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우먼센스 |
지금까지 밝혀진 식초의 효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식초를 바르면 정전기가 사라지는 등 생활 속 활용법도 알아본다.
인류가 식초를 먹기 시작한 것은 벌써 1만 년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식초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부터로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에 나온 <향약구급방>에는 음식에는 물론 민간약재로도 쓰였다는 기록이 있고, <동의보감>에도 ‘식초는 풍(風)을 다스리며 고기와 생선, 채소 등의 독을 제거한다’는 내용이 있다.
요즘은 숙취 해소를 위해 식초를 마시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 식초가 숙취를 해소하는 것은 여러 가지 유기산이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류 업체에서는 식초를 섞어 만든 칵테일주까지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숙취 해소 목적으로 식초를 활용한다. 북유럽 국가인 폴란드나 덴마크 등에서는 식초를 넣어 절인 피클로 숙취를 해소하는데, 특히 와인을 마신 후에 생긴 숙취에 좋다고 한다.
피로가 쌓여 있을 때도 식초가 도움이 된다. 식초 속에 풍부한 유기산 성분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 에너지 소모를 돕고, 피로 물질인 젖산과 활성 산소를 제거해 활력을 준다. 보통 젖산은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피로가 심할 경우에는 몸 속에 쌓여 근육통, 관절통 등을 일으킨다. 또한 유기산이 장을 깨끗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알레르기 피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식초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자.
하루에 한두 숟가락의 식초를 꾸준히 먹으면 심장병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한 임상시험에 따르면 사과식초를 먹은 사람들의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 수치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20명 참가자 중 절반에게는 8주간 사과식초를 먹게 하고, 나머지에겐 발사믹 식초가 2% 들어간 물인 가짜 약을 먹였다.
그 결과 사과식초를 먹은 사람들의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 수치가 높아졌다. HDL은 우리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로, 혈관 벽을 막는 지방을 줄여 혈관질환과 심장병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연구팀은 “사과식초는 이미 관절염과 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동물실험에서도 사과식초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여주는 동시에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고 말했다. 식초는 몸 속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원래 식초를 이용한 각종 건강법은 일본에서 유행했는데, 국내에서는 주로 다이어트, 건강개선 등을 위해 식초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과연 식초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까.
일본에서의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식초가 실제로 몸속에 지방이 쌓이지 않도록 막아주고 비만을 예방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본 미쓰칸중앙연구소의 토무 콘도 박사팀은 실험용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을 투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6주 동안 고지방 식단을 제공한 다음 한 그룹은 물만 마시게 하고 나머지 그룹은 각각 0.3, 1.5%의 초산을 투여했다. 그랬더니 초산을 투여한 쥐는 물만 먹은 쥐보다 10%까지 몸속 지방이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초산 성분이 지방 파괴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연구 결과”라며 “때문에 지방이 적게 쌓이고 결국 비만이 예방된다”고 설명했다.
미쓰칸중앙연구소가 진행한 다른 연구에서도 식초가 뱃살의 주범인 내장지방을 줄여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가 25~30 정도(경증 비만)의 평균 44세 성인 남녀 175명(남성 111명, 여성 64명)을 대상으로, 지나친 운동을 피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사과식초를 배합한 음료를 하루 2회 12주간 마시게 했다.
12주가 지난 후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내장지방 면적의 변화와 체중, 혈중 중성지방 등 변화를 검사했다. 그 결과 하루 30㎖(초산 1500㎎)를 섭취한 그룹은 내장지방 면적이 평균 약 6.72㎠, 허리둘레는 1.85㎝ 줄었다. 그러나 식초가 들어있지 않은 음료를 마신 그룹은 변화가 없었다. 또 식초를 섭취한 그룹은 혈중 1㎗ 당 중성지방이 28.2~42㎎ 감소했다.
