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소식.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1월 24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51%를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 국민 신한 ‘3강’과 하나의 ‘1중’으로 분류되던 은행권은 하나금융까지 포함한 4강 체제로 재편되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와 외환 간의 합병이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는 물리적 계산법을 넘어서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한 심사역은 “소매금융에서 강점을 보이던 하나은행과 외환부분 시장점유율이 과반수에 육박하는 외환은행이 합쳐질 경우 서로간의 약점을 보완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금융권에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외환은행이 현재 21개국에 점포망을 가지고 있어 하나금융지주의 해외영업망도 더욱 확충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하나 측은 기업고객이 많은 외환은행의 장점을 십분 살려 기업금융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인수로 인해 하나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권 순위를 뒤바꿨다. 외환은행 인수 전 하나금융의 총 자산은 200조 원에 불과, 1위인 우리금융지주(332조 3000억)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116조 규모의 외환은행을 인수함에 따라 자산규모 310조 원의 신한은행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2위는 329조 7000억 원의 KB금융지주. 이로써 4개 은행은 매해 실적에 따라 언제라도 순위가 뒤바뀌게 되는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특히 하나금융에 3위 자리를 내주게 되는 신한금융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하나금융과 자산이 불과 6조 원 차이로 순위가 밀려 이를 따라잡으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는 신한금융은 내년 3월 후계구도가 완전히 정립되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와 외환 두 금융사의 합병은 카드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하나SK카드의 시장점유율은 5%이고 외환카드는 4%에 불과하지만 둘이 합칠 경우 10%에 육박해 롯데카드(7%)를 넘어서 삼성카드(12%)를 위협하게 된다.
하나발(發) 금융권 무한경쟁은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가 완료됨과 동시에 더욱 치열해지게 된다. 자산순위 1위의 우리금융지주는 그동안 사실상 국가소유의 금융사(예금보험공사 지분율 56.96%)였던 관계로 사세 확장에 소극적이었다.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등으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영화로 이 족쇄가 풀어지면 우리금융지주도 본격적인 영업전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곳은 우리금융컨소시엄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컨소시엄은 대형 금융회사 M&A(인수·합병)에서는 드물게 기존 경영진과 직원이 회사를 인수하는 경영자매수(MBO·Management Buyout) 카드를 내놨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1월 26일까지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한 23곳의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내년 3월쯤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