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댜학교 한국한자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단, 위기를 극복하는 동양문화의 지혜를 담은 총서 펴내
경성대학교(총장 송수건) 한국한자연구소(소장 하영삼)에서는 첫 번째 한자총서로 ‘키워드 한자: 24개 한자로 읽는 동양문화’(상·하 2권, 하영삼 저)를 출간했다.
이 책은 한자를 기반으로 형성되고 발전해 온 동양 문명을 24개의 씨앗글자, 즉 24개의 키워드 한자를 통해 동양 문명의 특징과 가치를 해석하고자 기획됐다.
동양 문화를 엿볼 수 있는 24개 한자, ‘眞, 文, 和, 禮, 儒, 中, 美, 善, 道, 詩, 社, 師, 藝, 學, 聖, 遊, 金, 玉, 法, 公/私, 情, 福, 恥, 易’의 어원과 의미 변천 과정을 분석해서 그 배후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풀어내고, 서양 문화와의 비교를 통해 동양 문화의 근원의식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소장이자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하영삼 교수가 2018년에서 2019년까지 2년간 ‘월간중앙’에 연재한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양문화’를 수정하고 보완한 것으로, 우리 생활 속의 한자를 통해 해당 글자의 어원, 의미 변천, 반영된 문화의식, 서양과의 공통성과 차별성, 현재적 활용과 미래적 가치 등을 찾아 현대인들이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의 저자 하영삼 교수는 “한자에는 다른 어떤 문자들보다 해당 글자의 인식과 표현 방법, 개념의 변화 과정, 그의 사용으로 인한 영향과 인식의 고착화 등 다양한 모습이 구체적으로 녹아 있다.
의미를 고스란히 간직한 자형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는 다른 문명의 알파벳 문자가 절대 가질 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3천년 이전의 갑골문을 보면 그들이 사물과 개념, 그리고 세상을 인식하고 그려냈던 갖가지 창의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하영삼 교수에 따르면, 보고 접할 수 있는 사물이나 일이 아닌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을 구체적 이미지로 그려내 하나의 문자로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도 3천 년 전의 문자인 한자는 창의적으로 이러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사사로움’은 둥근 원을 그려 표현했는데, 원을 그리기 전에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었지만 원을 그리고 나면 경계가 나눠지고 구분이 생겨서 안과 밖, 우리와 남의 차별이 생기게 된다.
그것이 ‘사사로움’이라는 개념의 출발이며, 이를 그린 글자가 ‘사(厶)’다. 곡식이 재산이던 농경사회에서 곡식을 뜻하는 ‘화(禾)’를 더해 의미를 더욱 구체화한 것이 사사롭다는 뜻의 ‘사(私)’다.
이러한 사사로움을 파괴해서 경계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 그것이 공정하다는 뜻의 ‘공(公)’자다. ‘사(私)’의 원래 글자인 ‘사(厶)’에 더해진 ‘팔(八)’이 둘로 나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생존에 최고의 필수 요소인 음식을 먹으려는 모습을 그려놓은 것이 ‘즉(卽)’이고, 음식을 다 먹고 머리를 홱 돌려놓은 모습이 ‘기(旣)’이다. 바로 이로써 ‘곧’과 ‘이미’라는 뜻을 그려냈던 것이다.
하영삼 교수는 ‘學’이라는 한자의 의미를 통해서도 동양문화의 특징을 찾아 설명한다. 공부를 뜻하는 ‘학습(學習)’은 ‘산(算) 가지나 문자의 전신인 새끼매듭 지우는 방법을 배우는 모습’의 ‘학(學)’과 어린 새가 날기 위해 끊임없이 날갯짓을 반복하는 모습을 그린 ‘습(習)’이 결합한 단어다.
이 단어를 보면서 한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공부라는 것이 ‘구체적인 지식의 학습과 무한 반복’임을 부지불식간에 각인하게 된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한자문화권의 문명을 해석해 줄 대표 한자 24자를 뽑았지만, 이들은 동양문명을 대표하는 뿌리이자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해당 한자에 반영된 문화의식을 해설하고, 이들의 형성과 변화와 확장 과정, 그리고 이 시대를 슬기롭게 살 지혜와 미래를 대비할 자산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노력했다.
