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집 나온 남자들>의 한 장면. |
3년 전에 이혼한 K 씨(39)는 이혼으로 인해 인생이 백팔십도 바뀐 사람이다. 이혼 전까지 그는 집도 있고 직장도 번듯한 데다 예쁜 아내와 딸이 있는, 남 보기에 제법 행복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성격적으로 너무 다른 아내와의 결혼은 처음부터 삐걱댔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됐다.
결혼 10년 만에 대출까지 받아서 마련한 30평대 아파트는 몇 달 살아보지도 못하고 여덟 살 딸을 양육하는 전처에게 넘겼다. 자신은 작은 월셋방을 얻었다. 남은 대출금은 아내가 갚기로 했지만 다달이 나가는 100만 원의 양육비와 월세, 생활비를 내고 나면 늘 생활이 빠듯하다.
게다가 챙겨줄 사람이 없어선지 차림새도 늘 후줄근한 데다 불규칙한 식사로 인해 건강도 많이 나빠졌다. 영락없는 홀아비 신세가 된 것이다. 성격 차이로 결혼생활 내내 힘들었던 그는 딸과 함께 살 수 없는 것만 빼면 그래도 홀가분하게 살 수 있을 줄 알고 이혼을 선택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요즘 그는 차라리 부인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안락한 집에서 딸의 재롱을 보며 살던 옛날이 그립다.
K 씨는 이혼자의 현실이 어떤지를 잘 보여주는 경우다. 흔히 결혼을 ‘1+1=3’, 즉 하나와 하나가 만나 셋이 되는 것이라고들 한다. 혼자 살던 남녀가 결혼을 하면 생활비가 오히려 줄어들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심리적 안정으로 상승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혼자 살 때보다 몇 배로 윤택해진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하노 벡 박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기혼 남성들의 수입이 미혼 남성들보다 많고 기혼 남성의 임금 상승 속도도 미혼 남성들보다 높다는 통계가 있다. 결혼을 하면 배우자의 지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책임감으로 생산성도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혼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이혼은 결혼과 정반대다. ‘3-2=0.5’라는 이상한 공식이 바로 이혼의 결과다. 두 사람이 갖고 있던 셋을 반으로 나누면 거의 빈털터리가 된다. 경제사정만 놓고 보더라도 이혼자들은 이혼 전보다 훨씬 궁핍해진다.
♥ 부부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이혼
먼저 위자료다, 양육비다, 해서 재산의 상당 부분이 잘려나간다. 둘이 함께 벌어 많은 것을 누리던 생활에서 반으로 줄어들다 보니 심리적인 상실감은 더욱 커진다. 월 수입 500만 원에 맞춰 살던 사람이 250만 원으로 살아야 한다면 사는 데 어려움은 없다고 하더라도 훨씬 궁핍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6년 이혼사유 중 경제 문제가 14.6%로 성격 차이에 이어 2위였다. 하지만 위에서 밝혔듯 돈 때문에 이혼했다가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차라리 참고 그냥 살 걸…”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혼 후 잠시 경제적 출혈이 있더라도 곧 회복되겠지…’ 같은 낙관적인 생각으로 이혼을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1+1=3’ 공식의 결혼을 통해 안정된 결혼생활을 누리다가 이혼 후 ‘3-2=0.5’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혼에 대해 갖는 세 가지 환상이 있다고들 한다. 배우자와의 지긋지긋한 관계가 깨끗이 청산된다는 점, 신나게 연애할 수 있는 점, 그리고 언제든지 재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배우자와 계속 얽히게 되고 이혼의 상처로 인해 사람에게 마음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이혼을 생각한다면 이런 어려운 현실에 대한 각오와 준비를 해야만 그 후유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 더 참고 노력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