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육대에서 불암산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제명호라는 산상 호수가 나온다. 둘레길의 사랑받는 쉼터다. |
서울·경기지역에서 북한산둘레길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조용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또 하나의 산책로가 있어 소개한다. 바로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에 걸쳐 있는 불암산둘레길이다. 특히 노원구 쪽 구간만을 두고 ‘나절길’이라고 일컫는데, 최근 추억 속으로 사라진 화랑대역과 경춘선 철로가 여기에 있다.
불암산은 서울시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에 절반씩 걸쳐 있는 산이다. 해발 509m로 이웃한 수락산(640m)보다 낮다. 하지만 그 풍모만은 결코 우습게 볼 산이 아니다. 마루금 일대가 절벽과 암릉으로 이루어져 꽤 위용을 떨친다. 불암산에는 7세기경 신라가 쌓은 석축산성이 남아 있고, 비슷한 시기에 역시 신라가 세운 불암사와 석천암 같은 고찰이 있다.
불암산둘레길은 총 18㎞로 제법 길다. 불암산둘레길은 경기도 남양주 쪽 10㎞를 하루길, 서울시 노원구 쪽 8㎞를 나절길이라 부른다. 걷는 데 하루를 잡아 마땅해서 하루길, 반나절이면 충분하다해서 나절길이다. 이번 주 걸을 길은 나절길이다. 이 길로 잡은 것은 다른 무엇보다 이번에 퇴역한 경춘선 화랑대역 앞을 지난다는 이유에서다.
나절길 걷기는 보통 백세문에서 출발해 백사마을, 삼육대, 태릉을 돌아 화랑대역을 돌아 나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백세문이 아니라 백사마을이나 삼육대에서 시작해도 상관은 없다.
길은 백세문에서 백사마을 쪽으로 가는 동안 다소 경사가 있다. 원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을 관통하면 백사마을 갈림길에 이른다. 백사마을은 불암산 자락에 자리한 달동네로 중계본동 104번지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백사마을이다. 1957년 용산과 청계천 일대가 개발되면서 강제 이주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약 1200가구가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요즘 재개발사업추진을 놓고 진통이 많은데, 다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1960~1970년대 모습을 떠올리게 만드는 달동네를 직접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긴 하다.
백사마을 갈림길은 나절길과 하루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하루길, 곧장 앞으로 가면 나절길이다. 금방 도달하게 되는 삼육대 갈림길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절길과 하루길이 만난다. 백사마을 갈림길에서 삼육대 갈림길을 거쳐 삼육대로 내려가는 나절길을 따라가다 보면 도중에 제명호라는 작은 호수가 있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쉼터다. 호수 주변으로 벤치와 정자가 마련돼 있다.
제명호에서 삼육대 정문으로 나오는 구간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을 만큼 삼림이 좋다. 소나무와 참나무, 오리나무 등의 어우러짐이 일품이다. 딱따구리 등 서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새들도 종종 목격된다. 삼육대 교정은 소나무숲이 울창하다. 삼육대를 빠져나오면 길은 태릉으로 이어진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3, 4번 출구→공릉산백세문→불암산둘레길. ▲문의 : 노원구청 공원녹지과 02-2116-3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