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륜 전문 이종원. |
당시 그가 촬영을 마치고 제작진과 함께 지방의 한 식당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답게 사인 공세를 예상하고 기분 좋게 식당에 들어간 이종원. 하지만 그가 식당에 들어선 순간 드라마에 심취해있던 식당 주인 할머니는 대뜸 그에게 소금을 한 움큼 뿌렸다. 그것도 “재수 없으니 당장 나가”라는 말과 함께. 그는 자신의 전문 영역으로 굳어진 불륜남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이종원은 “아이들의 교육 차원에서 내가 출연한 드라마를 못 보게 하는 점 등은 불편하지만, 불륜 연기도 하나의 장르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고마운 역할”이라고 불륜 예찬론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불륜남 타이틀이 영 억울할 법한 사연이 숨어있다. 그의 출세작 <청춘의 덫> 캐스팅 당시 그는 원래 심은하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전광렬 역할로 섭외가 됐었다고. 그러나 그는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어 스케줄상 출연을 고사했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심은하를 배신하는 ‘동우’ 역할로 캐스팅됐던 배우가 갑자기 중도하차하게 된 것. 감독은 결국 그에게 다시 한 번 ‘동우’ 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결국 결혼 준비로 바쁜 와중이었지만 두 번은 거절하기 힘들어 이종원이 맡은 배역이 바로 배신남 ‘동우’였고 결국 이 캐릭터로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유일무이한 불륜 전문배우가 된 것이다.
▲ 가정부 전문 전원주(왼쪽)와 동생 전문 허정민. |
하루는 그가 아들의 학교 입학식에 따라갔는데 아들의 친구들이 그를 알아보고 “우와! 식모 지나간다”라고 놀려댔고, 당황한 아들은 엄마 손을 뿌리친 채 집으로 도망을 가버렸다고 한다. 엄마에게 “왜 학교에 나타난 거냐”고 울부짖던 아들의 모습을 보며 두 번 다시 가정부 역할을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는 전원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이번 한 번만 가정부 역할을 맡으면 다음에 좋은 역할을 주겠노라”는 PD의 말을 번번이 믿고 속기를 반복했다. 세월이 흘러 꿈에도 그리던 무명 탈출에 성공한 그는 요즘 가정부 전문배우라는 타이틀 대신 재테크와 성공학 전문강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편 주인공의 남동생 역할만 전문으로 맡아 화제에 올랐던 배우도 있다. 주인공은 아역배우 출신이자 그룹 문 차일드의 기타 리스트로도 활동했던 배우 허정민. 그는 출연작 제목보다 ‘누구 누구의 동생’으로 더 기억될 정도로 수많은 주인공의 동생 역할을 맡아왔다. 소유진 김정화 장서희 수애 김성은 안재욱 서유정 고 정다빈 등등이 그의 극중 누나, 형 리스트다. 이 정도면 동생 전문배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인데 그는 이런 타이틀을 어떻게 생각할까?
허정민은 “누나 역할을 맡은 연기자들이 대부분 또래 연기자였고, 심지어 김성은과 김정화는 동생이었다”면서 “아역부터 시작한 데다 어려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동생 역할만 맡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다. 또한 “단막극에서 형 역할을 한 번 맡아보긴 했지만 서른이 되는 내년에도 동생 역할을 계속 맡았으면 한다”며 동생 전문배우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의사 전문 김명민. |
이외에도 네티즌들이 꼽은 전문배우들로는 ‘밖에서 애 낳아오기 전문배우’ 한진희, ‘부도 맞기 전문배우’ 현석, ‘주인공 친구 전문배우’ 김나운, ‘자개장 배경 시어머니 전문배우’ 김용림, ‘무능력한 소시민 전문배우’ 강남길 ‘남자주인공 선배 전문배우’ 권해효 등이 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