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지사의 이대팔 가르마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더 강화돼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큰 꿈을 꾸는 유력 정치인들과 차기 대권 잠룡들에게도 패션을 통한 이미지메이킹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 과연 잠룡들의 옷차림에는 어떤 전략이 배어 있을까. 정치인과 기업인 등의 이미지 컨설팅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정치인들의 패션 전략에 담긴 숨은 비밀을 들어봤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패션을 정치적으로 가장 잘 이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 정치인이다 보니 양복을 주로 입게 되는 남성 정치인에 비해 다양한 패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패션에 작은 변화라도 생기면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곤 한다.
정치인 중 베스트드레서로 꼽히며 ‘코리아베스트드레서상’을 받기도 했던 박 전 대표는 패션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치인 패션’의 인기 높은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박 전 대표에게도 고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유도 박 전 대표가 어머니 육 여사 패션과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기 때문.
박 전 대표의 올림머리 스타일은 육 여사와 닮아 있다. 차기 대선 정책으로 ‘복지이슈’를 주요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육영수 스타일’은 정치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이미지컨설턴트는 “육영수 여사와 같은 자비로운 어머니상은 대중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다. 한나라당 전통 지지층인 보수층에게도 효과적인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한 의상디자이너는 “박 전 대표는 아담한 체형으로 기본적인 디자인의 정장이나 한복 모두 잘 어울리는 체격이다. 지금까지는 양장을 주로 입었지만 앞으로 한복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정치적으로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때 ‘박근혜 스카프’가 정가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단정한 목걸이 외에는 별다른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 박 전 대표는 지난해 이맘때쯤 몇 차례 스카프를 둘러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1월 국회대정부질문에 참석하면서 흰색 물방울무늬의 청색 스카프를 하고 나타난 것. 당시 박 전 대표는 ‘왜 스카프를 둘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목이 허전해서…”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측근들은 한창 유행하던 신종플루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패션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액세서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패션 팁이라고 설명한다. 여러 정치인들의 이미지 컨설팅을 담당했던 ‘장 이미지연구소’의 장소영 대표는 “너무 화려한 액세서리는 거부감을 줄 수 있지만 단정한 디자인의 목걸이나 브로치, 스카프 정도는 훌륭한 패션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전 대표의 경우 다소 강해 보이는 눈매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장 대표는 “눈썹을 지금보다 1㎜ 정도만 굵게 그리면 강인해 보이는 눈매가 훨씬 부드러워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 패션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 때마다 적극적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패션전문가들은 “김 지사는 강인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좀 더 젊은 취향의 감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헤어스타일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김 지사의 경우 전형적인 2:8 가르마를 유지하고 있어 보수적인 이미지가 더 강화된다는 것이다. 장소영 대표는 “정치인들이 2:8 가르마를 하는 이유는 신뢰감과 안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 반대로 고집스러운 이미지로 보일 염려가 있다. 정치인들도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른 체형’의 김문수 지사는 양복을 몸에 맞추어 약간 타이트하게 입는 것이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마른 사람이 옷을 크게 입으면 더 말라 보이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 장 대표는 “와이셔츠의 목둘레도 타이트하게 입는 것이 좋다. 마른 사람이 넉넉하게 입으면 힘이 없어 보이고 왜소해 보일 수 있다. 또 옷 색깔도 밝은 톤으로 입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방송진행자로도 명성을 쌓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패션에 관해선 전문가 수준이다. 본인의 옷은 아내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거의 직접 고른다고 한다. 특히 양복을 입을 땐 셔츠와 넥타이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만큼 정치인 중 패션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는 주자이기도 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와이셔츠와 넥타이와 양복 색깔이) 맞지 않으면 안 입는다. 색깔이 안 어울리게 입는 사람을 보면 또 못 참는다”고 말했을 만큼 패션에 대해 예리한 감각을 갖고 있다.
오 시장은 큰 키(181㎝)와 군살 없는 체격 덕에 ‘핏’(fitㆍ옷 태)이 잘 살아 패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베스트드레서로 종종 꼽힌다. 하지만 ‘꽃미남’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오세훈 시장은 향후 대선 후보로 나서기 위해선 지금과 다른 패션전략을 짜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변호사 시절 양복 CF를 찍었을 정도로 모델로서의 이미지도 호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부드러운’ 이미지를 고수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장소영 대표는 “시장으로만 있는다면 이제까지의 훈남 이미지를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그러나 차기 주자로서 발돋움하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보다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배우 장동건의 예를 들기도 했다. 장 대표는 “장동건 씨가 처음에는 잘생긴 얼굴 때문에 연기를 잘할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던 것처럼 오세훈 시장 역시 잘생긴 외모가 정치인으로서 처음엔 걸림돌이 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장동건 씨가 지금은 연기파 배우로도 인정받고 있는 것처럼, 오 시장도 ‘일하는’ 이미지를 보다 강조하면서 구체적 전략과 함께 이미지 메이킹을 해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이재오 특임장관은 패션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틀에 박혀 보이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양복 차림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평소엔 캐주얼한 옷차림을 선호하고 양복을 입어야 할 경우에도 간혹 타이를 매지 않는 방법으로 소탈하고 자유스러움이 느껴지는 패션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노타이’ 차림일 때엔 셔츠 모양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남자들에게 타이는 패션 감각을 구사할 수 있는 액세서리 중 하나이기 때문에 타이를 매지 않을 때엔 셔츠 깃 등의 디자인이 더 눈에 띌 수 있기 때문.
