로 가면 필승”이라는 관측이 부쩍 늘고 있다. 이를 아는 민주당이 절대 현재 구도대로 대선을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북풍’을 경계하고 있다. 제2의 노풍을 만들기 위해서는 뭔가 여론을 환기시킬 사전 이벤트가 필요한데, 한나라당은 이를 북풍으로 보고 있다.
대선전략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노동신문>이 잇달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비난하는 특집기사를 게재하고 있다”면서 “김정일 답방은 어렵다하더라도 이산가족 문제나 경제협력 등과 관련해 전국민을 깜짝 놀라게할 무엇인가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 당직자는 “지난 주말 북한이 금강산댐 수위조절을 사전에 알려주겠다는 것을 통일부가 아닌 박근혜 대표를 통해 정부에 통보했다”면서 “우리는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김일송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