식초는 칼슘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 성장기 청소년이나 임신부, 폐경기 여성처럼 뼈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칼슘의 흡수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식초 속에 들어있는 구연산이 칼슘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다만 감기 초기에는 식초를 먹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한다. 빨리 감기가 나으려면 한기를 발산시켜야 하는데 식초가 이를 방해한다. 또 식초를 먹으면 위산 분비를 촉진되므로 위궤양 같은 위장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식초를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 말하는 ‘담음’ 환자도 많은 양의 식초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몸에 수분이 탁해져서 뭉친 ‘담음’환자가 많은 양의 식초를 자주 먹으면 해가 된다”는 것이 화생당한의원 정주화 원장의 조언이다.
가정에서는 식초의 살균효과를 이용해 과일이나 채소를 씻으면 좋다. 식초 희석액을 이용하면 채소에 남아있는 식중독 미생물을 안전하게 세척할 수 있고, 식초 냄새도 남지 않는다. 시중에 판매되는 식초에 물을 섞어 10배가량의 희석액을 만든 뒤 채소를 10분가량 담갔다가 수돗물로 씻으면 대장균을 비롯한 일반 세균의 수가 최고 100분의 1까지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한 번 희석한 식초액은 최대 3번까지 사용해도 같은 효과가 있다. 이런 살균효과 때문에 여름철에는 다른 식품과 함께 식초를 먹으면 식중독 예방에도 좋다.
요즘처럼 건조한 계절에 흔한 정전기를 멀리하는 데 식초를 이용할 수도 있다. TV나 컴퓨터 모니터에는 화면에 있는 정전기 때문에 먼지가 많이 묻는다. 이때 식초를 조금 묻힌 천으로 모니터를 닦아주면 좋다. 여성들의 경우 걸을 때마다 달라붙는 치마가 신경 쓰인다면 보습로션이나 크림을 스타킹에 바르거나 치마 안쪽에 클립, 핀을 꽂는 방법을 활용한다.
식초를 음식에 넣어먹는 용도 외에 음료로도 마신다면 천연식초를 고르는 것이 좋다. 물 1컵에 천연식초를 1:3~1:5의 비율로 타서 하루 두세 번 마신다. 식초를 더 적게 넣고 꿀을 약간 타서 마셔도 좋다.
식초는 크게 합성식초와 양조식초로 나누는데, 양조식초에는 주정식초와 천연식초가 있다. 합성식초는 빙초산에 물을 타서 만든다. 산도가 높고 가격이 싸서 단무지, 피클 등 가공식품을 생산할 때 주로 사용한다.
가정에서 가장 사용하는 것은 양조식초이다. 이 중 주정식초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것으로, 에탄올에 초산균을 넣어 하루 이틀 만에 속성으로 발효시켜 만든다. 예를 들어 에탄올 희석액에 사과농축액을 첨가해 사과식초를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식초의 주성분은 초산은 풍부해도 비타민, 유기산 등은 적게 들어있다.
현미나 포도, 사과, 감 등 원료 자체만으로 자연발효시켜 만드는 천연식초는 주정식초보다 영양이 뛰어난 편이다. 맛도 더 약하고 부드러워 요리에 활용하기에도 좋다. 포도 식초와 포도 농축액을 섞어 참나무통에 발효시킨 발사믹 식초의 경우 올리브유와 3:1 비율로 섞어 식빵을 찍어 먹는 소스로 쓰거나, 양파와 오이피클 등 초절임용으로 활용하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화생당한의원 정주화 원장
△목욕물에 식초를 반 컵 넣어주면 피로 해소에 좋고 피부도 좋아진다.
△누렇게 변한 옷을 삶을 때 식초를 조금 넣어주면 깨끗해진다.
△스타킹을 빨아서 헹굴 때 식초 1큰술을 넣어주면 올 풀림이 방지되고 발 냄새가 덜하다.
△묵은 쌀로 밥을 지을 때는 쌀을 씻는 과정에서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좋다.
△음식이 너무 짜게 되었을 때는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짠맛이 덜해진다.
△세탁기에 물을 받고 식초 1컵을 넣어 돌려주면 세탁기 안의 곰팡이를 없앨 수 있다.
△싱크대, 세면대가 막혔을 때는 소다 한 컵을 먼저 넣고 식초 한 컵을 부어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올 때 뜨거운 물을 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