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지급 연봉에 대해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오리온스 김승현이 지난 11일 KBL로부터 임의 탈퇴 처리되는 등 구단과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
루비콘 강을 건넜다
지난 7월 연봉조정 끝에 전 시즌에 비해 반토막이 난 연봉(3억 원)에 마지못해 사인을 한 김승현은 이후 철저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2009년 이면계약 사실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까닭에 극도로 말조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임의탈퇴선수 공시 직후에도 11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으나 이내 취소한 바 있다.
<일요신문>은 지난 8월, 김승현이 구단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확실한 취재원으로부터 내용을 제보받았다. 당시 김승현과의 직접 접촉이 여의치 않아 부친 김찬호 씨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김승현이 공식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피하고 있어 8월 취재원을 비롯한 다양한 루트를 통해 김승현의 반응을 확인했다.
먼저 ‘일요신문에 보낸 내용증명’에 대해서는 “김승현이 일부러 그렇게 했다. 즉, 기사 내용이 맞지만 자신이 나서서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이 싫어 그런 형태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뜻을 밝혀왔다.
또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참으려고 했다. 구단이 말하는 대로 열심히 운동을 해 다시 좋은 성적을 내면 그때 가서 제대로 연봉을 받으려고도 했다. 하지만 이 구단(오리온스)은 정말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양쪽 모두, 특히 구단에도 큰 도움이 되는 트레이드 요청까지 묵살하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8월 기사에서 김승현의 FA자격 취득이 1년 늦춰졌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김승현을 두고 부산 KT, 창원 LG 등이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물론 이 트레이드 요청을 오리온스에서 모두 거절했다.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은 “구단과 함께 팀을 이끌고 있는 사람으로 김승현과 관련된 공식 멘트를 하기 힘든 입장이다. 감독으로, 농구 선배로, 김승현을 수차례 만나 설득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오리온스 2군에서 훈련을 해온 김승현은 11일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된 후 바로 2군에서도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한국농구연맹(KBL)의 재정위원회에는 정장 차림으로 변호사를 대동하고 참석했다.
취재 결과 현재 김승현은 언론 접촉 등 모든 것을 변호사 A 씨와 상의하고 있다고 한다. 당초 김승현은 소송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적극적으로 언론에 오리온스의 부당함을 알릴 생각이었지만 변호사 측에서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현의 한 지인은 “답답하다. 이미 법적분쟁으로 번졌고, 임의탈퇴선수까지 됐는데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조용히 있는 것은 구단만 이롭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일한 해법은 트레이드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사실 답은 ‘트레이드 요청까지도 거절하니 할 말이 없다’는 김승현의 푸념에 들어 있다.
스타플레이어와 소속구단의 불화는 그 원인과는 별도로 유일한 해결책은 은퇴가 아니라면 결별밖에 없다. 즉 트레이드가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트레이드 과정에서 돈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보상이 가능하다. 국내 프로농구계에서도 삼성, KCC 등과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서장훈이 트레이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등 사례가 많다.
한 농구 감독은 김승현 문제의 해결책은 오직 트레이드뿐이라고 강조했다.
“간단하다. 김승현이 소를 취하하고, KBL은 임의탈퇴 공시를 취소하고, 그리고 오리온스 선수로 돌아가면 어느 구단과도 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연봉도 많지 않은 까닭에 김승현을 탐내는 팀은 얼마든지 있다. 이것이 프로농구계를 위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김승현은 자꾸 ‘싸가지가 없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계속 들어야 하고, 오리온스도 팬과 프로농구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해결책에도 쉽지 않은 전제 조건이 있다. 오리온스 구단이 먼저 트레이드 가능성을 어떤 식으로든 김승현 측에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소 취하-복귀-트레이드의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오리온스가 갑자기 유화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 김승현도 먼저 소를 취하할 생각이 결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갑갑하기만 한 것이다.
참고로 임의탈퇴가 된 선수는 타 구단의 영입이 불가능하고, 선수 정원 및 샐러리캡에서도 제외된다. 한마디로 사실상 더 이상 ‘선수’가 아닌 것이다. 김승현은 2006년 FA계약 때 5년간 연봉 10억 5000만 원을 약속 받았고(이면계약), 2009년 이것이 6억 원으로 줄었고, 2010년에는 다시 또 반토막(3억 원)이 났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는 선수자격까지 상실하게 된 것이다.
현재 KBL 인터넷게시판은 김승현의 임의탈퇴 요청을 철회해 달라는 농구팬들의 글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김승현을 위한 청원 서명까지 진행되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