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의자 이 아무개 씨가 사촌제수씨를 흉기를 사용해 숨지게 한 살해 현장.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경찰이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 씨는 11월 5일 저녁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 있는 사촌동생의 처인 박 씨의 집을 찾아갔다. 이 씨는 8시경부터 박 씨의 집 계단 옆에 숨어서 박 씨가 외출하는 틈을 노렸다. 10시 10분경 박 씨가 집 밖으로 나오자 이 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각목)로 박 씨의 머리와 등을 때려 기절시킨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살해 현장인 양수리 ○○번지 박 씨의 자택 주변에는 박 씨가 흘린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범행 직후 시신을 피해자 소유의 승용차 뒷좌석에 싣고 범행 장소에서 약 20㎞ 떨어진 서종면 서후리 소재 전원주택가 야산 공터에 유기했다. 양평경찰서는 이 씨의 자백을 토대로 8일 밤 3시간가량 정밀 수색을 벌인 끝에 시신을 찾아냈다. 양평경찰서 측은 “이 씨는 박 씨를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사체 유기 현장까지 사전에 답사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조사 결과 박 씨와 이 씨는 종중 재산 분배 문제로 수년간 대립각을 세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20억여 원을 호가하는 종중 선산이 박 씨의 명의로 돼 있어 그동안 불만이 많았던 터였다. 올해 들어 고성이 오가는 일이 더욱 많아졌다. 그러던 중 최근 박 씨는 남편인 이 씨의 사촌동생과 이혼소송 및 재산분할 소송을 벌이게 됐다. 때문에 이 씨는 ‘선산을 박 씨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졌고,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경찰 인력이 총동원돼 사건 해결에 나섰지만 이 씨가 진술을 자주 번복해 수사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범행 다음날인 11월 6일 오후 1시께 이 씨는 양평경찰서에 ‘자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 씨는 서종면에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 사람에게 1000만 원을 건네고 사촌 제수씨 살인을 청부했다. 잠시 뭐에 홀린 것 같은데 곧 자수하겠다”고 말한 뒤 이날 오후 4시께 경찰에 자수했다. 이 씨는 이날 경찰 진술에서 “내가 제수씨를 붙잡은 상태에서 실제 범인이 각목으로 내리쳐 살해했고, 이후 같이 사체를 실어 옮겼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9일 오후 이 씨는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고 말을 바꿨다.
▲ 사촌제수씨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이 아무개 씨가 양평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씨는 15일 검찰로 송치된다. |
양평경찰서 측은 “공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결과는 11월 15일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박 씨의 ‘남편’이 살해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재산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박 씨의 남편과 이 씨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함께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관련자를 소환해 보강수사를 펼칠 계획이다. 또 경찰은 정확한 공범 관계를 특정 짓기 위해 사체 부검을 마쳤고, 살해 도구인 각목 등을 11월 10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동부 분원(원주 소재)으로 보냈다. 또 이미 피해자의 차량 감식도 마친 상태다.
경찰은 11월 9일 이 씨를 살해 등(살해, 차량 절도, 사체 유기)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이 씨는 15일 검찰로 송치될 예정이다.
우선미 기자 wihts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