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 |
2010년 초 연예가 최대 관심사는 2009년 가요계를 강타한 걸그룹 열풍이 2010년에도 지속될지였다. 그렇지만 2010년 한 해 걸그룹 열풍은 가요계뿐 아니라 연예계 전반을 뒤흔들었고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도 신 한류열풍을 주도했다. 이런 흐름은 2011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과연 연예부 기자들은 걸그룹 열풍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어떤 걸그룹과 멤버들이 이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할까. <일요신문>에서 2011년 신년호를 맞아 연예부 기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인기와 영향력 등을 놓고 볼 때 2011년에도 걸그룹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대세로 굳어진 분위기다. 이는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응답자 가운데 34명(68%)이 2011년에도 걸그룹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고 16명(32%)은 ‘지속될 것이나 변수가 많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소간의 변수는 있을 수 있겠지만 걸그룹 열풍이 대세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또한 걸그룹이 주도하는 신한류 열풍이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보인 응답자도 33명(66%)이었고 ‘더 강렬해질 것’이라는 답변을 한 연예부 기자도 7명(14%)이었다. 다만 ‘주춤할 것’이라는 응답(14%)과 ‘부풀려져 있다’는 답변(6%) 등 신한류 열풍에 부정적인 답변도 20%나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런 걸그룹 열풍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31명(62%)이 ‘섹시한 비주얼’을 꼽아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반면 ‘풋풋한 이미지’는 고작 4명(8%)에 불과했다. 이 외에 ‘중독성 강한 반복적 리듬의 음악’(20%), ‘연습생 시절에 다져진 기본기’(10%) 등이 걸그룹 열풍의 원동력으로 손꼽혔다.
▲ 2NE1 |
2010년 최정상의 자리에 선 걸그룹은 단연 소녀시대였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연예부 기자들은 2011년에도 소녀시대가 최고의 활약을 펼칠 걸그룹이라고 답했다. 소녀시대가 22명(44%)의 연예부 기자에게 표를 받은 가운데 2NE1(22%), 카라(14%), 미쓰에이(14%) 등의 활약에도 기대가 모아졌다.
SES 핑클 등 1세대 걸그룹 출신 최고의 스타는 단연 이효리다. 최근 몇 년 새 연예계를 강타한 걸그룹 열풍의 주역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그룹 활동보다는 다양한 영역에서 개별 활동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나중에 개인 활동에 돌입할 경우 최고의 스타덤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소위 ‘포스트 이효리’는 누구일까.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걸그룹 멤버는 카라의 구하라(24%)였다. 빼어난 외모는 물론이고 풍부한 예능감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무대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응답도 나왔다. 포미닛의 현아와 소녀시대의 유리가 각각 6명(12%)의 지지를 받았으나 ‘없다’는 답변을 한 응답자도 8명(16%)이나 됐다. 그 까닭으로는 아직까지 이효리에 범접할 만한 끼와 카리스마를 갖춘 걸그룹 멤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걸그룹 열풍의 원인이 섹시한 비주얼로 손꼽힐 만큼 섹시함은 걸그룹 멤버들에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가장 섹시한 걸그룹 멤버는 누구일까. 응답자들이 선정한 최고의 섹시 걸그룹 가수는 ‘댄싱퀸’으로 불리는 포미닛의 현아(22%)다. 역시 섹시댄스가 돋보이기 때문인데 댄스를 선보이는 과정에서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답변도 있었다. 그 뒤를 애프터스쿨의 유이(18%), 소녀시대의 유리(10%), 카라의 구하라(8%), 티아라의 지연(6%) 등이 이었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사안은 가장 섹시하다는 평을 받은 현아와 구하라가 올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연은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다. 결국 섹시 TOP 5 가운데 세 명이 고등학생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영역별로 나눠서 배우로 변신할 경우 가장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걸그룹 멤버는 누구일까. 이미 KBS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소녀시대의 윤아가 32%의 응답률을 기록하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선정 이유 역시 대부분 이미 검증이 됐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티아라의 은정이 12%의 지지로 2위에 올랐는데 아역배우 출신답게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점이 그 이유로 손꼽혔다. 티아라의 지연(8%), 애프터스쿨의 유이(6%) 등도 이름을 올렸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유이다. 비록 3명의 지지로 4위에 올랐지만 설문조사 과정에서 만약 두 명을 지목할 수 있다면 유이를 손꼽겠다고 말한 연예부 기자들이 많았던 것. 윤아 은정 지연 등이 1~3위에 이름을 올린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일정 부분 검증이 끝났다는 점이다. 유이 역시 SBS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이는 윤아 은정 지연 등에 비해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외모가 가장 배우와 어울리는 걸그룹 멤버라는 평이 많았다.
솔로 가수로 활동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은 걸그룹 멤버로는 소녀시대의 태연이 44%의 높은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역시 독보적인 가창력이 주된 선정 이유인데 다양한 드라마 OST에서 탁월한 가창력을 드러냈다는 평이 많았다. 가창력을 기본으로 노래에 감정을 실을 줄 안다는 평가를 한 응답자도 있었다. 이 외에 씨스타의 효린(8%) 2NE1의 박봄(6%)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6%) 등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효린 역시 가창력을 인정받았는데 가창력 자체만 놓고 봤을 땐 걸그룹뿐 아니라 솔로 가수까지 포함해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평을 내린 연예부 기자도 있었다. 박봄은 독특한 음색이 좋은 점수를 받았고 가인은 최근 발표한 솔로앨범이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이 선정 이유였다.
