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이클립스>의 한 장면. |
“이렇게 누워 있으니까 늙어서 당신한테 짐이 될까봐 걱정돼.”
지독한 독감을 며칠 앓고 난 남편이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아내가 “설마 짐스럽게 늙으려는 건 아니죠?”라 반문한다면 아마도 남편의 마음을 썰렁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우린 함께 늙어갈 거예요”라고 답해준다면 남편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줄 것이다.
행복한 남녀는 함께 있을 때 혈압이 내려간다는 연구발표가 있다.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의 커플들은 서로에게 안정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가끔 우리는 상대방에게 안전하지 않은 느낌을 줄 때도 있고, 반대로 그런 느낌을 상대로부터 받을 때가 있다. 안전하다는 느낌, 이것은 상대에 대한 신뢰다.
남녀관계에서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상대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는가. 아니면 긴장감을 주는가.
사랑하는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는 아주 중요하다. 때로는 너무 예민해져서 그 사람의 사소한 비판이나 몸짓이나 분위기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로부터 ‘반박하기에 위험하다’ ‘연약함을 보이는 건 위험하다’ ‘긴장감을 늦추는 건 위험하다’는 형태의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40대 중반의 A 씨 부부의 경우, 남편은 말다툼을 할 때마다 부부관계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을 한다. TV채널 선택이나 외식메뉴를 고를 때와 같이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도 부부는 치열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다.
부잣집 외동딸로 자라 자의식이 유난히도 강한 아내는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사생결단 내려는 듯 달려든다. 서로 의견이 안 맞을 때면 남편에게 “우리는 함께 있어서는 안 될 사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이런 아내를 보면 A 씨는 불안해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언쟁을 피하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서로에게 불안감을 주는 관계다. 부부는 사실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부부가 함께하는 곳은 당신이 연약해지고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 어떤 두려움 없이도 마음을 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상대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주어라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상대의 안전한 감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걸 왜 신경 써?” “당신은 너무 소심해” “까짓 거 잊어버려” 같은 말을 남편이나 아내에게 자주 한다면 당신은 ‘중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당신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상대의 감정 분출을 무작정 막으려다 보면 상대의 감정을 함부로 심판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물론 두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불안하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공격을 가할 때 문제가 생긴다.
B 씨의 부인은 집안에서도 절대로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남편이 살쪘다고 말하는 것을 듣기 싫기 때문이다. B 씨는 아내의 몸매 문제점을 지적해주는 것을 아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상대로 하여금 끊임없이 심판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호의로 전달되기는커녕 원망과 괴리감만 커지게 된다.
살다 보면 우리는 한없이 연약해질 때가 있다. 이때야말로 자신에 대한 상대의 진심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함께 있음으로써 이 순간이 안전하게 느껴진다면 이전보다 훨씬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 상대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의외로 쉽다. 나의 감정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상대에게 숨 쉴 여유를 주는 것이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