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민주당이 공수처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을 놓고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자신들의 권한 축소가 불가피한 공수처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 이재오 당시 국민권익위원장(현 특임장관)이 공수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는데 그때도 검찰 측의 강한 반대로 흐지부지됐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그런데 민주당 일각에선 공수처 문제를 다른 각도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고 노무현 대통령 주도하에 구여권이 공수처를 도입하려던 당시에 이뤄졌던 검찰의 전 방위적인 로비를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386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중수부 폐지와 공수처 신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2005년 공수처 화두를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던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고, 노 전 대통령은 상당히 아쉬워했다”면서 “만약 당시 노 전 대통령 개혁이 성공했더라면 검찰 조사를 받다가 불명예스럽게 서거하진 않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수처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로 검찰의 집중적인 로비를 꼽고 있다. 검찰 출신인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검찰이 직접 누구를 후원하진 못하겠지만 지인들을 동원해 후원금을 내거나 또 각종 인맥을 동원해 (공수처 관련) 입법을 저지할 순 있다. 특히 검찰로서는 비리 첩보를 살짝 흘려주는 방법으로 의원들을 압박할 수도 있다. 하여튼 당시 검찰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청목회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검찰 쪽에 호의적인 것으로 안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 로비와 관련된 물증만 나와 준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노 전 대통령이 공수처 도입을 외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고, 현 검찰 수장인 김준규 총장이 법무부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법무부 주요 간부였던 김 총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공수처 로비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공수처 로비 진상 조사를 위해 천 의원에게 협조를 구한다는 방침도 세웠다고 한다. 또한 당시 검찰 측과 접촉했던 구여권 실세들을 수소문 중인데, 최근 한 386 유력 의원이 결정적인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