하영삼 교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자 한 글자마다 담긴 의미를 음미하고, 그 현대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 함께 생각해봄으로써 동양문화의 지혜와 동양적 가치라는 것에 다시 한 번 주목하고, 오늘을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바람결에 새겨진 중국역사’ 번역총서 출간
‘바람결에 새겨진 중국역사’ 책 표지
경성대학교(총장 송수건) 한국한자연구소에서는 번역총서 시리즈로 중국의 유명한 역사가이자 문필가인 상하이대학 자오지엔민 교수가 쓴 ‘바람결에 새겨진 중국역사(원제:遠去的牧歌)’를 번역 출간(번역:곽복선 교수)했다.
이 책은 ‘죽림칠현, 빼어난 속물들(푸른역사 2007, 곽복선 역)’로 한국에 잘 알려진 자오지엔민 교수가 집필한 책으로 딱딱한 역사기록을 살아 숨 쉬는 현대어로 풀어낸 역사수필이자 통사적 스타일의 역사서다. 자오지엔민 교수는 중국역사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삼황오제의 한 인물인 황제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춘추전국시대·진시황·서한·동한말·죽림칠현·당현종·오대십국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들을 역사의 무대로 다시 불러내 소개하고 있다.
원래 별도의 독립된 이야기들로 구성된 역사수필집의 형태였지만 자오지엔민 교수의 책을 다섯 번째 번역한 곽복선 교수가 중국역사 전체를 하나로 관통하는 키워드를 ‘바람’으로 잡고 ‘춘추의 바람, 진한의 바람, 대나무 숲의 바람, 치세의 바람, 난세의 바람’으로 다시 편집해 5부로 구성 번역했다.
1부인 ‘춘추의 바람’은 전설시대 오제의 우두머리인 황제로부터 시작하여 중국역대 왕조의 주요 관심사였던 왕조의 정통성 문제를 다루면서 시작된다. 뒤이어 춘추오패, 와신상담 부분에서는 제환공, 진목공, 진문공, 송양공, 부차, 구천을 다뤘으며, 포사, 문강, 식규, 번희, 서시 등을 불러내 역사와 미인들의 관계를 다뤘다.
2부인 ‘진한의 바람’은 영원한 제국을 이루려던 진시황과 그 사상적 기틀을 마련해준 한비자의 이야기를 거쳐, 우리에게 비교적 낯선, 그러나 한(漢)제국의 제도적 기틀을 다진 숙손통의 이야기와 동한말엽 혼란한 국면에 나타난 초일류는 아니지만 한 지역을 장악했던 원소, 원술, 도겸, 장수, 유표, 장로 등 군벌들과 유비 밑에서 용맹을 전국에 떨쳤던 관우, 장비, 조자룡, 황충, 마초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3부인 ‘대나무 숲의 바람’은 조조의 아들 조비가 세운 위나라 중기에 나타난 현학과 청담, 그 대표적 주자인 죽림칠현의 이야기와 그 틀을 형성한 조씨가문과 사마가문의 치열한 정권 싸움을 진진하고 유려한 필체로 써내려간다.
죽림을 대표했던 혜강과 완적, 그리고 영원한 주신(酒神)으로 불리는 유령을 불러내면서 조씨 가문과 사마가문의 자웅을 겨루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4부인 ‘치세의 바람’은 위진남북조 400년에 가까운 분열을 종결시키고 수(隋)나라가 섰으나 몇 십 년도 안 돼 무너지고 당나라가 건국돼 대제국을 이루게 되는데, 그 중심에 있는 당 현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개원의 치세를 열어간 요숭, 송경, 장구령 같은 명재상과 당나라를 구렁텅이로 끌고 간 이임보, 양국충 같은 재상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이끄는 인물들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덧붙여 현종의 여인들과 얽힌 애정이야기도 소개되고 있다.
5부인 ‘난세의 바람’은 찬란했던 당나라 말엽부터 시작된 효웅들의 이야기로 오대십국의 혼란기 70여년을 다뤘다. 무뢰배였던 주전충이 황제의 관을 쓰는 이야기와 거란에 땅을 팔아넘긴 석경당, 오대십국의 명군 시영, 고려왕건과 동일한 시대에 나타났던 전촉의 황제 왕건, 강남에 등장했던 군벌 오월왕 전류의 흥미진진한 일생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곽복선 교수(경성대학교 중국학과)는 “‘바람결에 새겨진 중국역사’는 중국역사의 전반을 이해하면서도 그 속내를 보고 싶은 사람은 물론 경영자, 정치가, 사업가, 직장인들은 필수적으로 봐야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영웅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들 속에 경영의 요체인 용인술, 리더십이 잘 녹여져 있어 이 책을 경제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