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소들에게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황신욱 씨. (사진=독자제공)
[경북=일요신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모든 일상을 바꿔놓았다. 한때 종교시설에 잇따라 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면서 교회에 대한 비판과 혐오가 쏟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교회 건물 하나 없이 자비량으로 수십년간 미자립교회를 도우며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에게 노래와 웃음으로 봉사하는 목회자이자 통기타 가수, 웃음치료사로 알려진 황신욱 씨를 만나봤다.
매일 아침 황 씨의 하루는 농장의 소들에게 사료를 챙겨주며 통기타로 노래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는 인간에게 노동력을, 마지막은 자기 몸도 주고 가잖아요. 소를 통해 흙의 자리, 겸손의 자리, 내려놓음의 자리를 매번 느껴요.” 그의 농장에서 소들을 관객으로 열리는 콘서트와 송아지가 탄생하는 장면들은 유튜브 ‘음악농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황 씨는 웃음전도사 ‘황무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황무지에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예명이다. 이러한 예명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고통을 즐거움으로 극복한 후부터다. 한때 ‘구안괘사(구안와사)’로 입이 돌아가는 증상을 겪었지만, 6주만에 완쾌되면서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병을 낫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웃음의 뿌리는 감사인 것 같아요. 내 마음 속의 쓴 뿌리를 치료하고 진정한 용서가 이뤄진다면 그때부터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감사와 즐거움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황신욱 씨가 대구 동성로 앞 무대에서 거리모금콘서트를 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그는 건물을 갖추고 목회직을 맡는 등의 일반 목회가 아닌 특수 목회로 곳곳 어려운 곳에서 사역하며 봉사를 이어갔다. 10년째 매월 첫째주 토요일마다 대구 동성로 앞 무대에서 백혈병 거리콘서트를 열며 천사노래예술단 대표로도 활동했다. 거리모금 콘서트를 통해 백혈병을 앓거나, 화재로 딸을 하늘로 보내야만 했던 이에게 모금액을 선뜻 기부하기도 했다.
매주 금요일 안심사랑교회급식소에서 웃음을 전한 지도 10년째다. 경북 곳곳의 요양원이나 고아원, 무료급식소 등을 찾아가 노래와 봉사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심어주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앞으로의 바람은 무료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또 지역주민과 유대한 작은음악회를 더 늘려 행복을 전하고 백혈병 무료콘서트로 더 많은 기부자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는 그의 일상도 바꿔놨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10년간 해온 봉사의 일을 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일단 사람들을 못 만나니까 그게 제일 고민이예요. 코로나19로 삶은 더 팍팍해지고 어려우신 분들이 더 많아졌거든요. 코로나19로 모든 게 중지됐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해요. 백신이 나왔으니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가득하겠죠.”
오늘도 그는 아침과 저녁, 농장에서 소들에게 통기타로 노래를 들려주며 ‘소는 운명, 노래는 숙명’의 삶을 보내고 있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