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리 |
한국 프로골프 시스템은 남녀 모두 미국이나 일본 등과는 좀 시스템이 다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매년 실시되는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통과하면 PGA나 LPGA 등 프로투어에서 뛸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별도로 프로테스트라는 절차가 있다. 이를 통과해야 프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절차를 거친 후 매년 실시되는 시드전을 치러야만 투어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상이 모두 검증된 프로선수들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면 Q스쿨과 한국의 시드전을 같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올해 KLPGA는 시드전을 11월 16일부터 전남 무안골프장에서 시작한다. 36홀 예선전을 거쳐 상위 100명을 가린 뒤 이들이 11월 23일부터 54홀 본선을 치러 적어도 50위 이내에 들어야 내년도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이 시드전에 미LPGA에서 뛰던 쟁쟁한 선수들이 참가한다. 2004년부터 미LPGA에서 뛰며 ‘한국 맏언니’로 통했던 정일미(38), 2006년 미LPGA SBS오픈에서 우승한 김주미(26), 그리고 송아리(24) 이정연(31) 등 골프팬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선수들이 대거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무대를 누볐던 한국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오는데 맨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특히 정일미와 김주미는 KLPGA 상금왕 출신이다. 국내 투어에서도 우승을 수차례 달성한 검증된 선수들인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번 시드전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없다.
정일미는 “미LPGA는 세계 최고의 투어다. 그 어떤 기준으로도 한국보다는 나은 무대다. 국위를 선양하고 보다 높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외에 진출했는데 이런 식으로 한국에서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하니 속이 상한다. 골프라는 종목의 특성 상 Q스쿨이나 시드전은 짧은 기간에 열리는 탓에 사실 정상급 선수들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규정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얼마 전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상한 ‘골프여왕’ 박세리가 만약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서 투어 생활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정일미, 김주미처럼 시드전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국보다 투어의 역사나 규모가 훨씬 큰 일본(JLPGA)의 경우 Q스쿨(1~4차)에서 미LPGA 상금랭킹 1~20위는 파이널 직행, 21~50위는 1, 2차 면제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또 미LPGA도 시드를 지키지 못한 선수가 Q스쿨에 응시할 경우 1차예선을 면제해 준다. 그래서 한국도 한때 한국에서 톱랭커로 활약하던 선수들이 해외에서 컴백할 때 최소한 1차 예선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KLPGA 측은 “국내 투어도 시드를 확보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그래서 회원(선수)이나 부모들이 해외투어에서 뛰던 선수들을 배려하는 것에 대해 아주 반감이 심하다. 어쨌든 현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까닭에 내년부터는 제도보안을 검토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KLPGA는 2010년부터 ‘해외파 선수의 국내대회 초청 횟수 제한 규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미LPGA 상금랭킹 30위권 밖 선수의 경우 국내대회 초청 출전을 연 2회로 제한한 것이다. 해외파 선수 한 명이 출전하면 그만큼 국내선수 한 명이 출전하지 못하는 까닭에 강력하게 국내선수를 보호하는 규정인 것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