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002년 3월 부슬비가 내리는 컴컴한 새벽 5시. 수영을 가려고 집을 나섰던 23살 법대생 지혜 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버지는 불길한 예감에 등줄기가 서늘하다. 2년 전부터 딸을 스토킹하던 의문의 남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가 마르는 열흘이 지나고 경기도의 야산에서 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비보가 들려온다. 부검 결과 밝혀진 충격적 사실 사망 원인은 ‘총상’이었다.
심지어 머리에만 무려 6번이나 총을 쏜 것으로 드러났다. 누가, 왜 23살 여대생을 무참히 살해한 걸까.
문득 아버지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인물이 있었다. 몇 달 전 동업을 제안했던 수상한 남자였다. 명함을 확인하니 이름도, 휴대폰 번호도, 사무실 주소도 모두 가짜였다.
그의 진짜 정체는 바로 사채업자였다. 경찰 수사 결과 놀랍게도 실종 당시 지혜 씨의 집 앞, 시신이 발견된 야산에서도 그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한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도주한 뒤였다.
“딸아, 눈을 감아라. 네 한은 내가 풀어주마.”
온 나라가 월드컵의 환희로 가득했던 2002년 아버지는 범인의 행방을 쫓아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른다. 대체 왜 내 딸을 죽여야만 했는지 아버지는 꼭 이유를 알아야 했다.
딸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아버지의 끈질긴 추적,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정이 시작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