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고로 유명해진 것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니죠. 지금도 ‘헐떡시준’이라고 검색하면 당시 동영상이 나와 얼마나 민망한지 몰라요. 문제는 배탈이었어요. 야외에서 생방송으로 날씨 소식을 전했는데 배가 아픈 거예요. 나름 시간을 계산해서 화장실에 갔는데 방송이 갑자기 2분 앞당겨진 거예요. 화장실부터 300미터를 뛰어와 겨우 생방송 화면을 받았는데 숨이 너무 가빠 헉헉대며 방송을 했죠. 덕분에 헐떡시준이 됐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던 그는 기상캐스터로 발탁되며 방송에 입문했다. 기상캐스터가 되자마자 곧장 생방송에 투입된 박시준은 초반 너무 떨려 멘트를 까먹는 등 아찔했던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내 그는 안정된 모습의 기상캐스터가 돼 오랜 기간 시청자들에게 기상 정보를 전했다.
“사실 기상캐스터는 기상청에서 온 자료를 바탕으로 방송을 하는 것인데 기상정보가 틀리면 난감할 때가 많았어요. 특히 날씨에 민감한 시청자들은 기상캐스터인 제게 전화를 해서 뭐라고 막 따지시기도 했거든요. 그만큼 날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고 그분들에게 기상정보를 전한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었죠.”
막연히 방송에 대한 동경이 있어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다 기상캐스터가 된 박시준은 이후 케이블 TV에서 MC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로 MC 일을 접했고 카메라 앞에서 또 다른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며 그 일에 빠져들었다는 그는 요즘 연기자 변신을 준비 중이다.
“제가 공연 마니아라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참 많이 보는 편이에요. 늘 배우는 저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 같았어요. 주위에서 연기를 해보라는 얘길 종종 들었지만 그때마다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해?’라고 반문했는데 그러면서도 가슴 속에서 불끈거리는 뭔가가 계속 느껴졌어요. 그러다 지금 연기자들이 주로 소속돼 있는 회사와 인연을 맺게 됐고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연기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돼요.”
박시준은 요즘 한창 연기 수업을 받으며 다양한 작품의 오디션을 보고 있다. 방송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배우로서는 다시 신인이다. 박시준은 그동안의 활동을 밑거름 삼아 ‘아나운서’ 같은 방송인 캐릭터를 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들려준다.
“오랜 기간 마음속에만 감춰 두었던 가슴속 뜨거운 무언가를 꺼내 놓은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런 부담에 억눌리기보단 또 다른 영역에서 색다른 일의 재미에 빠져들어 보고 싶어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글=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