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서로 몸이 바뀌는 남녀 주인공을 연기한 현빈과 하지원. 자료제공=SBS |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2010년 연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빈 하지원 윤상현 이필립 등 스타 출연진이 각각 자신들에게 딱 맞는 캐릭터로 분해 보여주는 뛰어난 연기에 ‘시청률 대박 콤비’인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의 힘이 더해진 <시크릿 가든>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첫 회부터 화제를 양산한 <시크릿 가든>의 시청률 대박 이면에는 드라마 제작 과정에 숨겨진 다양한 비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시크릿 가든> 속에 숨겨진 ‘시크릿’을 살펴본다.
◇어긋남이 만든 최적 캐스팅
사실 <시크릿 가든>은 쉽게 시청자들을 만난 드라마는 아니다. 캐스팅 과정에서 잡음이 빚어지며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라는 황금 콤비가 만드는 드라마임에도 도중에 제작이 무산될 뻔한 위기를 겪어야 했다.
현빈이 열연 중인 ‘김주원’ 역할로 먼저 캐스팅된 이는 장혁이었다. SBS 측은 지난 2002년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안하무인 재벌 2세 역할을 선보였던 장혁이 한층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문제는 윤상현과 미묘한 라인을 형성하는 가수 ‘썬’ 역할이었다. 본래는 2PM 출신의 재범이 ‘썬’ 배역으로 예정돼 있었다. 논란 끝에 2PM을 탈퇴한 재범이 화려하게 국내 연예계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JYP엔터테인먼트 외압설 등 잡음만 양산한 채 캐스팅이 무산됐다. 재범이 하차하자 소속사 싸이더스HQ는 장혁까지 하차시켰다.
장혁 하지원 윤상현 이필립 등 주요 배역 캐스팅은 김은숙 작가가 자신의 캐릭터 구상에 맞춰 직접 캐스팅한 배우들이었다. 장혁의 하차로 작가의 구상은 어긋났고 급하게 찾은 대안이 현빈이었다. <시크릿 가든>의 성패 여부를 아직 가늠하긴 어렵지만 ‘긴급 수혈’된 현빈이 연기하는 김주원 캐릭터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심지어 ‘어긋남이 만든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재범의 하차로 인해 썬의 비중은 다소 줄어들었다. 본래 ‘썬’은 동성애자로 오스카(윤상현 분)에게 한눈에 반해 그의 곁을 맴도는 캐릭터였다. 그 역시 다른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라마 방영분에서도 썬은 오스카의 주위를 맴돌며 상처를 주고 있지만 비중이 적고 동성애자라는 사실도 스쳐가듯 공개됐다. 그렇지만 신인 배우 이종석이 아니라 재범이 썬으로 캐스팅됐을 경우 극중 비중은 지금보다 훨씬 커졌을 것이다.
하지원과 같은 연예기획사 소속의 신인 배우인 이종석은 비록 출연 분량이 적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미친 존재감’ 스타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상현은 “썬과 러브라인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차츰 썬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애초 주요 설정이던 썬과 오스카의 동성애 라인이 캐스팅 난항으로 인해 반전의 카드가 된 셈이다.
◇철저한 의도에 따른 소품
제작사인 화앤담 픽쳐스의 백혜주 제작이사는 “드라마는 감독과 작가가 만드는 작품인 만큼 캐스팅부터 제작 전반을 두 분의 의도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촬영 장소와 소품 등도 철저히 두 분의 의도에 충실하려 노력했다”고 말한다.
<시크릿 가든>으로 인해 가장 이슈가 된 것 가운데 하나는 단연 극중 김주원과 오스카의 집인 경기도 여주 소재의 마임비전빌리지다. 김은숙 작가는 폐쇄공포증에 걸린 김주원의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확 트인 집을 요구했다. 또한 몸이 바뀐 뒤 지내게 되는 좁고 폐쇄적인 길라임(하지원 분)의 집과 정반대 개념의 집이 필요했다. 이런 작가의 의도에 따라 신우철 PD가 지인들에게 적절한 장소를 문의해 기업 마임의 연수원인 마임비전빌리지를 소개 받았고, 이를 제작사에서 섭외했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재벌의 집은 대부분 폐쇄적이다. 보통의 폐쇄적인 고급 주택이 촬영 장소로 섭외됐다면 김주원의 독특한 캐릭터와 영혼 체인지를 적절히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이슈 아이템은 김주원의 트레이닝복이다. 의상에 전혀 관심 없고 털털한 이미지의 길라임과 정반대인 패셔너블한 재벌 3세 백화점 사장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명품 트레이닝복을 등장시킨 것. 이런 작가의 의도에 따라 현빈의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김주원의 트레이닝복을 만들었다.
◇비밀로 겹겹이 포장된 결말
<시크릿 가든>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네티즌들은 다양한 결말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반응 역시 작가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극 중간 중간에 결말을 상상케 하는 다양한 비밀 설정을 넣어 놓은 것. 김주원과 길라임의 영혼이 바뀌는 신비가든에 등장한 여주인의 엉뚱한 대사, 여주인이 길라임의 아버지로 바뀌는 장면, 임아영(유인나 분)이 간밤에 꾼 꿈 내용, 그림 속 신비가든에 불이 켜지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네티즌들이 제기한 가장 대표적인 결말은 몸이 바뀌어 길라임 대신 김주원이 죽고 길라임이 김주원의 몸으로 사는 새드 엔딩설, 모든 내용이 오스카의 뮤직비디오라는 설, 폐쇄공포증을 앓는 김주원의 정신질환이 심해진 탓에 본 환상들이라는 설 등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은숙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제가 쓰지도 않은 가짜 엔딩들이 난무하는 모양입니다”라며 “자꾸 이러면 ‘팜므파탄(?)’ 김 작가가 되고 말테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제작진은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다만 김은숙 작가가 <파리의 연인> 등 기존 드라마에서 판타지적인 결말을 즐겼다는 점을 놓고 볼 때 평범한 결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번 드라마는 주요 설정부터가 남녀주인공의 몸이 바뀌는 판타지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길라임이 사람이 아닌 게임 캐릭터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모든 내용이 김주원이 게임 속 여성 액션 캐릭터 길라임과 영혼이 바뀌는 환상에 빠져 벌어진 일로 마무리되는 결말이 유력하다는 것. 실제로 드라마에서 김주원은 사촌형인 오스카와 함께 게임을 무척 즐기는 캐릭터로 나온다. 또한 집 1층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컴퓨터가 있고 최근엔 자동차 경주 게임기까지 등장했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이 이런 결말을 예상하는 결정적인 까닭은 <시크릿 가든>의 애초 기획의도가 ‘게임과 현실을 오가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랑을 다룬 멜로판타지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의도대로 드라마가 제작되진 않았지만 결론만큼은 애초 기획의도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