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퍼펙트 웨딩>의 한 장면. |
그는 결혼 8년 만에 이혼을 했다. 그들 부부도 한때 서로 사랑했고 행복했다. 아내는 애교도 많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부모님과 가까이 살면서부터다.
10분 거리에 살다 보니 부모님과의 왕래가 잦아졌고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들 집을 자주 드나들게 된 어머니는 며느리의 살림 솜씨를 못마땅해 했고 아내 역시 투정이 늘어갔다. 그는 처음엔 아내를 다독거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내에게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아예 부모님과 살림을 합치면서 부부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부모님과 형제들은 아내를 나무랐다. 이런 상황에서 아내만 참아주면 되는데 그렇지 못한 아내가 야속했다. 그때는 몰랐다. 나한테는 좋은 부모님, 좋은 형제일지 모르지만 아내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아내만 이기적인 여자라고 타박을 했다. 얼굴만 봐도 싸움을 하게 되자 아내는 아예 말문을 닫아버렸다.
결국 이혼을 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그가 이혼해서 홀가분했던 것은 잠시였다.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함께 살 때는 아내가 못하는 것만 서운했는데 이제는 아내에게 못해준 것만 생각났다. ‘이런 생각을 진작 했더라면…’ 하면서 후회 중인 그는 아내에게 재결합을 얘기해볼 참이다.
결혼한 여자들은 이렇게들 얘기한다. 효자는 좋은 남편이 못된다고. 그러면 남자들은 이렇게들 얘기한다. 시댁을 친정처럼 생각하라고. 그런 남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처가를 친가처럼 생각하느냐고.
어떤 남자들은 ‘아내가 남편이 효도하는 것을 막는다’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여자들은 자신이 시댁에 잘하면 남편도 친정에 잘해주기를 원한다. 그건 당연하다. 남편에게 부모가 있듯이 아내에게도 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이 해주고도 받는 것이 적기 때문에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결코 시댁을 멀리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혼 사유 중 ‘성격 차이’가 가장 많다고들 한다. 이혼을 부채질하는 ‘성격 차이’를 부르는 요인으로 고부갈등이나 시댁과의 불편한 관계를 꼽을 수 있다. 이런 갈등 관계의 최초 원인 제공자는 아내도 시어머니도 아닌 바로 남편이다. 남편이 처가에 안부전화 한 통만 더 했더라면, 아내에게 수고한다는 말 한 마디만 더 했더라면, 어머니에게 며느리가 아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말씀드렸더라면…, 그렇게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 나쁜 남편 되고 싶으면 이렇게 하라
혹시 아내에게 단 한 번이라도 “내 부모한테 이렇게밖에 못하는 여자와는 살 수 없어!”라고 소리친 적이 있는가. 아내에게 소리치기에 앞서 혹시 당신이 나쁜 남편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의 ‘나쁜 남편 체크리스트’를 체크해 보라.
□ 아내가 화를 내는 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아내에게 참으라고만 했다.
□ 아내를 통해 내 부모에게 효도를 하려고 했다.
□ 부모님이 아내를 나무랄 때 덩달아 화를 냈다.
□ 처가에 뭘 해주고 나서 아내가 내게 감사하기를 바랐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당신은 나쁜 남편이다. 문장을 과거형으로 한 건 어제까지는 그랬더라도 오늘부터는 고치라는 의미에서다.
아내는 처음부터 며느리가 아니었다. 그냥 한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은 여자였을 뿐이다. 누구에게나 부모는 소중하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안타까워 해줄 뿐 자식의 아픔을 대신해줄 순 없다.
부모에게 해드리는 최고의 효도는 자식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괜히 아내에게 효도를 강요해서 부부 사이 나빠지면 그게 더 큰 불효다. 아내에게 잘하면 아내는 자연히 시댁에 잘하게 된다. 그게 현명한 남편의 길이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