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대선 직전 청와대 사직동팀이 정치권 병무비리에 대한 병무청의 조사를 중단시켰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만약 사실일 경우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의혹 대책회의에 당시 청와대 인사가 주도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인으로 군·검 병무비리 수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의정하사관 출신 김대업씨(41)는 최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97년 7월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면제 파문이 불거지자 당시 청와대 직속 하명사건 전담 내사기관인 일명 사직동팀 수사관 2명이 야당 정치인이 관련된 병무비리를 조사중이던 병무청 감사실로 찾아가 조사 중단을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사직동팀 수사관들은 병무청 감사실로 조사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서를 들고 왔으며, 그 공문서에는 ‘사직동팀에서 관련 사건을 조사중이니 끝날 때까지 중지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면서 “병무비리에 대한 감사실의 조사가 자칫 이회창 총재의 아들 정연씨 병역문제 파문을 더욱 확산시킬 것을 우려해 사실상 사건을 덮으려 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당시 공문서는 병무청 감사실이 조사한 자민련 고위당직자 이아무개씨의 아들 관련 기록 속에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올해 초 내가 검찰의 병무비리 수사를 도와주는 과정에서도 문제의 공문서를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병무청 감사실 담당직원과 사직동팀 수사관들로부터 ‘상부로부터 사건을 덮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면서 당시 병무비리 조사중단을 직접 지시한 청와대 실무 책임자로 전 비서관 A씨를 지목했다.
그러나 A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의 주장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는 일이다”고만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97년 당시 병무청 감사실이 정치인들을 상대로 병무비리 조사에 착수한 계기는 바로 김씨 자신이 연루된 자민련 고위당직자 이씨의 아들 병역면제 청탁비리 건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혐의 자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김씨가 밝힌 사건의 개요다. 김씨가 이씨로부터 아들의 병역면제 청탁을 받은 것은 지난 94년. 중간에 나선 사람은 이씨의 딸이었다. 김씨는 그녀로부터 병역면제 청탁 대가로 3천만원을 받아 병무청 P중령을 거쳐 박노항 당시 원사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또 부천 C병원 원장 김아무개씨(98년 10월 병무비리혐의로 구속)에게 부탁해 허위로 CT를 촬영, ‘디스크 판정’을 받아 면제 요건을 갖췄다. 이 같은 병무비리 사슬이 엮어지면서 이씨의 아들은 지난 96년 10월 면제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이씨의 딸과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와 이씨 가족간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97년 7월 초 김씨가 개인적 문제로 이씨의 부인 M씨로부터 병역면제 사기혐의와 공갈협박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당하기에 이른 것. 비슷한 시기 병무청 감사실도 M씨로부터 진정서를 접수받고 김씨의 병무비리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사직동팀도 이 사건에 대해 당시 이미 알고 있었다. “M씨가 경찰 간부로 재직중인 남편의 동생을 통해 사직동팀에 사건을 의뢰했기 때문”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병무비리 브로커 역할을 했던 김씨를 구속시키는 데 적용된 혐의는 협박혐의뿐이었고, 그는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이에 대해 “M씨가 나를 고소한 혐의는 병무비리 혐의와 협박 등이었는데 병무비리 혐의에 대한 조사가 사직동팀에 의해 중단되면서 협박 혐의만 남게 됐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병무청과 사정당국 관계자의 조직적인 은폐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씨는 이회창 후보의 아들 정연씨를 둘러싼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 “당시 박노항 원사가 정연씨의 병무기록 문제로 직접 국군 춘천병원에 전화를 걸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박 원사를 조사해보면 사건의 진실을 모두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사 구속 이후 검찰의 병무비리 수사를 도왔던 김씨는 또 “박 원사와 관련, 추가로 병무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이 6∼7명 더 있다”면서 “전직 의원 N, L씨와 P전 의원의 손위 동서 등이 그들로, 이 가운데 P전 의원의 손위 동서의 아들은 이미 혐의가 확인돼 현역으로 입대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98년 9월 당시 국방부 검찰부 이명현 소령과 함께 서울시내 C호텔에서 정치권과 군 최고위층 병역비리 연루 인사 60여 명의 명단을 작성했던 인물. 한때 ‘김대업 리스트’가 나돌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는 이와 관련, “병무비리 수사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박 원사의 전임인 B씨와 전직 병무청 최고위간부 등 핵심인물들이 이미 해외로 도피했기 때문이다”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며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추가폭로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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