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요원(왼쪽)과 고현정. |
#인터뷰는 어려워!
가장 손쉬우면서 효과 좋은 홍보 방법은 단연 인터뷰다. 작품이 공개되기 전까지 시청자(관객)들은 배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영화의 경우 통상 출연 계약시 홍보 참여에 관한 조항도 포함된다. 유명 배우들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수십 개 매체들과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유다. 배우의 스케줄에 맞춰 1시간 단위로 빼곡히 인터뷰 스케줄을 정리하는 건 쉽지 않다. 한 홍보사 관계자는 “인터뷰 때는 배우들이 특히 예민해진다. 한 여배우는 노트북을 끼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를 체크한다. 마음에 들지 않은 기사가 나오면 기사를 수정하거나 향후 관련 질문이 나오는 것을 막아달라며 다음 스케줄을 진행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인터뷰 자리를 전후해 태도를 달리하는 배우들을 지켜보는 홍보 담당자들의 마음은 씁쓸하다. 사람 좋은 웃음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중견 배우 H. 인터뷰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는 소식을 들은 홍보사 직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 직원은 “H는 평소 홍보사에 막말을 하기 일쑤였다. 트집 잡는 것도 너무 심해 울음을 참지 못한 직원도 있었다”면서 “반면 기자들에겐 너무 깍듯이 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볼 때마다 부아가 치민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H는 기자들에게 매너남으로 인기가 높다.
드라마는 인터뷰 진행하기가 더 어렵다. 촬영 도중 시간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홍보 관계자가 인터뷰를 요청하면 시청률이 높을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시청률이 나쁠 때는 기분이 좋지 않아 피하는 식이다. MBC 주말드라마에 출연했던 또 다른 배우 H는 “감정 잡는 데 방해가 된다”며 부산까지 찾아간 취재진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이후 그는 세트장 앞에서 유유히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냈다. MBC 홍보국 김소정 씨는 “드라마는 거의 ‘생방송’처럼 촬영이 진행될 때가 많다. 하지만 배우들이 직접 인터뷰에 나서는 것이 홍보 효과가 좋기 때문에 스케줄을 잡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드라마가 끝난 후 인터뷰는 시청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방송이 나가고 있을 때 인터뷰를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나 이런 사람이야!
한 영화 홍보사 대표는 가장 난감한 순간을 묻는 질문에 “배우가 스스로를 과대평가할 때”라고 답했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B급인 배우가 A급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며 딴지를 걸면 대책이 안 선다는 것이다.
배우 L이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신인 여배우를 불러 “네가 배우야? 내 앞에서 연기 한번 해보라”고 했던 일화는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 유명하다. 이 배우는 모 방송사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며 참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필름마케팅 비단의 김진아 팀장은 “영화 마케팅의 경우 적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홍보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제작사, 투자사, 감독 등과 조율해야 한다. 그런데 간혹 조연급 배우들이 영화 포스터에 자신의 모습을 넣어주지 않는다는 등 개인적인 이유로 고집을 부릴 때는 난감하다”고 밝힌다.
작품의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소개되는 순서와 포스터 속 사진이 어느 위치에 배치되는지도 배우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이름이 먼저 나와야 자신의 위상이 더 높아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홍보사는 이런 주문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배우 K는 영화 시사회에서 자신의 이름이 여주인공의 이름보다 뒤에 배치됐다며 스탠드형 포스터를 넘어뜨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이 영화의 홍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K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모든 홍보물에 자신의 이름이 먼저 기재됐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함께 출연한 여배우가 이를 용인해줘 큰 잡음이 없었다”고 귀띔했다.
#여배우의 몽니!
MBC 수목드라마 <대물>에서 강단 있는 여성상을 보여줘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배우 고현정. 그는 현실 속에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최고 화제작인 MBC 사극 <선덕여왕>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고현정의 카리스마는 빛났다.
<선덕여왕>이 촬영된 경기도 용인 세트장은 부대시설이 열악한 편이다(대부분의 오픈세트장이 그렇다). 고현정은 화장실을 비롯해 세트장 전체를 청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MBC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야외세트장을 대청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선덕여왕>을 촬영하기 위해 일산 MBC 드림센터를 방문했다가 방문증을 끊고 들어갈 것을 요구받자 촬영을 접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선덕여왕>에 출연했던 한 배우는 “미실의 카리스마는 현실 속에서도 유효했다. 제작진도 고현정의 눈치를 보곤 했다. 다소 까다롭게 굴었다는 말도 있지만 덕분에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한결 쾌적한 환경 속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여배우들과 작업하며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보정작업’이다. 포스터를 제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을 때는 수시로 사진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마음에 안 드는 사진은 그 자리에서 삭제하라고 생떼를 쓰기도 한다. 최종 포스터는 반드시 보정작업을 거친 후 여배우의 최종 허락을 받아야 배포할 수 있다.
녹화 분량을 모니터할 때는 클로즈업에 특히 민감하다. 스스로 판단해 필요 이상으로 카메라가 깊숙이 들어왔다고 느끼면 재촬영을 요구하곤 한다. 한 방송사 홍보 관계자는 “여배우들이 예뻐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당연한 듯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는 모습을 보면 몹시 얄밉다. 연배가 있는 여배우일수록 ‘보정작업’에 목을 맨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