▲ 카라 |
걸그룹 멤버들 중 예능 MC로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수는 누구일까. ‘몰표’를 받은 가수가 없어 다양한 가수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는 그만큼 MC로서의 능력을 검증받은 걸그룹 멤버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응답자들은 소녀시대의 유리(16%)를 가장 많이 지목한 가운데 소녀시대의 태연(12%), 카라의 구하라(10%), 소녀시대의 수영(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리는 특유의 유들유들함과 털털한 성격, 그리고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수더분한 말솜씨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태연은 라디오 DJ와 KBS <승승장구> 등을 통해 검증이 됐다는 평이 많았는데 ‘젊은 박미선’을 보는 느낌이 든다는 답변도 있었다. 구하라는 순발력, 수영은 친화력이 장점으로 손꼽혔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소녀시대의 영향력이다. 2010년 연예계를 대표하는 연예인으로 손꼽힌 소녀시대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2011년에도 최고의 활약을 선보일 걸그룹으로 선정됐다. 게다가 배우, 솔로가수, MC 등 멤버 개개인의 능력과 관계된 질문에서 윤아, 태연, 유리 등 소녀시대 멤버들이 모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활동과 멤버들의 개별 활동 모두 소녀시대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소속사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걸그룹을 데뷔시키고 관리하는 능력이 가장 돋보이는 연예기획사를 묻는 질문에서도 소녀시대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SM)가 30명(60%)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SM과 함께 가요계 3대 메이저 연예기획사로 분류되는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는 각각 5명(10%)의 지지를 받아 SM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2011년에도 걸그룹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또 어떤 변수가 이런 예측을 뒤엎을 지도 모른다. 만약 걸그룹 열풍이 잦아든다면 가장 큰 원인으로 어떤 것이 꼽혔을까. 무려 서른 한 명의 연예부 기자가 ‘음악성 부재(62%)’를 지적했고, ‘섹시미만 강조하는 성향(20%)’이 그 뒤를 이었다. 눈길을 끄는 사안은 ‘섹시한 비주얼’과 ‘중독성 강한 반복적 리듬의 음악’이 걸그룹 열풍의 원동력으로 손꼽혔다는 점이다. 결국 섹시함과 음악성이 걸그룹 입장에선 ‘양날의 칼’인 셈이다.
걸그룹 열풍 이후 가요계를 주도할 대세로는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유를 필두로 한 ‘고교생 솔로 스타붐(42%)’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다. 또한 <슈퍼스타 K>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실력파 솔로들의 약진 가능성도 22%나 됐다. 그렇지만 걸그룹 열풍이 잦아들면 다시 가요계가 전반적인 침체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32%나 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해체할 것 같은 팀 1위 ‘불화설’ 티아라
걸그룹은 그 특성상 언젠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현 소속사와의 재계약 여부, 멤버들의 개별 활동 등이 해체 수순을 밟게 한다는 것. 아이돌 그룹과 걸그룹의 경우 그룹인 동시에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연예인의 등용문으로 분류되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연예부 기자들이 ‘가장 오랫동안 해체하지 않고 활동할 걸그룹’으로 꼽은 팀이 2NE1(46%)이다. 그 이유로는 소속사가 패밀리 개념이 강한 YG엔터테인먼트의 성향과 고유의 음악 스타일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그 뒤를 소녀시대(22%)와 브라운아이드걸스(18%)가 이었다. 소녀시대가 이미 정상에 서있다는 이유로 2위에 오른 데 반해 브라운아이드걸스는 오랜 무명시절을 겪으며 다져진 끈끈한 팀워크와 기본기로 인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먼저 해체할 것으로 우려되는 걸그룹은 어느 팀일까. 1위에는 무려 19명이 티아라(38%)를 꼽았다. 불화설 등 티아라를 둘러싼 루머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위에는 예상외로 소녀시대(18%)가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 애프터스쿨(14%) 원더걸스(6%) 등이 지목됐다.
걸그룹 ‘선정성’ 규제 논란
‘사전검열 효과 없다’ 감춰도 막아도 너~무 야한걸
지난해 걸그룹은 지나친 상업성과 선정성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정치권까지 나서 문제제기를 하자 KBS 등 방송사는 PD들이 의상과 안무 등을 사전검열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연예부 기자들은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실제로 걸그룹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선정적일까. 이 질문에 답변자의 44%는 ‘그런 경향이 있지만 문제가 될 만큼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미성년자 멤버만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답변도 16%였다. 두 답변을 합쳐 60%의 응답자가 제한적이지만 문제성을 인정했다. 게다가 36%의 답변자는 ‘상업적이고 선정적이다’고 응답했다. 반면 ‘아니다’는 답변은 고작 4%에 불과했다. 대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반면 PD의 사전검열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사전검열은 필요 없지만 자정노력은 필요하다’는 답변이 48%고 ‘사전검열이 필요하지만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답변도 30%나 됐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문제제기와 방송국 PD의 사전검열이 걸그룹의 상업성과 선정성에 대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을까? 아쉽게도 ‘그렇다’는 답변은 고작 4%에 불과했고 ‘조금 잦아들었다(22%)’는 답변을 더해도 26%에 불과하다. 반면 ‘검열을 피할 뿐 다른 방식으로 여전히 섹시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답변이 무려 72%나 됐다. 결국 돌고 돌아 원점이란 얘기다.