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게 될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저. 관리인들이 내부 조경을 관리하는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최근 정치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 머무를 사저 건립 예산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얼마 전 이 대통령의 사저 및 경호시설 건립비 항목으로 약 100억 원의 예산안이 책정됐다는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한나라당이 ‘아방궁’이라며 맹비난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호시설 건립비의 3배에 달하는 액수다.
초호화 논란이 일고 있는 이 대통령의 사저 건립 현장을 취재했다.
지난 12월 8일 기자는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마침 사저 관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던 터라 집안을 둘러볼 수가 있었다. 사저는 30년이 넘은 2층 집으로 꽤 낡았지만 주변 조경이 잘 되어있어 나름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관보 확인 결과 이 대통령의 사저는 대지 673.40m²에 건물 327.58m²로 30억 원을 호가했다. 이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사저가 위치한 논현동 학동로 일대의 평균 땅값은 평당 최소 3000만 원에서 35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일대는 서울 강남의 전형적인 부촌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주변에 경호시설이 들어서기로 하면서 호화사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월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대통령실 소관 예산안심사가 있었다. 단연 화두는 대통령 사저 경호시설 건립비 예산안으로 모아졌다. 이번 경호시설 건립비 예산안은 ‘대통령 등에 대한 경호에 관한 법률’과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부지매입과 시설건축을 위해 보통 현직 대통령 퇴임 2년 전에 통과된다. 대통령실이 내놓은 예산안은 한동안 회의장을 술렁이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저 경호시설 건립비 추정액이 무려 100억 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작성한 2011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사저 경호시설 건립비 추정액은 총 100억 원으로 부지매입비 70억 원과 건축비 30억 원이 포함되었다. 대지는 총 200평 규모로 경호 사무실, CP, 숙소, 주차 공간 등이 위치한다. 신축 건물은 연건평 300평 이상으로 근무동 140평, 숙소동 80평, 체력관리실 80평 등이 기재되어 있다.
역대 최고액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35억 7900만 원보다 약 3배를 호가하는 금액이다. 김영삼(18억 3000만 원)· 김대중(19억 7200만 원)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약 5배에 육박한다. 논란의 핵심인 부지매입비는 70억 원에 이르렀다. 노 전 대통령(2억 5900만 원)보다 무려 27배에 이르는 수치다.
대통령실 측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찬묵 대통령실 경호차장은 국회 운영위의 예산안심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부지매입비 기준은 현재 사저를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전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논현동 평균 땅값이 3500만 원이다. 경호시설물이 들어서려면 최소 200평은 확보돼야 한다. 70억 산출은 우리의 판단이다”라고 항변했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논리에 야당 소속 위원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기춘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논현동이다. 봉하마을이다’ 이런 생각 안한다. 부지매입비만 70억 원이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땅값 비싸면 포항으로 가면 되지 않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 역시 “예전 한나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와 경호시설에 대해 ‘아방궁’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부지매입에 2억 5900만 원이 들었다. 이 대통령 사저 부지매입에 70억 원이 들어간다고 하면 국민들은 이걸 뭘로 보겠나. 체력단련실 건립 대신 외부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등 시설건립을 축소하더라도 예산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며 과거 노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해 한나라당이 ‘아방궁’ 운운하며 시비를 걸었던 사실을 꼬집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과거 자신들이 맹비난했던 ‘아방궁’ 발언으로 부메랑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호화 사저 논란이 증폭되자 지난 12월 1일 국회 운영위는 여야간 줄다리기 끝에 기존 70억 원에 달하는 사저 경호시설 부지매입비 예산을 30억 원 삭감한 40억 원에 통과시켰다. 여당도 국민들의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연평도 주민의 보상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의 호화사저 논란은 자칫하면 청와대와 여권이 국민들의 심한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호화 사저 건립에 따른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30억 원을 삭감했다고는 하지만 40억 원이라는 부지매입비 자체가 기존 금액을 훨씬 상회하는 데다 건립 과정에서 추가금액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2월 7일 기자와 통화한 박기춘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이번에 통과된 예산안에는 필요시 추가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는 부대조항이 들어 있다. 현재 통과된 부지매입비 40억 원도 국민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금액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더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통과된 예산안은 부지와 시설을 기존 계획보다 얼마만큼 축소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달리 생각해보면 삭감된 예산을 우선 통과시키고 나중에 추가예산을 더 받자는 계산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