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6·13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승 가능성이 높아지자, 민주당 일부 의원 사이에서도 “노풍이 잦아든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표시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물론 “지방선거야 어디까지나 지방선거일 뿐이고, 대선은 또 다른 거니까”라며 애써 자위하는 인사도 적지 않다.
민주당이 대선기획단을 조기에 발족시킨 이면에는 지방선거 패배에 대비, 미리 일사불란한 대선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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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그러나 대선기획단장 등 몇몇 인사들을 중심으로 대강의 윤곽을 잡아 놓기는 했지만, 기획단이 실제 활동에 들어간 상태는 아니다. 아직 적극적으로 대선기획단에 합류하려는 인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 민주당에서 발표한 의원급 특보단의 경우도 마찬가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걸쳐 의원급으로 20여 명에 이르는 특보단을 구성, 그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특보단에 포함된 한 인사는 “같이 일하자고 해서 수락은 했는데, 막상 특보단에 포함되고 나니 고민이 되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노풍이 가라앉은 원인을 처음에는 대통령 아들들의 게이트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즘 와서는 노 후보 개인에게도 조금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의 핵심측근을 통해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은 한 인사도 “당 내외에 걸쳐 외연을 확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스러웠다”며 “대통령 후보가 됐으면, 그에 걸맞은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아직 후보 경선 때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 이후 상황을 지켜본 뒤, 거취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유보해 놓은 상태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대통령께서 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청와대는 가장 자유로운 상태에서 대선을 지켜보고 있다”며 “노무현 후보로 대선을 치러 당선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끝까지 노무현 후보를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즉, 김대중 대통령 탈당 이후 가장 자유로운 입장에 서 있는 청와대로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꺾을 수 있는 후보라면 누가 후보로 나서든 무방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전당대회 이후 상대적으로 소외된 입장에 처해 있는 친 이인제 성향의 인사들 사이에서는 ‘노무현 회의론’이 비교적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특히, 노무현-한화갑 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는 한광옥, 박상천 최고위원 진영에서 이 같은 회의론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전당대회 이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김중권 전 고문 진영도 예외는 아니다. 김중권 전 고문의 한 측근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이후 행보를 보라”며 “신민주대연합이다 뭐다해서 TK 출신들을 이렇게 소외시키고, 어떻게 대선을 치르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또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지 않겠느냐”며 “그때 가보면 민주당 내에서 노무현 후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에 대한 불만과 회의론은 구여권에서 영입된 인사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다.
한 영입파 인사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당선된 것은 호남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당이 영남에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며 “그런데 지금 상황은 영남에서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지 않느냐”며 “전국적으로 지지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폭넓게 외부 인사들과 연대를 모색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호남과 PK의 결합을 통해 지지를 얻으려고 하면 신지역주의로 몰려 궁지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한 원로급 인사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노무현 후보를 둘러싸고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일단 자민련이 충청권에서 어떤 선거결과를 갖느냐에 따라 자민련발 정계개편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후보가 당 안팎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반창연대의 기수로 떠올라야 하는데, 만약 최근 추세대로 노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또다시 반창세력을 끌어모으기 위한 시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노무현 후보측도 이 같은 당내 회의적인 시선을 의식한 듯, 전당대회 직후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후보는 얼마전 김근태 의원과 단독 회동한 데 이어, 최근 김근태, 정동영 의원과 조찬을 함께 했다.
노무현-한화갑 투톱체제에 한계를 느낀 노 후보가 김근태, 정동영 등 과거 4자연대를 연상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당내 뿌리가 깊지 않은 노무현 후보는 지방선거 이전까지 노-한 체제에 덧붙여 김근태, 정동영 의원이 가세하는 4자연대를 구축, 개혁세력의 결집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무튼 노무현 후보에게는 12월 대선에 앞서, 지방선거 직후 첫번째 시련기를 맞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당내 포진해 있는 반노,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지방선거 책임론’을 들고 나올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책임론은 노무현 후보가 국민경선 와중에 공언한 ‘재신임론’ ‘기득권 포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자민련이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자민련 해체를 전제로 한 정계개편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국민경선 과정에 ‘영남후보임을 내세워 동서화합형 후보라야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다’며 대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노무현 후보가, 지방선거 이후 당 안팎에서 제기될 ‘회의론’을 딛고 대선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