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데뷔 전 H.O.T 토니안의 광팬이었음을 밝혔던 카라의 박규리. 그는 국군방송에서 근무 중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군 시절의 토니안과 꿈에도 그리던 식사 자리를 가졌던 일화를 털어놓아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몇 년 전 공개방송에서 토니안을 처음 보고 떨렸던 마음 또한 고백했지만, 자신 역시 데뷔 준비를 하게 되면서 (토니의 팬이었다는) 과거가 드러날까 싶어 무척 조심했었다는 말도 덧붙여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토니안의 팬이었던 미녀스타는 이외에도 여럿 있다. H.O.T와 함께 원조 아이돌 스타로 불리는 핑클의 이효리와 이진, 그리고 아이비 등이다. 이효리는 고교 시절 토니의 집 앞에서 그의 다이어리를 슬쩍했던 이른바 ‘다이어리 사건’으로 유명하며 같은 그룹의 이진 또한 고교 시절 토니안을 너무 보고 싶었던 나머지 아픈 척을 하고 조퇴를 했던 웃지 못할 추억까지 갖고 있다. 아이비 역시 학창 시절 자신의 별명을 ‘단지’로 불러달라고 주위에 자청했을 정도다. 이는 H.O.T의 히트곡 ‘캔디’ 가운데 토니 파트의 노래 가사인 ‘단지 널 사랑해~ 이렇게 말했지’를 강조하기 위한 별명이다. 또한 스케치북에 토니안의 그림을 그려 가지고 다니던 일화를 밝혔다. 이들이 연예계의 이른바 ‘토니안 로맨스’ 스타들이다.
그렇다면 정작 ‘토니안 로맨스’의 주인공 토니안은 이들을 만나 어떠한 느낌을 받았을까? 그는 “유독 자신이 인기가 많은 게 아니라, 우연히 그분들이 연예인이 된 것 같다”는 겸손한 소감을 밝힌다. 더불어 “예전에~ 로 시작되는 로맨스가 아니라 ing~ 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팬이었다는 이효리와 박규리와의 만남이 상반된 분위기였음을 밝히기도 했다. 박규리가 소녀다운 감성을 간직한 채 자신 앞에서 무척이나 부끄러워했다면, 이효리는 이와는 반대로 털털함 그 자체였다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친근함을 표시했던 이효리가 어느 날 “야! 내가 니 팬이었어! 임마!”라며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고 한다.
수줍게 스타를 응원하는 팬의 모습이 아닌 당당한 팬클럽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스타들도 있다. 가수 김원준의 열혈 팬으로 잘 알려진 코요태의 신지가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이 데뷔 전 김원준의 팬이었음을 밝힌 데 이어, ‘인천지부 팬클럽 회장’을 역임했던 자랑스러운 경력까지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팬클럽 회원들 가운데 스타와 유독 친한 기 센(?) 팬들이 있게 마련인데, 나 역시 그런 편이었다”면서 데뷔 전부터 이미 김원준과 전화 통화를 하던 사이라고 말했다. 김원준은 그런 신지를 기억하고 있을까? 김원준은 한 인터뷰를 통해 “나는 신지를 아직도 (이)지선이(신지의 본명)라고 부른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 바 있다.
그런가하면 그룹 샤이니의 키는 데뷔 전 같은 소속사 선배인 보아의 팬클럽에 가입해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키는 보아의 공식팬클럽 ‘점핑보아’의 1기 회원이었던 것. 그의 보아 사랑은 이미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그는 일찌감치 학창시절 보아를 응원하는 개인 블로그 등을 개설함은 물론 팬클럽 게시판 등에 ‘보아 누나 팬레터 어디로 보내는지 가르쳐주시면’ 등의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몇 년 뒤 그는 결국 자신의 우상 보아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오디션에 통과해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된다. 뿐만 아니라 보아의 미국 진출 정규 1집에 수록된 ‘I did it for love’라는 곡에서는 키가 랩 피처링을 담당해 팬과 스타의 합작품을 이루어내기도 했다. 얼마 전 둘은 소속사 가수들의 콘서트 무대에서 의미 있는 듀엣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당시 보아는 “점핑보아 회원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람이 키인 것 같다”며 “귀여운 동생과 함께 해서 기분 좋다”는 소감을 전했고 키 역시 “내가 초등학생 시절부터 좋아하던 가수와 무대를 가져 영광”이라며 떨리는 마음을 토로했다.
샤이니의 키가 자신의 우상 보아의 소속사에 들어가 가수의 꿈을 이뤘던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응원하는 스타의 소속사에 들어가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해체한 그룹 젝스키스 장수원의 팬이어서 해당 소속사의 연습생이 돼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구혜선, 필리핀에서 방을 온통 세븐의 사진으로 도배해 놓고 지내다 한국으로 와 세븐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 입성한 산다라 박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스타들의 팬클럽 가운데 가장 많은 연예인 출신 회원을 거느린 팬클럽은 과연 어디일까? 연예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팬클럽은 다름 아닌 그룹 신화의 공식 팬클럽 ‘신화창조’다. 신화의 오랜 활동으로 인해 꾸준히 회원을 모집해오며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한다는 팬클럽 신화창조 회원 가운데에는 깜짝 놀랄 만한 연예인들이 숨어 있다. 그룹 샤크라 출신으로 배우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려원, 쥬얼리의 전 멤버로 최근 컴백을 선언한 조민아, 그룹 씨야의 멤버로 활동 중인 이보람 등 여성 스타는 물론이고 남성그룹 SS501의 리드보컬 허영생 등이 신화창조의 공식회원으로 활동했었다. 신화의 멤버들은 연예계 내에서 유독 이들을 아끼는 것으로 유명한데, 신화의 앨범 재킷 ‘special thanks to’ 란에 려원의 이름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배우 겸 가수 이정현은 데뷔 전부터 만인의 우상 서태지의 열혈 팬이었다. 그는 연예계 데뷔 이유가 서태지를 직접 보기 위해서라고 할 만큼 서태지에 대한 무한사랑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가 데뷔작인 영화 <꽃잎> 촬영 도중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소식을 듣고 식음을 전폐해 영화 촬영이 지연됐을 정도. 그는 최근 한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단 한 번도 서태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아쉬워하며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서태지를 응원하고 있다”며 변치 않는 팬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