또 이재오 장관의 다소 강하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인상 역시 패션을 통해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 패션전문가는 “이 장관이 편안한 캐주얼 차림을 주로 입으며 소탈한 옆집 아저씨 인상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젊은 층에게 어필하려면 밝은 색상의 옷과 핏이 타이트한 양복으로 젊은 감각을 줄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한때 염색을 하지 않고 희끗희끗한 백발을 고수했지만, 요즘은 다시 염색을 하기 시작했다. 장소영 대표는 “흰머리가 인상을 부드럽게 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 장관의 경우 염색을 계속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안경을 통해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단점을 가리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이재오 장관은 안경이 잘 어울리지 않는 얼굴형이라고 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역시 호남형 얼굴에 체격도 좋은 편이어서 패션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손 대표의 이미지컨설팅을 직접 담당했던 장소영 대표는 “정치인의 패션이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만들어지는 것인데 손 대표는 이런 점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셨다”며 웃음을 보였다. 손 대표가 옷차림에 대해서는 참모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아 다소 애를 먹기도 했다고. “꾸며진 모습을 어색해 하는 데다 본인이 가진 고정관념이 강해 이를 다듬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 장 대표는 “(손 대표가) 머리에 뭘 바르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셔서 한참 지나서야 헤어제품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손 대표도 정치인 중 키가 큰 편이어서 양복을 잘 갖춰 입으면 ‘옷 태’가 잘 살아난다고 한다. 간혹 커 보이는 양복을 입는 손 대표가 귀담아 들어야 할 ‘팁’은 약간 타이트하게 입어야 한다는 점. 손 대표가 특히 신경 쓰는 아이템은 넥타이다. 화려한 색감의 넥타이를 좋아하는 손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민주당의 상징색인 ‘연두색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넥타이도 양복과 셔츠와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을 듣기 쉽다고 한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경우 방송기자와 앵커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패션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높다는 점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흐트러짐 없이 정확한 넥타이 매듭 모양에서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이 엿보이는데, 언제나 정갈하고 모범답안 같은 옷차림을 선보이는 것이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소영 대표는 “특별히 단점을 지적하긴 어렵지만 앵커다운 완벽한 말투가 정형화된 느낌을 주는 점이 아쉽다. 패션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메이킹된 이미지가 아니라 좀 더 생생하고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과거 ‘국회 등원 복장’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의 경우 평소의 옷차림에서도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는 평가다. 양복보다는 캐주얼 차림을 즐기는 유 원장 역시 틀에 박힌 듯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싫어한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의도하지 않은 듯한’ 패션이 오히려 젊은 층에게는 어필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안경을 간혹 쓰면서 예리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가 완화돼 보인다는 평가다. 장소영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처럼 유 원장 역시 안경으로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 다만 무테보다는 유테가 어울릴 것 같다. 머리도 너무 길게 하지 말고 정돈된 스타일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안경 하나 썼을 뿐인데…
패션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패션에 대해선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패션의 기본적인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는 평가다. 장소영 대표는 “기업인 출신답게 양복을 많이 입어 본 노하우가 느껴진다. 소매 단은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지 넥타이 길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세세한 부분까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선 후보에 이어 대통령직에 있다 보니 물론 본인의 노하우에 전문가들의 손길이 더해진 결과다. 물론 이러한 패션공식만으로 패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입은 양복 브랜드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인 것으로 전해져 한때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
약간 마른 체격의 이 대통령은 양복 역시 타이트하게 입어 ‘옷발’을 잘 살리고 있다. 평소 즐겨 입는 흰색 셔츠와 얇은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양복은 대통령으로서 능력 있는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평. 하지만 대중들과 만날 때엔 간혹 타이를 매지 않아 소탈한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머리숱이 많지 않다는 점과 호감 가지 않는 인상은 외모상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 대통령은 강해 보이는 인상 때문에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소영 대표는 “머리숱이 적어 헤어스타일을 다양하게 하는 데엔 무리가 있다. 최대한 풍성하게 띄우는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또 안경으로 강한 인상을 커버하고 있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