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1박2일’ 방송화면 캡처. |
최근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은 멤버들이 6대 광역시를 찾아가 일일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광역시 릴레이 특집’을 방송했다. 이 방송이 특히 화제가 된 까닭은 이종범 양준혁 이대호 등 유명 프로야구 선수들이 ‘명사’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날 화제가 된 부분은 단순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출연이 아니었다. 그들이 보여준 뛰어난 예능감이 눈부셨던 것. 강호동에게 밀리지 않는 말발은 기본, 순박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양준혁의 모습은 여느 예능 스타에 밀리지 않았다. 특히 특유의 멋쩍은 미소로 양준혁이 대답하던 “글씨요(글쎄요의 대구 사투리)”라는 말은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또한 양준혁의 집에서 배우 한효주의 사인이 담긴 사진이 발견되자 양준혁은 “내 인생의 활력소야. 다 그렇게 돼”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양준혁은 ‘1박2일’의 새로운 멤버로 거론될 정도였다. 스포츠 선수 출신 예능인인 강호동이 이끄는 ‘1박2일’인 터라 은퇴한 당대 최고의 프로야구 선수인 양준혁의 가세가 어색하지 않다는 것.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멤버로 누가 가세할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양준혁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그렇지만 양준혁의 대답은 역시 “글씨요”였다.
최근 양준혁이 SBS <맛있는 초대>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과시한 데다 ‘1박2일’까지 출연하면서 실제 예능인으로 활약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그렇지만 우선 ‘1박2일’ 제작팀은 양준혁을 새 멤버로 영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수근을 자신의 단골집으로 안내해 광주의 별미인 ‘육전’을 소개한 이종범은 “육전을 먹어 봤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맛있습니다”라는 ‘육전’ 2행시로 화제가 됐다. 그렇지만 이종범의 경우 올 시즌 은퇴한 양준혁과 달리 다음 시즌에도 현역으로 뛰기 때문에 ‘1박2일’ 새 멤버 후보군에 오르진 못했다.
시청자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다는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극도로 꺼리는 스타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국가대표 축구선수 박지성.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뒤 당시 몸담고 있던 일본에서 한국 방송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한다. MC로 왔던 개그맨을 비롯해 제작진에게 자신의 집까지 기꺼이 공개하는 등 멀리서 찾아온 손님맞이에 힘썼으나 결국 그는 이날을 계기로 예능프로그램과는 작별을 선언하게 됐다. 이유는 “너무 힘들어서”다. 익숙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오랜 시간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그에겐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고. 그러나 그가 무조건 TV출연을 고사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연예정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 응하곤 하는데 얼마 전 그를 만난 SBS <한밤의 TV연예> 리포터 지영은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이 끝난 직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박지성을 인터뷰했다. 지영은 “박지성 앞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박지성이 자신의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긴장한 마음에 그를 못보고 연신 대본만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 머쓱한 상황의 박지성이었지만 그는 지영을 오랜 시간 기다려주었다고 한다. 이런 박지성의 모습에서 남다른 배려심을 느꼈다는 지영은 그의 독특한 마이크 테스트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방송에 익숙한 여느 스포츠 스타들과는 다르게 그는 마이크 테스트를 부탁하자 연신 “아! 아! 아! 아!!!”라며 어색한 소리만 내곤 했다고.
한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스포츠 스타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 여자역도의 간판스타 장미란.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직후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는데 그의 출연 뒤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장미란에게 당시 방송 출연 러브콜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장미란은 예능프로그램만큼은 자신이 없다며 고사했는데, 그럼에도 ‘무릎팍도사’에는 출연을 해 주위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당시 그의 출연 뒤에는 이듬해 고양시에서 열리는 세계역도선수권대회를 MBC가 중계해주는 조건이 숨어 있었다. 거듭해서 장미란의 출연을 설득했던 MBC는 역도연맹과 중계권에 관한 협의를 이끌어냈고 연맹이 직접 설득에 나서면서 장미란의 ‘무릎팍도사’ 출연이 이뤄지게 됐다. 실제로 2009년 고양세계선수권대회는 당시 인기 시트콤이었던 <지붕뚫고 하이킥>까지 결방시키며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이 대회가 끝난 직후 장미란은 또 한 번 MBC의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코하우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편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경기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최근 ‘남자의 자격’ 출연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종격투기 선수 서두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예능에 출연하다 보니 몸 관리가 부실해져 살이 10㎏ 가까이 찌고 말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때문에 팔꿈치 부상을 입는 등 도저히 대회에 나갈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대회 출전을 강행한 이유는 팬들에게 비난을 받기 싫어서였다고. 그는 “TV에 자주 출연하다보면 경기에 질 경우 더 많은 욕을 먹게 된다”며 “저 자식 저럴 줄 알았어라는 얘기가 듣기 싫어서 어떻게든 승리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남자의 자격’ 이후 출전한 한 대회에서 체중 감량에 애를 먹으며 실신을 하는 등 상당한 고생을 해야 했지만, 기어이 승리를 따내 팬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